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밟아 발목 절단됐는데, 국방부가 '보상 0원'으로 결정한 기막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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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폭발로 발목 절단했는데 왜 보상을 못 받나
TNT 검출됐어도 북한 지뢰 증명 못 해 전상 탈락
군 복무중 지뢰 때문에 발목이 절단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북한 지뢰인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전직 군인이 있다.
지난 24일 YTN이 단독보도한 내용이다.
해당 보도를 통해 2019년 김포 철책 전방에서 갈대 제거작전을 수행하다 지뢰를 밟아 왼발이 절단된 이주은 예비역 대위가 두 차례의 국방부 재심사에서도 전상 인정을 받지 못한 사연이 알려졌다. 사고 당시 전투화 잔해물과 복장에서 TNT 성분이 검출됐지만, 북한군 지뢰라는 사실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위는 사고 이후 약 6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군 복무 중 임무를 수행하다 중상을 입었지만, 전공상 심의에서는 적과의 교전 등으로 입은 ‘전상’이 아닌 일반적인 공무 수행 중 부상을 의미하는 ‘공상’ 판정을 받았다.

TNT 검출됐지만 지뢰 종류 특정 못 해
이 전 대위는 2019년 소초장으로 복무하던 중 김포 철책 전방에서 갈대 제거작전을 하다 지뢰를 밟았다. 폭발로 왼발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고,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삐 소리 나고 화약 냄새도 나고, 시야는 블랙아웃 됐다 다시 돌아오고, 수혈을 많이 받았고 목숨이 위험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사고 이후 국방부조사본부가 실시한 감정에서는 전투화 잔해물과 복장에서 TNT 성분이 검출됐다. 반면 다른 화약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 군은 이 결과만으로 사고에 사용된 지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군이 운용하는 지뢰 가운데 TNT를 폭약으로 사용하는 발목지뢰는 없었다. TNT가 사용되는 대인지뢰 M16도 있었지만, 이 지뢰는 도약식 공중폭발 방식이어서 이 전 대위의 사고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 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TNT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북한군이 설치한 지뢰라고 확정할 수는 없었다. 북한군 지뢰라는 점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잔해물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은 폭발물의 성분을 확인했지만, 이를 통해 지뢰의 종류와 설치 주체까지 식별하지는 못했다.

현행법상 전상과 공상은 어떻게 구분하나
전상과 공상은 모두 군 복무 중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사용되는 분류지만, 법적 기준은 다르다. 군 내부의 인사·의무 심사와 국가유공자 등록 심사는 적용되는 법령과 판단 목적이 같지 않아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쉽게 말해 군 내부 분류에서는 부상이 발생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어떤 행위와 상황에서 부상이 발생했는지가 중요하다. 군사작전이나 임무를 수행하다 다쳤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부상이 자동으로 전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전상 기준에 해당하는 상황인지, 일반적인 공무 수행 중 발생한 부상인지 등을 관련 자료에 따라 판단한다.
따라서 전상과 공상의 차이는 단순히 명칭에 그치지 않는다. 군 내부의 신분·인사상 분류, 국가유공자 등록 여부, 장애보상금 등은 각각 해당 법령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판단된다. 다만 전상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보상과 지원이 동일한 방식으로 자동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사 보고서 요청했지만 보안 이유로 받지 못해
이 전 대위는 사고와 관련한 조사 보고서를 요청했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조사 보고서 자체를 처음에 요청했더니 그거는 못 받았다”며 “‘보안상의 이유로 못 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위는 사고 당시 아군 지뢰가 아니라는 조사 결과를 접한 뒤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군 지뢰가 아니라는 판단과 북한군 지뢰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지뢰의 설치 주체를 특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상 인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이 전 대위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두 차례 진행된 국방부 재심사에서도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적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할 책임이 부상자에게 남았다는 것이 이 전 대위 측의 문제 제기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의 조사 책임을 좀 더 강화해야 하고 부상 군인의 입증 부담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뢰 사건들…하재헌 중사 판정 번복
전상과 공상 판정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8월 4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중상을 입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김정원 예비역 중사의 사건이다.
하 중사의 사례와 이 전 대위의 사례는 모두 군 복무 중 지뢰 폭발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확인된 증거와 지뢰의 설치 주체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 적용된 심사 절차에는 차이가 있다. 하 중사의 경우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라는 사실이 확인된 사건이었고, 이 전 대위의 경우 TNT 성분이 검출됐지만 북한군 지뢰라는 점을 확정할 물증이 부족하다는 것이 군 측 판단이다. 두 사건의 결과를 단순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지뢰 피해자의 전상 인정 기준과 입증 책임이 중요한 쟁점이라는 점은 공통된다.

특수위험구역 사고, 전상 인정 기준 바뀔까
이번 이 전 대위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군 복무 중 발생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제한적이거나 조사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상자 개인이 적의 소행을 입증해야 한다면, 전상 여부를 판단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YTN에 DMZ를 포함한 특수위험구역에서 폭발 사고 등으로 다친 장병을 전상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도에서 확인된 것은 국방부의 법안 마련 계획으로, 실제 제도 변경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입법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전상과 공상은 한 글자 차이지만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당사자에게는 보상과 명예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류다. 이 전 대위는 “적어도 군인 신분으로 나라 지키던 사람들이 어떻게 다치든, 어떤 질병에 걸리든 기본적으로는 국가에서 입증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