유명 국악인, 미성년자 상대로 충격적인 성착취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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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밍 정황... 아내는 제자 전공교사
중학교에 출강하던 유명 국악 연주자가 미성년자였던 제자를 4년여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주자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악 연주자 A씨가 2019년부터 미성년자였던 제자 B씨를 상대로 추행과 유사성행위, 간음 등을 4년여간 반복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최근 서울경찰청에 접수됐다고 한국일보가 27일 단독 보도했다. 고소장 분량은 178페이지에 이른다. 첫 추행 당시 B씨는 만 16세 미만이었다.
고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 등 간음·유사성행위·추행과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다. A씨는 대통령상, 국회의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받은 유명 연주자다. 각종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A씨 홈페이지에는 약 40건의 심사 이력이 올라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성적 행위는 주 2회 이뤄진 개인 레슨 때 주로 벌어졌다. A씨는 2019년부터 B씨의 이마와 코, 턱, 입술에 반복적으로 입을 맞추며 추행을 시작했다. B씨가 얼굴을 돌리거나 몸을 밀어내며 거부했지만 성적 침해는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추행을 시작한 뒤인 2019년 9월 자신의 결혼식에 B씨를 초대하기도 했다.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가슴을 만지거나 끌어안는 행위가 유사성행위와 간음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첫 간음 당시에도 B씨는 미성년자였다. 범행 장소는 주로 레슨실과 A씨의 차량 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 내용에는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 정황이 담겼다. A씨는 B씨를 반려견 이름으로 불렀다. 손을 앞으로 내밀라는 뜻으로 "손"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씨는 귀가를 돕겠다며 B씨를 차에 태웠다. 그 차량 안에서도 성적 접촉이 반복됐다. A씨는 B씨에게 실제보다 늦게 출발하는 것처럼 부모에게 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체된 시간을 부모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 했다는 게 고소인 측 시각이다. A씨는 B씨에게 "무덤까지 가져가자"며 피해 사실을 숨기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입시를 앞둔 제자의 처지를 악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B씨는 A씨에게 레슨을 받으며 국악 고교 입시를 준비했다. 고교에 들어간 뒤에도 A씨에게 개인 레슨을 받으며 서울의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국악계 특유의 폐쇄적인 사사 관계도 피해를 알리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국악인들은 "스승과의 관계가 끊기면 진로까지 막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B씨가 다닌 고교와 연계된 중학교에서 강사로 일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해당 중학교에서 확보한 자료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두 학교는 같은 교정에 있다. A씨의 아내는 그 고교에서 B씨가 다루는 악기를 가르치는 전공교사였다. A씨의 아내는 고교 3년 내내 B씨를 지도했다.
B씨는 피해를 털어놓지 못한 채 일기장과 휴대폰 메모장에 심경을 남겼다. 이 기록은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 2022년 1월 일기에는 "싫은데 싫다고도 못 하고 또 반복하고 후회하고 한다. 그만하고 싶다, 정말"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같은 해 4월 8일 메모에는 "유독 이 문제에서는 싫다고 하기가 어려웠다. 싫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적 침해는 2023년 말에야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주변에 처음 피해를 알린 것은 2024년 6월이다.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까지는 2년여가 더 걸렸다. B씨를 대리하는 박지영 법무법인 흰뫼 변호사에 따르면 B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행동만 떼어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성적 그루밍을 "잠재적 성학대 행위자가 아동의 신뢰를 얻어 성학대에 복종케 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관심과 특별한 대우로 신뢰와 의존을 키운 뒤 비밀 유지를 요구해 피해를 알리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그루밍의 특징으로 꼽힌다.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를 지낸 변주은 법무법인 송강 변호사는 "권력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이 많고, 업계까지 좁으면 고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 변호사는 "싫은데도 피해자는 다음 날 문자를 보내거나 레슨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며 "그럼에도 '피해가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해자의 평판이 좋으면 피해를 입증받기 어렵고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가해자와의 관계가 중요해 그 관계가 깨지는 것을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법무법인 LF 변호사는 "일기를 써놨거나 친구나 상담기관에서 고민을 털어놓은 내용도 자료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한국일보에 "제자를 상대로 추행, 유사성행위, 간음을 비롯한 어떠한 성적 접촉도 한 사실이 없고 제자와의 관계는 레슨 지도를 위한 사제 관계였을 뿐"이라며 "레슨 일지, 일정과 동선이 기재된 기록, 제자들과의 연락 내역 등에서도 고소 내용에 부합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장에 적시된) 마지막 행위 시점(2023년 말)으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고소가 제기된 경위와 배경은 수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한다”며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