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연락두절·실종 가장 많은 나라' 3위 캄보디아, 2위 태국,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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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 네 가지 색, 떠나기 전 확인해야
여행경보국 한국인 사건사고 1년새 48%↑

비행기 표를 고르기 전 날씨와 환율부터 살피는 여행자는 많다. 정작 목적지가 어떤 색으로 칠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이는 드물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지도 위 나라와 지역은 남색, 황색, 적색, 흑색 네 가지 색으로 나뉜다. 색이 짙을수록 위험하다는 뜻이다. 이 색을 가볍게 넘긴 대가가 숫자로 드러났다. 여행경보가 자주 내려진 나라에서 한국인이 휘말린 사건·사고가 1년 새 50% 가까이 늘었다. 연락이 끊기거나 납치·감금되는 등 신변 안전과 직결된 피해가 특히 가파르게 불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상공을 항공기가 날고 있다.  / 뉴스1
인천국제공항 인근 상공을 항공기가 날고 있다. / 뉴스1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와 경찰청에서 받아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행경보가 가장 많이 발령된 10개국에서 일어난 한국인 관련 사건·사고는 2024년 2708건에서 지난해 4016건으로 48.3% 늘었다. 대상 국가는 러시아, 콩고민주공화국, 캄보디아, 태국, 중국, 엘살바도르, 멕시코, 레바논, 이란, 라오스다.

여행경보는 외교부가 나라와 지역별로 치안, 정세, 재난 상황 등을 따져 위험 수준을 알리는 제도다. 모두 4단계로 운영된다. 1단계 '여행유의'(남색)는 현지에서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뜻이다. 2단계 '여행자제'(황색)는 불필요한 여행을 삼가라는 권고다. 3단계 '출국권고'(적색)가 내려지면 여행을 취소하거나 미뤄야 한다. 이미 머물고 있다면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현지를 떠나야 한다.

4단계 '여행금지'(흑색)는 권고 수준을 넘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외교부 장관의 허가 없이 해당 지역에 들어가면 여권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다. 처벌 수위도 무거워졌다. 무단 방문에 대한 법정형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인 여권법 개정안이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캄보디아 등에서 한국인이 범죄 조직의 표적이 돼 납치·감금되는 사건이 잇따른 게 개정 배경이다. 여행사도 여행금지 지역 상품을 팔 수 없다. 취재나 공무, 긴급한 인도적 사유 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방문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관광이나 선교, 일반 봉사활동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규 4단계와 별도로 단기간에 위험이 급격히 커진 곳에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다. 최대 90일간 유지되는 특별여행주의보는 2단계와 3단계 사이 수준이다. 긴급한 용무가 아니라면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가 정차해 있다. / 뉴스1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항공기가 정차해 있다. / 뉴스1

국가 전체가 여행금지로 묶인 곳은 현재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리비아, 우크라이나, 수단, 아이티, 말리, 이란 등 10개국이다. 이란은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올해 3월 명단에 올랐다. 이번 자료의 10개국 가운데 러시아, 레바논, 콩고민주공화국, 라오스도 일부 지역이 여행금지 구역이다. 외교부는 지난 7월 9일 이들 10개국과 12개 지역의 여행금지를 내년 1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사건 유형별로 보면 연락 두절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24년 248건에서 지난해 617건으로 369건 증가했다. 납치·감금은 246건에서 553건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실종 의심은 39건에서 188건으로 약 4.8배가 됐다. 분실도 730건에서 1080건으로 47.9% 증가했다.

나라별로는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가 2024년 1133건에서 지난해 1580건으로 가장 많았다. 태국은 755건에서 1101건으로, 캄보디아는 348건에서 917건으로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에서만 사건·사고가 569건 늘었다. 10개국 전체 증가분 1308건의 43.5%에 이른다. 납치·감금은 221건에서 51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실종 의심은 9건에서 170건으로 치솟았다. 연락 두절도 52건에서 124건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 뒤에는 캄보디아 곳곳에 자리 잡은 온라인 사기(스캠) 범죄 단지가 있다. 이들은 '고수익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국 청년들을 끌어들인다.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을 빼앗고 감금한 뒤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에 동원한다.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끝에 숨지는 사건이 지난해 8월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스캠 조직 총책급인 중국 국적 함모씨는 올해 1월 태국 파타야에서 붙잡혔다. 현지 단속으로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은 지난해 10월 18일 전세기로 국내에 송환됐다.

정부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 카드를 꺼냈다. 캄폿주 보코산 지역과 바벳시, 포이펫시가 지난해 10월 4단계로 묶였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청에는 지난해 12월 '코리아전담반'이 꾸려졌다. 한국 경찰 7명과 캄보디아 경찰 12명이 함께 근무하는 조직이다. 코리아전담반은 지금까지 범죄 단지에서 한국인 8명을 구조하고 스캠 조직원 등 107명을 검거했다. 시아누크빌에서 한국인이 감금됐다는 가족의 신고가 지난 7월 들어오자 재외공관과 공조해 피해자를 구조했다. 피의자 2명도 붙잡았다.

단속이 이어지면서 피해 신고는 줄기 시작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캠 범죄에 연루된 한국인의 감금 등 피해 신고는 올해 상반기에 1년 전보다 94% 줄었다. 외교부는 지난 3월 6일 수도 프놈펜과 관광지 씨엠립 등의 여행경보를 2단계에서 1단계로 낮췄다. 지난 7월 9일에는 보코산 지역과 바벳시, 포이펫시를 4단계에서 3단계로 내렸다. 다만 캄보디아-태국 국경 50㎞ 이내 지역과 시아누크빌시,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는 여전히 3단계 출국권고 지역이다. 시아누크빌시를 뺀 시아누크빌주 나머지 지역에도 2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여행경보는 수시로 바뀐다. 같은 나라라도 지역마다 단계가 다르다. 출국 전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 목적지의 최신 경보 단계를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하면 24시간 운영되는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현지에서 지나치게 좋은 조건을 내건 일자리 제안은 범죄 조직의 미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