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역대 최고의 여자 배드민턴 선수'가 확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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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승·50연승·98.5%… 숫자로 본 안세영의 '역대급' 기록
24세에 여자 단식 통산 최다 우승… 전설들 평생 기록 넘어
통산 48회 우승, 50연승, 승률 98.5%.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2026년 쌓아 올린 기록이다. 만 24세에 역대 국제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에도 도전하는 안세영의 성적은 과거 여자 단식 전설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역대 최고 여자 단식 선수'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안세영은 25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프랑스오픈 슈퍼 750 여자 단식 결승에서 푸살라 신두(인도)를 2-1(16-21 21-11 21-12)로 꺾었다. 61분 만에 끝난 역전승이었다. 2019년을 포함하면 프랑스오픈 통산 네 번째 우승이다. 국제대회 단식으로는 통산 48번째 우승이다.

결승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179cm의 큰 키를 앞세운 신두의 빠른 공격에 밀려 첫 게임을 16-21로 내줬다. 2게임부터 흐름을 되찾은 안세영은 21-11로 균형을 맞췄다. 3게임에서는 9-9 동점에서 연속 득점으로 앞서 나간 뒤 막판 6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끝냈다. 안세영은 신두를 상대로 통산 11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여자 단식 국제대회 최다 우승 기록은 그동안 수지 수산티(인도네시아)가 가진 46회였다. 1971년생인 수산티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과 1993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전영오픈에서도 4차례 정상에 오른 인도네시아 배드민턴의 상징이다. 2위는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의 39회다. 마린은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3회 우승을 일군 뒤 올해 3월 은퇴했다.
안세영은 지난 18일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1(21-23 21-14 21-18)로 꺾고 4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첫 게임을 내준 데다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끝내 역전승을 거뒀다. BWF는 다음 날 안세영이 수산티의 기록을 넘어섰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세영은 일주일 만에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기록을 48회로 늘렸다.
안세영은 2002년 2월생이다. 수산티와 마린이 선수 생활 전체에 걸쳐 쌓은 우승 횟수를 20대 중반에 이미 넘어선 셈이다.

한 시즌 성적도 이례적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일본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오픈, 프랑스오픈, 호주오픈, 월드투어 파이널스 등 11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9년 모모타 겐토(일본)가 세운 BWF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같은 숫자다.
지난해 안세영은 77경기에서 73승을 거둬 승률 94.8%를 기록했다. 시즌 상금은 100만3175달러였다. BWF 투어에서 한 시즌 상금이 100만 달러를 넘은 선수는 안세영이 처음이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는 왕즈이(중국)와 96분 혈투 끝에 2-1(21-13 18-21 21-10)로 이겼다. 이 대회 우승 상금만 24만 달러였다.
올해 성적은 더 압도적이다. 67전 66승 1패로 승률이 98.5%에 이른다. 유일한 패배는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당한 것이다. 이 패배로 36연승 행진이 멈췄다. 안세영은 이후 50경기를 내리 이겼다.

안세영은 올해 1월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선수권, 싱가포르오픈, 인도네시아오픈, 세계선수권, 중국 마스터스, 아시안게임, 덴마크오픈, 프랑스오픈까지 휩쓸었다. 전영오픈을 제외하고 출전한 10개 개인전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것이다.
남은 일정은 다음 달 3일 전남 여수에서 개막하는 코리아오픈과 10일 열리는 구마모토 마스터스, 12월 9일 중국 항저우에서 시작하는 월드투어 파이널스 등이다. 이 대회들에서 우승을 추가하면 지난해 세운 11승을 넘어 BWF 한 시즌 최다 우승 신기록을 쓰게 된다.
메이저 대회 이력에도 빈틈이 없다. 안세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세계선수권,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차례로 금메달을 땄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1994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나온 한국 여자 단식 금메달이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 역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었다.
지난 4월 중국 닝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는 왕즈이를 2-1(21-12 17-21 21-18)로 꺾고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중국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전영오픈 결승 패배를 한 달 만에 설욕한 경기였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 이어 여자 단식까지 정상에 오르며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3개를 따냈다.
배드민턴에는 공식적인 그랜드슬램 제도가 없다. 국내에서는 이 4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것을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박주봉, 김문수, 김동문 등 복식 선수만 이를 달성했다. 단식 선수로는 안세영이 처음이다. 국내 언론은 24세에 이룬 이 성과를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고 평가했다.
안세영은 당시 자신의 SNS에 "드디어 바라던 그랜드슬램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적었다. 이어 "묵묵히, 제 자리에서 잘 해내는 선수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는 기록을 더 늘렸다. 8월 세계선수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여자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최고 권위의 투어 대회로 꼽히는 전영오픈은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 시즌 왕중왕전인 월드투어 파이널스는 2021년과 2025년 두 차례 우승했다.
기존에 여자 단식 최고 선수로 거론되던 이들과 비교해도 안세영의 이력은 두드러진다. 장닝(중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패를 이뤘다. 두 번째 금메달을 땄을 때 나이는 33세였다. 세계선수권 우승은 2003년 한 차례다. 방수현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단식 첫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금메달 수에서는 장닝이 안세영보다 앞선다. 다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데다 통산 우승 횟수에서도 1위에 오른 여자 단식 선수는 안세영뿐이다.
안세영이 정상에 오른 시기는 경쟁이 치열했던 때이기도 하다. 천위페이(중국)는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야마구치는 세계선수권 우승 경험을 여러 차례 가진 선수다. 지난해 11월 은퇴한 타이쯔잉(대만)은 세계랭킹 1위를 통산 214주 지켜 이 부문 최장 기록을 갖고 있다. 전영오픈과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각각 3차례 우승했다.
안세영은 이들과 맞붙으며 2023년 8월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현재는 105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세영은 중학생 신분으로 처음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프랑스오픈 우승 뒤 안세영은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게임에서 조금 서둘렀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귀국해 휴식을 취한 뒤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