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야근 305시간…결국 다시 눈 뜨지 못한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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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시간 초과근무, 외교관의 죽음을 부르다
야근과 정규근무 반복…인력 부족이 빚은 비극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박계홍 3등 서기관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외교부 조사 결과 박 서기관은 사망 전 3개월 동안 305시간에 달하는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MBC 단독보도에 따르면 현지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인력 부족 속에서 업무 부담이 누적됐으며, 외교부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순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박 서기관의 근무 상황은 사망 전 마지막 주의 CCTV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평일 정규 근무를 마친 뒤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와 야근을 하거나, 밤사이 대사관에 머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퇴근한 뒤 주말을 보내고 사흘이 지난 월요일, 그는 출근하지 않았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과 퇴근 반복…밤에도 이어진 업무
박 서기관의 사망 전 마지막 근무 주간은 지난해 11월 17일 월요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오전 7시 50분쯤 출근해 오후 5시 50분쯤 퇴근했다. 그러나 이날 밤 야근을 위해 다시 대사관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인 18일 오전 6시 20분쯤에는 기상한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확인됐다. 잠시 퇴근했다가 오전 8시 10분쯤 다시 출근했다. 대사관 CCTV를 확인한 결과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도 출퇴근과 야근이 반복되는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금요일인 21일에는 오후 5시 55분쯤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주말이 지났고, 사흘 뒤인 월요일 박 서기관은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심장마비로 전해졌다. 다만 심장마비라는 사망 원인과 과도한 업무 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는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외교부는 사망 전 업무량과 근무 여건을 조사했으며, 조사 결과 사망 전 일주일간 순회영사 일정 수행과 야근이 겹치면서 과로가 누적됐다고 밝혔다.
박 서기관의 사망 소식은 한국에서 생활하던 아내에게 갑작스럽게 전해졌다. 아내는 질병 문제로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일을 많이 했으며,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주야간 업무까지 이어갔다고 회상했다.
유족에게 남편의 사망은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아내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많은 업무를 감당했던 상황을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직원 한 명 줄어든 뒤 업무 부담 가중
박 서기관이 근무했던 파푸아뉴기니는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태평양 지역 국가다. 현지 공관 업무에는 외교 업무뿐 아니라 재외국민 보호와 영사 업무 등 다양한 역할이 포함된다. 현지 치안과 기반시설 여건이 열악한 데다 인접국까지 함께 담당해야 해 업무 부담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24년부터는 직원 한 명이 줄어들면서 기존에 해당 직원이 맡던 업무까지 박 서기관이 담당해야 했다. 인력 감소로 업무가 재배분됐지만, 담당 업무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부담이 함께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조사 결과 박 서기관은 사망 전 3개월 동안 총 305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석 달 동안 누적된 초과근무 시간이 300시간을 넘긴 것이다. 초과근무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는지, 정규 근무와 야간 업무가 어떤 방식으로 배치됐는지에 따라 실제 휴식 여건은 달라질 수 있지만, 조사에서 확인된 초과근무 규모는 상당했다.
외교관의 업무는 일반적인 사무 업무와 달리 현지 상황이나 긴급한 영사 사건 등에 따라 근무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 공관은 담당 지역의 범위와 인력 규모에 따라 업무 부담에도 차이가 생긴다. 파푸아뉴기니 공관의 경우 현지 업무뿐 아니라 인접국 관련 업무까지 맡아야 했고, 직원 감소 이후에는 업무를 나눠 맡을 여력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뒤 반년 넘어서 공개된 조사 결과
외교부는 박 서기관이 사망한 뒤 반년 이상 지난 시점에 사망 전 업무 상황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외교부는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순회영사 일정 수행과 야근으로 과로가 중첩됐다고 설명했다. 유족의 요청에 따라 순직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직 인정은 공무 수행과 사망 사이의 관련성 등을 관련 절차에 따라 판단하는 과정이다. 초과근무 시간이 많았다는 사실만으로 순직이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 내용과 근무 환경, 사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박 서기관의 경우 외교부가 과로가 중첩됐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유족의 요청에 따라 순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유족은 남편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감당했는지 기억하며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박 서기관은 해외 공관에서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을 겪던 중 사망했고, 외교부는 관련 조사와 순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해외 공관의 근무 여건과 인력 배치, 장시간 근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공무원의 건강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남겼다.
장시간 근무와 반복되는 야근은 단순히 피곤한 상태를 넘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을 오래 하면 수면 시간이 줄어들고, 몸이 피로에서 회복할 시간도 부족해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혈압과 심박수 조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 충분히 쉬었다고 느끼기 어려워지고, 다음 날 업무를 시작할 때 이미 피로가 누적된 상태가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가 2021년 발표한 공동 분석에 따르면 주당 55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주당 35~40시간 일하는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약 35%,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약 17%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심장 근육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질환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두 기관은 2016년 전 세계에서 장시간 노동과 관련해 뇌졸중으로 약 39만8000명,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약 34만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장시간 노동과 건강 문제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로, 특정 개인의 사망 원인을 근무시간만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 업무 환경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업무량이 많고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몸은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을 분비한다. 단기간에는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런 반응이 반복되고 휴식이 부족하면 혈압 상승이나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여러 요인과 맞물릴 수 있다.
야근이 반복될 때 나타나는 변화는 심혈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과 기억력,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장시간 근무와 교대근무가 수면을 방해하고 피로를 누적시켜 반응 속도와 주의력, 단기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하던 일에서도 실수가 늘거나,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피로가 심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집중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업무 중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 퇴근길 운전이나 이동 중에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잠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니다. 수면 중에는 신체 기능이 회복되고 기억과 학습에 필요한 과정이 진행된다.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면 피로가 다음 날까지 남고, 낮 동안 졸음이 심해지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으로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이 계속 바뀌는 경우에도 생체리듬이 흔들릴 수 있다.
식사와 운동 등 생활 습관에도 영향을 준다. 야근이 길어지면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거나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게 되고, 운동이나 휴식을 위한 시간은 줄어들기 쉽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카페인이나 술에 의존하는 습관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면 체중과 혈압, 혈당 등 심혈관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관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과로의 위험은 하루의 근무시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며칠 동안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뿐 아니라 퇴근 후 실제로 쉴 수 있었는지, 밤에 잠을 충분히 잤는지, 다음 근무까지 회복할 시간이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정규 근무를 마친 뒤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야근하거나 밤을 지새운 다음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생활이 이어지면 몸이 회복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든다.
박계홍 서기관의 경우 외교부 조사에서 사망 전 3개월 동안 305시간의 초과근무가 확인됐다. 마지막 근무 주간에도 정규 근무 이후 야근을 위해 대사관에 복귀했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출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같은 근무 패턴은 휴식과 수면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구체적인 수면시간과 건강 상태, 사망에 이른 의학적 과정은 별도로 살펴야 하며, 초과근무 시간만으로 사망 원인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두근거림과 숨참이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른 흉통이 나타난다면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팔·목·턱으로 통증이 퍼지는 경우, 심한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졌더라도 심장이나 뇌혈관 질환을 의심할 만한 변화가 있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장시간 근무에 따른 건강 위험을 줄이려면 개인이 휴식을 챙기는 노력과 함께 조직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면 직원 한 명이 더 오래 일하더라도 업무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장시간 노동이 상시화될 수 있다. 긴급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일수록 당직과 야근이 특정 직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업무를 나누고, 근무 후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 공관처럼 담당 지역이 넓고 긴급한 영사 업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서는 인력 규모와 업무량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 줄어든 뒤 기존 업무를 남은 인원에게 그대로 배분하면 초과근무가 늘어날 수 있다. 정기적으로 초과근무 시간을 확인하고, 휴식 없이 근무가 이어지는 상황을 조기에 파악해 인력 지원이나 업무 조정을 검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박 서기관의 사망을 과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망 전 3개월 동안 305시간의 초과근무가 확인됐고, 외교부가 마지막 일주일 동안 순회영사 일정과 야근으로 과로가 중첩됐다고 밝힌 만큼 당시 근무 여건을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은 국제기구의 분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과로를 개인이 견뎌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고, 충분한 휴식과 적정한 인력 배치가 가능한 근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