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일본어 수준이…사실 ‘초2부터 고3까지’ 일본 살았다는 ‘100일의 거짓말’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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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2부터 고3까지 일본에서 보낸 학창시절…원어민 일본어 비결

"역할이 일본인이어서 일본어로 오디션을 봤어요.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일본에서 살았으니, 일본어는 자신있었죠."

'100일의 거짓말' 중 한 장면. / tvN '100일의 거짓말'
'100일의 거짓말' 중 한 장면. / tvN '100일의 거짓말'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에 출연 중인 한 배우가 과거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극중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후쿠다'를 연기하는 김중희의 이야기다. 유창한 일본어 대사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은 그의 실력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었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후쿠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중간보스

‘100일의 거짓말'에는 다양한 신스틸러가 등장한다. 그중 일본어 연기로 눈길을 끄는 인물이 김중희다. 그가 맡은 후쿠다는 총독부의 경무국장으로, 치안과 사법권을 쥔 인물이다.

극중 설정은 이렇다. 후쿠다는 일본에서 배를 곯다 조선으로 건너온 지 올해로 20년째다. 군인 시절 처음 인연을 맺은 사토와는 종로서에서 고등경찰로 함께 일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갔던 사토가 총독부 정무총감이 돼 경성으로 돌아오자 후쿠다는 충성을 맹세한다. 사토라는 끈을 잡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는 계산이다. 후쿠다에게 조선은 '기회의 땅'이다.

작품 안에서 김중희는 중간보스 역할을 맡았다. 계암리 학살 당시 사토 신이치와 같은 현장에 있었던 직속 부관이라는 설정이다. 악랄한 캐릭터를 매 등장마다 강렬한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 변화를 촘촘하게 그려내는 점도 특징이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0일의 거짓말'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후쿠다 역을 맡은 배우 김중희. / tvN '100일의 거짓말'
'100일의 거짓말' 조선총독부 경무국장 후쿠다 역을 맡은 배우 김중희. / tvN '100일의 거짓말'

아버지 사업 따라 일본으로, 초2부터 고3까지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처럼 김중희의 유창한 일본어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일본에서 지냈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 학창 시절을 길게 보내게 됐다.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그는 고3 시절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연기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연기를 배운 적은 없었지만 경희대 연극영화학과에 합격했다.

'군함도' 오디션을 일본어로 치르고 합격,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

원어민 수준의 일본어는 곧 그의 강점이 됐다. 김중희는 이를 토대로 '군함도'의 야마다, '유령'의 타다시, '영웅'의 와다, '노량: 죽음의 바다'의 오무라 요시아키 등 여러 영화에서 일본인 캐릭터를 맡았다.

터닝포인트는 '군함도'(2017)였다. 조선인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일본인 부소장 야마다 역 오디션을 일본어로 치러 합격했다. 근대 일본어 대사를 입에 붙이기 위해 대본을 통째로 외웠다. 비열한 표정과 섬뜩한 광기를 연기해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필모그래피에는 일본인과 친일파 역할이 잇따라 채워졌다. '마약왕'(2018), '미스터 션샤인'(2018, 이덕문 역), '영웅'(2022, 와다 역), '유령'(2023), '노량: 죽음의 바다'(2023, 오무라 역) 등 시대극이 이어졌다. 실제 일본인으로 오해받을 만큼 사실적인 연기를 펼쳐 "진짜 일본인 배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그에게 일본어는 양날의 검이었다. 김중희는 "일본어라는 장기 덕분에 배우로서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배우 김중희' 자체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과 고민도 컸다"고 털어놓은 적 있다. 일본인 역할로 쌓은 이력이 그에게 기회를 줬고, 동시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숙제도 남겼다.

배우 김중희. / 뉴스1
배우 김중희. / 뉴스1

후쿠다를 둘러싼 세 갈래 대립 구도

'100일의 거짓말'에서 김중희가 연기 중인 극중 인물 후쿠다는 극중 여러 인물과 얽히며 갈등을 만든다.

먼저 사토 신이치(진선규)와의 관계다. 신임 정무총감 사토는 총독부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후쿠다는 겉으로는 복종하지만 내부 서열에서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독립운동 세력인 '구국단'을 제압해 자신의 공적으로 삼으려는 집착도 강하다. 사토 주변의 기류를 살피며 미묘한 견제를 이어가는 구조다.

두 번째는 이가경(김유정)과의 관계다. 이가경은 소매치기 출신 밀정으로, 가명 '금서희'를 쓰고 조선총독부 통역생으로 잠입했다. 가경에게 후쿠다는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다는 공포 그 자체다. 후쿠다는 조선인 통역생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아 가경을 감시망에 두고, 언제든 잔혹한 수단을 쓸 수 있음을 드러내며 압박한다.

세 번째는 사토 히데오 겸 김태웅(박진영)과의 마찰이다. 김태웅은 사토 신이치의 양자이자 엘리트 통역관이다. 후쿠다가 가경을 극단으로 몰아붙일 때마다 태웅이 냉담하게 개입해 제동을 건다. 총독부 관료 사이의 권력과 신분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100일의 거짓말' 배우 김중희. / tvN '100일의 거짓말'
'100일의 거짓말' 배우 김중희. / tvN '100일의 거짓말'

분기점이 된 5회 지하 취조실 장면

5회는 작품 분위기가 바뀐 회차로 꼽힌다. 발랄한 첩보 위장극처럼 흘러가던 이야기가 피비린내 나는 비극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었다.

후쿠다는 체포된 요주의 인물 금석중을 취조하는 지하 고문실에 가경을 통역관으로 소환한다. 피투성이가 된 수감자 앞에서 후쿠다는 서늘한 얼굴로 "홀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게 조선인들의 독립운동"이라는 폭언을 내뱉는다. 고문실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대목이다.

이 장면은 주인공을 패닉에 빠뜨리는 기폭제가 됐다. 가경이 쓰고 있던 위장 신분 '금서희'의 실체와 얽힌 비극적 과거가 취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경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인다. 이때 태웅이 현장에 들이닥쳐 후쿠다를 강하게 압박하며 가경을 빼내는 대치가 펼쳐진다.

김중희는 정확한 일본어 발음과 감정을 배제한 듯 차가운 눈빛으로 식민 통치 기구의 냉혹한 실세를 표현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인 몰입감과 공포를 줬다는 호평이 나온다.

'100일의 거짓말' 취조실 장면 속 배우 김중희. / 유튜브 'tvN DRAMA'
'100일의 거짓말' 취조실 장면 속 배우 김중희. / 유튜브 'tvN DRAMA'

밀정 임무에 복귀한 이가경, 후쿠다의 호출로 금석중 심문 현장에 서다

6회에서도 후쿠다의 등장은 계속됐다. 총독부로 복귀한 이가경은 자신을 걱정하는 사토 히데오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후쿠다가 두 사람을 금석중의 심문에 함께 불러들이면서 다시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후쿠다는 금석중이 다른 통역생 대신 '금서희'를 찾았다고 전했다. 심문에 응하지 않는 금석중에게 이가경은 조선말로 말을 건네며 자신이 유소란과 같은 편이라는 사실을 암시했다. 동숭동 작전 이후 유소란이 살아 있다는 소식도 우회적으로 전달했다.

같은 시각 별도의 취조실에서는 나병순(길은성)이 아내를 살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의 진술로 금석중의 신원이 드러났고, 후쿠다는 금석중이 계암리 출신이라는 대목에서 동요했다.

이가경과 사토 히데오가 물러나려 하자 금석중은 "금서희"라고 불렀다. 이어 "가는 길에 카스테라 하나 사 가라"라고 당부해 마지막 말에 담긴 의미에 의문을 남겼다.

이후 금석중은 결국 사토 신이치에 의해 총살당했다. 현장을 떠나는 사토 신이치의 모습까지 본 이가경은 충격에 휩싸였다. 후쿠다는 금석중이 총상에 따른 패혈증으로 사망했다고 둘러댔고, 이가경은 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100일의 거짓말' 주연 박진영과 김유정. / tvN 제공
'100일의 거짓말' 주연 박진영과 김유정. / tvN 제공

빗속에서 터진 눈물, 사토 히데오 품에 안긴 이가경

사토 히데오는 떨리는 이가경의 손을 잡고 집까지 동행했다. 그러나 이가경은 금석중의 죽음을 유소란에게 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대문 앞에서 돌아섰다.

빗속에서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던 사토 히데오가 "금서희 씨, 괜찮아요?"라고 묻자 이가경은 "아뇨, 안 괜찮아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사토 히데오는 말없이 그를 품에 안았다. 임무를 위해 감정을 숨겨야 했던 이가경이 처음으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고됐다.

사토 신이치는 금석중의 신상명세서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뒤 같은 성씨를 쓰는 금서희의 이름을 되뇌었다. 이가경의 위장 신분을 향한 의심까지 더해지며 향후 전개에 긴장감을 높였다.

‘100일의 거짓말'은 매주 토·일요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유튜브, tvN D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