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르기 전 씨익 웃었다”... 강남 연쇄 방화 CCTV에 담긴 섬뜩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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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특허법인 2곳 출입구에 불 질러 19명 부상
범행 장면 담긴 CCTV 공개…경찰, 살인미수 혐의 검토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불을 질러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사무실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됐다. SBS가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영상에는 방화 용의자인 77세 이 모 씨가 인화성 물질이 담긴 통을 들고 건물에 들어와 직원과 대화를 나눈 뒤 불을 지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씨가 모습을 드러낸 뒤 불을 지르고 현장을 빠져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남짓이었다.

SBS가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11시 52분쯤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 출입문이 열리면서 이 씨가 등장했다. 당시 이 씨는 양손에 노란색 액체가 담긴 흰색 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두 통에는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특허법인 사무실 입구로 향한 뒤 여성 직원과 마주쳤다. 두 사람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약 20초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이 씨는 여성 직원에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라는 취지로 말했고 직원이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범행을 시작했다.
사무실 출입구에 불 지르고 도주…범행까지 1분 남짓

이 씨는 손에 들고 있던 통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출입구 주변에 인화성 물질을 쏟아부었다. 이어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거센 불길이 치솟았고 검은 연기가 사무실 입구를 뒤덮었다. 이 씨는 불이 번지자 남은 인화성 물질 한 통을 챙겨 비상계단으로 달아났다.
특히 이 씨가 불을 지른 장소는 사무실의 유일한 출입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길이 출입구를 막으면서 사무실 안에 있던 직원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당 층에서는 3명이 중상을 입는 등 모두 8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피해 특허법인 관계자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 씨가 불을 지르기 직전 웃었다는 직원의 진술도 소개했다. 관계자는 "(이 씨가 불을 지르기 전 여성 직원이) 문을 닫고 들어가 (이 씨의) 눈을 딱 보는데 씨익 웃었다더라"며 "악마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특허법인 관계자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입구에다가 못 빠져나가게 그렇게 딱 그 위치에다가 해놓고"라며 "절로 못 나간다라는 판단이 바로 들었다. 끝이다. 여긴 끝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첫 번째 범행을 마친 이 씨는 약 200m 떨어진 빌딩으로 이동했다. 이후 건물 4층에 있는 또 다른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에도 불을 질렀다. 두 번째 범행 현장에서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1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다쳤다. 이날 두 곳에서 발생한 연쇄 방화로 모두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특허법인 사무실 모두 불이 난 곳은 유일한 출입구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찰은 이 씨가 특정인을 찾았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범행 당시 사람을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겁만 주려고 했다" 주장…경찰, 살인미수 혐의 검토
이 씨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후 서울 지하철 동묘앞역 인근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범행 나흘 전인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자택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 2개와 라이터 등 범행 도구를 미리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불을 지른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관계자들을 겁주고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이 씨는 살인 의도를 부인했다. 취재진이 사람을 살해하려 했는지 묻자 "뭘 죽이려고 해, 겁주려고 했지"라고 답했다. 이어 "사기 치는 분을 세상에 알리려고 (방화했다). 이 나라에서 사기꾼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장소와 사전 준비 과정 등을 고려해 이 씨의 진술을 확인하고 있다. 이 씨가 범행 전에 인화성 물질과 라이터를 구매한 점과 두 사무실 모두 유일한 출입구에 불을 지른 점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범행 직전 특정인을 찾았다는 진술도 확보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씨가 과거에도 같은 특허법인들을 상대로 방화를 시도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약 4년 전에도 해당 특허법인 두 곳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21일 이 씨에게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 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현재 이 씨를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