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소방차' 예산까지 줄였다...돈 부족해 추모행사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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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건수 전국 최다인데 차량 교체 계획 25대 감소

경기도 소방차량 노후율이 수년째 상승하는 가운데 올해 차량 교체 예산은 26억 원 넘게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소방 출동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상황에서 현장 대응에 필요한 차량 교체를 늦추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했다.

펌프차와 물탱크차, 무인방수차, 구급차 등 소방차량의 노후율은 2023년 2.4%에서 2024년 3.7%, 2025년 4.9%로 상승했다.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이다. 차량 보유 대수는 1300여 대 수준을 유지했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일부 차량의 노후율 상승 폭은 더욱 컸다. 지휘차의 노후율은 2023년 1.1%에서 2025년 29.2%로 높아졌다. 장비운전차는 같은 기간 3.0%에서 29.6%로, 화재조사차는 0%에서 15.6%로 상승했다.

소방차량은 화재 진압과 구조·구급 활동을 비롯해 현장 지휘와 화재 원인 조사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된다. 차량의 노후화는 정비 부담과 운용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교체 시기와 예산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관들 만난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소방관들 만난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소방차량 구매계획도 103대에서 78대로 축소

차량 노후율이 상승하는 동안 관련 예산은 줄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소방차량 보강 예산을 기존 211억6000만 원에서 185억1000만 원으로 삭감했다. 감액 규모는 26억5000만 원으로, 기존 예산의 12.5%에 해당한다.

소방차량 구매계획도 축소됐다. 당초 본예산 기준으로는 올해 103대를 구매할 계획이었지만, 2차 추경 이후에는 78대로 줄었다. 계획상 구매 대수가 25대 감소한 셈이다.

경기도가 재정 여건을 고려해 예산을 조정했지만, 소방차량 노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체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현장 대응 역량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소방차량은 일반 행정용 차량과 달리 긴급 출동과 현장 활동에 직접 사용되는 장비인 만큼, 예산 조정 과정에서 노후 정도와 운용 상황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100층 완주한 소방관 / 뉴스1
100층 완주한 소방관 / 뉴스1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방 출동…현장 대응 여건 우려

경기도는 소방 업무와 관련한 출동 건수도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소방청의 2026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경기도의 119 구조활동 출동 건수는 32만8105건이었다. 서울은 19만5535건, 부산은 3만8650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복구 등을 포함한 기타 안전출동 역시 경기도가 가장 많았다. 경기도는 15만853건으로 서울의 7만9501건, 부산의 1만8018건을 크게 웃돌았다.

출동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소방차량의 안정적인 운용과 신속한 현장 도착이 중요하다. 차량이 노후해 교체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구매계획까지 축소되면, 장기적으로 현장 대응 여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방차량 교체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예산 규모만으로 실제 출동 대응에 미친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만큼, 차종별 노후 상태와 정비 실적, 운용 가능 여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힘겨운 100층 도전 후 휴식을 취하는 소방관 / 뉴스1
힘겨운 100층 도전 후 휴식을 취하는 소방관 / 뉴스1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 예산도 전액 삭감

경기도의 소방 관련 예산 삭감 논란은 차량 교체에 그치지 않았다. 순직 소방공무원을 추모하기 위한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행사 예산 1억 원도 전액 삭감됐다. 올해 행사는 소방재난본부 자체 사무관리비 750만 원으로 진행됐다.

추 지사는 지난 24일 열린 행사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안전대책에 담아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살피고 처우와 예우도 꼭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예산 삭감과 관련해 순직 소방공무원의 희생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예우하기 위해 유가족 중심의 추모행사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7년 행사 예산은 도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차량 교체와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행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모두 소방 현장의 안전과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와 관련된 사안이다. 경기도의 재정 여건과 함께 차량 노후율, 출동 수요, 현장 대응에 필요한 장비 확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재정 빨대’ 발언 논란…국감 발언에서 사과까지

소방차량 예산과 추모행사 예산을 둘러싼 논란에 앞서 추 지사는 소방 관련 재정 부담을 언급하며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발언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당시 추 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와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관련 예산을 언급하면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 인건비가 약 1조1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부 지원은 약 800억 원에 그친다는 점도 언급했다. 추 지사는 소방 인력 증원에 따른 재정 부담과 국비 지원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했다.

발언 이후 논란은 표현 자체와 사과 방식으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이용우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소방관들의 헌신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추 지사의 표현으로 상처를 입은 소방공무원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당은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려는 의도였더라도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노고와 자부심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방관 안전을 위한 지원 확대와 인력·장비 확충,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추 지사는 17일 경기도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그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처우 개선에 필요한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을 말하려다 나온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빈소에서 나온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놓고 사과 방식에 대한 논란이 추가로 제기됐다. 추 지사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소방관의 헌신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으며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고 김진석 소방위 유족 위로하며 눈물 흘리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고 김진석 소방위 유족 위로하며 눈물 흘리는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소방노조 면담에서 직접 사과…재정 확충 방안도 제시

추 지사는 지난 20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다시 사과했다. 그는 “저의 불찰로 표현상 잘못된 단어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화재 현장 등에서 충분히 사과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장소와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서 추 지사는 소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언급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일부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소방 인건비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지사협의회와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발의된 상태다. 경기도는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4년간 1조5000억 원의 소방재원이 확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방노조 관계자들은 사과가 현장 소방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고 김진석 소방위의 순직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인력 충원,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