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서 다루는 ‘암살자(들)’ 논란…허진호 감독이 직접 밝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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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에 허진호 감독 직접 입장 밝혀
국민의힘 의원 109명, 해외 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정치권 논쟁까지 확산
영화 한 편을 둘러싼 논란이 주연 배우의 자택 앞 시위와 해외 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로까지 번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압수수색 필요성까지 거론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는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암살자(들)’이다. 개봉 이후 한 달 가까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허진호 감독이 마침내 카메라 앞에 섰다.

27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되는 MBC ‘PD수첩’ 1527회에서는 ‘암살자(들), 누가 선을 넘었는가’ 편을 선보인다. 제작진은 허진호 감독을 직접 만나 영화에 제기된 역사 왜곡 논란과 정치권의 상영 철회 요구에 대한 입장을 듣는다. 과거 언론의 취재 기록과 영화 속 내용을 비교하며 창작의 자유와 비평의 자유를 둘러싼 쟁점도 살펴본다.
유해진 자택 앞 시위까지…허진호 감독 한 달 만에 입 열었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개봉 이후 영화계를 넘어 정치권과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다. 작품이 역사적 사건을 해석한 방식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고, 일부 반발은 영화 제작에 참여한 배우들에게까지 향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영화에 출연한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업체에도 항의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계속됐다. 국정감사에서는 영화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거론됐다. 작품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수사 필요성에 대한 주장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진호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만났다. 영화가 개봉한 뒤 약 한 달 동안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했던 허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과 논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허 감독이 꺼낸 말은 "질문도 하지 말란 건가"였다. 제작진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허 감독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영화를 만들었는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의혹을 영화로 다루는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비판과 창작자를 향한 압박을 어디까지 구분할 수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영화가 제기한 의혹은?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당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 행사 도중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한 총성이 울렸고,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당시 정부는 조총련계 재일 한국인 문세광을 저격범으로 발표했다. 북한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체포된 문세광은 재판을 거쳐 같은 해 12월 사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싼 의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민주화 이후 새로운 증언과 문건이 공개되면서 당시 사건의 경위와 관련한 의혹들이 다시 제기됐다.
특히 2005년 전후에는 여러 언론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사건을 재조명했다. 당시 정부 발표와 이후 제기된 의혹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이러한 역사적 의혹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영화는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흥행과 별개로 영화가 제시한 역사적 해석을 두고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사건에서 확인된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구분돼 있는지, 작품이 제기한 의혹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PD수첩’ 제작진은 이러한 논쟁을 검증하기 위해 과거 언론 보도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방대한 취재 기록을 다시 살펴봤다. 당시 확보된 증언과 문건을 영화 속 묘사와 비교해 작품이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한다. 또한 영화에서 제기한 의혹 가운데 역사적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과 창작 과정에서 재구성된 부분을 구분해 살펴볼 예정이다. 영화가 다룬 사건의 진실과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방식이 이번 방송의 주요 내용이다.
국민의힘 의원 109명, 싱가포르 영화제에 상영 철회 요구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해외 영화제까지 이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9명은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SGIFF)에 서한을 보냈다. 영화 ‘암살자(들)’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반대하며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국내 정치권이 특정 영화의 해외 영화제 상영에 반대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비판이 국내를 넘어 국제 영화 행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화제는 기존 개막작 선정 결정을 유지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싱가포르 현지를 찾아 영화제 개막식 분위기를 직접 취재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정치적 논쟁이 해외 영화제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상영 철회 요구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됐는지 방송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특정 영화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남겼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과 비판은 가능한 일이지만, 창작물의 공개나 상영 자체를 막으려는 시도는 별도의 논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세 감독도 우려…창작의 자유와 비평의 경계

영화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도 의견을 밝혔다. 이명세 감독은 작품에 대한 비판이 창작자를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반복될 경우 영화 제작자들이 논쟁적인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취지다. 백재욱 평론가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정작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의 모순을 지적했다.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확산하는 문제도 짚었다.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다큐멘터리와 달리 창작자의 해석과 상상력이 개입될 수 있는 매체다. 하지만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룰 경우 관객이 영화 속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작품에 대한 비판과 사실관계 검증 역시 중요한 문제로 다뤄진다. 이번 방송에서는 두 가지 권리가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본다. 영화를 비판할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 것처럼 창작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을 만들고 공개할 자유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제다.

제작진은 허진호 감독의 인터뷰와 과거 사건의 취재 기록, 싱가포르국제영화제 현장 취재, 영화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통해 이번 논란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영화 속 역사 해석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창작의 자유와 비평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도 짚어볼 예정이다. 누적 관객 334만 명을 돌파한 영화 ‘암살자(들)’. 작품이 제기한 역사적 의혹에서 시작된 논쟁은 배우의 자택 앞 시위와 국정감사, 해외 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로 확대됐다. 한 달 가까운 침묵 끝에 입을 연 허진호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관심이 모인다.
MBC ‘PD수첩’ 1527회 ‘암살자(들), 누가 선을 넘었는가’ 편은 10월 27일 화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