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기 몸에서 구더기 검출... 친모 '아이 죽이고 싶어요' 검색

작성일

'신생아 사망 보험금'도 검색

PC방을 드나들며 생후 6개월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부부의 법정에서 숨진 아기 몸에 구더기가 생겼던 사실이 공개됐다. 친모가 아기를 낳은 지 한 달여 뒤부터 '신생아 사망 보험금', '아이 죽이고 싶어요' 같은 단어를 검색한 정황도 드러났다.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의 호송 상황을 재현한 AI 생성 이미지.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의 호송 상황을 재현한 AI 생성 이미지.

연합뉴스가 2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13형사부(장민경 부장판사)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22)씨와 B(22)씨 부부의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사는 피고인 신문에서 "사망한 아기 생식기에서 구더기가 발견됐으며, 짓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친부인 A씨는 "추후에 알았다"고 답했다. 친모인 B씨는 "기저귀를 잘 못 갈아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분유를 먹일 때마다 갈아줬다"고 덧붙였다.

부부가 아기 사망을 전후해 검색한 기록도 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A씨는 아기가 숨진 뒤 인공지능(AI)에 '아이가 죽으면 처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당황해서 검색했다"고 해명했다.

B씨는 아기가 태어나고 한 달여가 지난 무렵부터 수개월 동안 포털사이트에서 '신생아 사망 보험금', '아이 죽이고 싶어요', '아사 뜻' 등을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가 이유를 묻자 B씨는 "산후우울증 때문에 검색해서 위로받으려고 그랬다"고 답했다.

부부가 아기를 반려견과 함께 하루 넘게 집에 내버려 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4월 당시 생후 4개월이던 아들을 반려견 보더콜리와 함께 집에 둔 채 27시간 46분 동안 외출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부부는 아들이 태어난 지 10여일밖에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아들이 숨진 올해 7월 5일까지 아이를 대전 집에 홀로 남겨 두고 PC방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모두 140차례에 걸쳐 방치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의식주 등 기본적인 보호와 양육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는 모두 일정한 직업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PC방을 드나들며 게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부부가 아이를 상습적으로 방치하는 동안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아기에게 분유조차 제대로 먹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아기는 지난해 12월 태어날 때 몸무게가 3.62㎏이었다. 숨진 7월 5일 몸무게는 3.68㎏에 그쳤다. 6개월 넘는 동안 고작 0.06㎏ 늘어난 셈이다. 생후 6개월 남아 평균 몸무게인 8.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아기가 갈비뼈가 드러나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질 정도로 심한 영양실조 상태였다고 밝혔다.

아기가 숨지기 직전에도 방치는 이어졌다. 부부는 7월 4일 오후 7시 7분께 집을 나섰다가 5일 0시 47분께 돌아왔다. 5시간 40분가량 아기를 홀로 둔 것이다. 당시 아기는 혈변을 보고 눈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부부는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검찰은 부부가 방임과 학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병원을 찾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부부에게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한 것도 이들이 아들의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수사는 아기가 숨진 7월 5일 병원의 신고로 시작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기의 사인이 영양실조와 탈수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대전경찰청은 부부를 구속했다. 경찰은 부작위에 의한 범행이지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대전지검은 7월 31일 부부를 구속기소했다.

부부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방치 사실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9월 16일 열린 첫 공판에서도 부부 측은 아동복지법상 상습 유기·방임 혐의는 인정하면서 아동학대살해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아기 상태가 나빠진 사망 전날 밤에는 병원에 가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다음 날 아침 데려갈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사이 B씨가 아기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3시간마다 체온을 쟀다고 했다. 기저귀를 세 차례 갈아주고 분유를 먹이려 애썼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은 B씨가 3시간가량 잠든 뒤 아기가 반응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며 응급실로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부검에 자발적으로 동의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검찰은 첫 공판에서 부검 결과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부부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묻는 피고인 신문을 이번 공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부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도 "사망할 줄은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를 거듭 부인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A씨와 B씨의 부모, 곧 숨진 아기의 조부모들은 재판부에 처벌불원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아동의 상태가 외부로 노출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점을 사망 며칠 전에 인지한 점이 검찰 조서에 분명히 있다"며 "피해 아동의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조부모들은 피고인의 부모라는 이중적인 지위"라며 "피해 아동만을 위한 처벌불원서인지 의문이며,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처벌불원서 유효성을 부정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한 차례 더 공판을 열어 결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