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생 '은행' 맨손은 위험합니다, 익혀서 얼리면 석 달까지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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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껍질째 두면 상온 일주일, 냉장 한 달 버팁니다.
익혀서 소분해 얼리면 2~3개월 쓰지만 장갑과 섭취량 주의가 필요합니다.

은행나무 아래 노란 열매가 쌓이는 계절이다. 은행의 제철은 9월부터 11월 중순까지로, 지금 장만해 두면 달걀찜이나 영양밥에 한두 알씩 넣기 좋다. 다만 날것에는 독성이 있고 보관도 까다로워서, 껍질을 벗길지 말지부터 얼릴 때의 순서까지 미리 정해 두고 시작해야 한다.
봉지째 상온에 두면 일주일이 한계다
은행은 건조와 고온, 다습에 모두 약하다. 그래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채 두는 쪽이 신선도가 오래 간다. 단단한 껍질이 안쪽 알맹이의 건조와 산화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일본 요리 매체 마카로니는 상온 보관이 은행에 그다지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상온에 둘 때는 통기성 좋은 종이봉투에 담거나 신문지에 싸서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둔다. 그래도 보관 가능한 기간은 일주일 안팎이다. 한낮에 볕이 드는 베란다나 보일러 배관 가까운 자리는 피하고, 일주일 안에 다 먹을 양이 아니라면 곧바로 냉장이나 냉동으로 넘긴다.

냉장은 채소칸에서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면 한 달 간다
냉장 보관도 껍질째가 기본이다. 은행은 마른 환경에도 눅눅한 환경에도 약하므로 키친타월이나 신문지를 살짝 적셔 감싼 뒤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 채소칸에 둔다. 이렇게 하면 한 달 정도 보관할 수 있고, 키친타월이 마르면 새것으로 갈아 준다.
알맹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랗게 변한다. 비취색이 도는 은행을 먹고 싶다면 2주 안에 쓰는 것이 좋다. 물에 담가 두는 방법도 있다. 껍질 붙은 은행을 밀폐용기에 넣고 잠길 만큼 물을 부어 냉장하되 3일마다 물을 갈아 주면 역시 한 달가량 가며, 껍질이 불어 부드러워져 나중에 까기도 수월하다. 물을 제때 갈아 주는 것이 핵심이라 이 일이 번거롭다면 냉동으로 가는 편이 낫다.
껍질 벗기기 전 생 은행은 장갑부터 낀다
생 은행은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일본 요리를 소개하는 저스트원쿡북(Just One Cookbook)은 과육에 든 성분이 심한 피부염이나 물집을 일으킬 수 있고, 증상이 독이 있는 덩굴식물인 포이즌 아이비에 닿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껍질이 붙은 은행을 씻고 옮길 때도 고무장갑이나 일회용 위생장갑을 끼고, 작업이 끝나면 손을 씻는다.
냄새도 알아 둘 만하다. 날 은행은 카망베르 치즈처럼 쿰쿰한 냄새가 나는데, 길에 떨어진 열매를 밟으면 신발에 오래 남는다. 장바구니에서 꺼낸 은행이 껍질 겉에 과육이 묻어 있다면 장갑을 낀 채 닦아 내고 시작한다.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리고,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20년 넘게 걸린다. 일본에서는 도쿄의 가이엔마에, 마루노우치 일대, 쇼와기념공원, 고마자와올림픽공원 등에서 부채꼴 황금빛 잎을 단 은행나무를 볼 수 있다. 직접 주워 먹으려면 껍질이 깨끗하고 매끈한 것을 고른다.

팬에 볶거나 종이봉투째 돌려 껍질을 가른다
껍질을 가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름 없는 마른 프라이팬에 볶거나, 종이봉투에 담아 입구를 접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 껍질이 갈라질 때까지 익힌다. 가열 시간은 양과 기기에 따라 달라 숫자로 못 박기 어렵다. 갈라지는 소리와 모양을 보며 조절하고, 봉투 안에서 터질 수 있으니 꺼낸 뒤 잠깐 식히고 연다.
갈라진 껍질은 망치나 밀대, 호두까기로 살살 두드려 깐다. 안쪽에 남은 얇은 속껍질은 손으로 벗기거나 끓는 물에 몇 초 데치면 잘 떨어진다. 물에 불려 둔 은행이라면 껍질이 이미 물러 있어 이 과정이 한결 편하다.
부서진 껍질 조각은 음식을 다루는 도마가 아니라 따로 둔 접시에 모은다. 손질을 마치면 손과 도구를 다시 씻는다. 손질이 부담스러우면 껍질 깐 알이 든 통조림이나 진공포장 제품을 쓰는 방법도 있으며, 이런 제품은 제철이 아닐 때도 구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아시아·중국·일본 식료품점에서 통조림과 진공포장 제품을 판매하고, 제철에는 껍질 붙은 생은행을 파는 중국 식료품점도 있다.

익힌 알을 1회분씩 랩에 싸 얼리면 석 달까지 간다
가장 오래 두는 방법은 껍질을 벗기고 익혀서 얼리는 것이다. 먹을 분량씩 랩으로 싸 지퍼백에 담으면 해동 없이 얼린 채로 조리에 쓸 수 있고, 보관 기간은 2~3개월이다. 한 번 꺼낼 때 필요한 만큼만 쓰도록 1회분 크기를 작게 잡는 것이 요령이다.
포장에는 날짜를 적어 두고 오래된 것부터 꺼낸다. 껍질을 벗겼는지, 익혔는지에 따라 보관 기간이 달라지므로 가능한 한 짧은 기간 안에 쓰는 것이 안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냉동식품을 영하 18도 이하에서 보관하라고 안내한다. 문을 여닫을 때 온도가 오르내리는 문 쪽보다 냉동실 안쪽에 두고, 계속 얼어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얼린 채 솥밥·달걀찜·국에 바로 넣는다
익힌 은행은 해동하지 않고 그대로 요리에 넣는다. 일본에서는 달걀찜 비슷한 자완무시와 은행을 넣어 지은 밥, 오뎅, 수프, 스튜, 볶음에 두루 쓰고 소금을 뿌려 구워 먹기도 한다. 국내라면 영양밥이나 솥밥, 달걀찜, 국물 요리가 가장 가깝다.
익힌 은행은 밤처럼 달고 살짝 고소하며,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이 난다. 얼린 알은 국물이나 밥 속에서 속까지 충분히 데워지도록 조리 처음부터 함께 넣는다. 한 번에 많이 넣어 간식처럼 먹기보다 요리에 포인트로 몇 알 곁들이는 방식이 보관 계획과도 잘 맞는다.

하루 먹는 양을 정하고 상한 알은 과감히 버린다
은행에는 신경독소 성분이 들어 있다. 저스트원쿡북은 하루 권장량을 어린이 5알, 성인 10알 정도로 제시하며, 많이 먹으면 복통과 메스꺼움, 구토, 설사, 경련이 나타나고 드물게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적었다. 이는 해외 요리 블로그가 밝힌 수치라 국내 권고와 다를 수 있으니, 이보다 적게 먹는 쪽으로 잡는다. 아이에게 줄 때는 아주 적은 양만 주고, 관련 지병이 있다면 의료진의 안내를 따른다.
전통 중국 의학에서는 은행을 천식·호흡기 질환, 기관지염, 비뇨기 질환을 누그러뜨리는 데 써 왔다. 호두나 아몬드 같은 다른 견과류보다 열량이 훨씬 낮고, 리보플라빈·나이아신·티아민·판토텐산·비타민 B6·엽산을 소량 함유한다. 구리·망간·칼륨·칼슘·철·마그네슘·아연·셀레늄도 풍부하다.
껍질을 깐 뒤에도 눈으로 확인한다. 쉰내가 나거나 곰팡이가 핀 알, 껍질을 벗긴 뒤에도 상처가 남아 있는 알은 먹지 않고 버린다. 냉동하기 전에 한 알씩 골라내면 나중에 얼린 봉지를 열고 후회할 일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