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같은 길”… 올림픽 금메달만 3개 딴 국가대표, 은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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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길, SNS에 25년 선수 생활 마무리 소식 공개
18년 태극마크 구본길, 은퇴 글에서 털어놓은 속마음
한국 남자 사브르를 18년 동안 지켜온 구본길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구본길은 지난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이번 전국체육대회를 끝으로 25년간 이어온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고 알렸다.
후배 오상욱과 맞붙은 마지막 개인전
구본길은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SK텔레콤 그랑프리를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개인전 상대는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후배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사브르 개인전 16강에서 첫 경기부터 만났다. 구본길은 2024년 이 대회 개인전 우승자였다. 경기 초반에는 두 선수가 팽팽하게 맞섰다. 하지만 중반부터 오상욱이 경기를 이끌었고, 결국 15대10으로 이겼다.
오상욱은 이후 준준결승에서 이한석(충남체육회)을 15대5로 꺾었다. 준결승에서는 대표팀 후배 도경동(대구광역시청)을 15대14로 눌렀다. 이어 결승에서는 하한솔(성남시청)을 상대로 12대0까지 앞선 끝에 15대1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에게는 지난해에 이어 전국체전 개인전 2연패이자 일반부 통산 7번째 개인전 우승이었다.
올림픽 단체전 3연패·아시안게임 금메달 6개
구본길은 중학생 때 코치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6년에는 청소년 세계선수권대회 대표로 뽑혔다. 그리고 2008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같은 해 성인 국가대표로 합류하면서 한국 남자 사브르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 무대에서는 단체전 금메달만 3개를 따냈다. 그는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고,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와 2024년 파리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 금메달은 비유럽 국가 최초의 올림픽 펜싱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또한 한국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로도 기록됐다. 파리 대회 금메달은 한국 하계 올림픽 통산 300번째 메달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더 많은 금메달을 달성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개인전에서 처음 금메달을 딴 그는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개인전 3연패를 이뤘다. 단체전에서도 인천과 자카르타·팔렘방 그리고 항저우 대회까지 3회 연속 우승을 거뒀다. 이렇게 모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6개는 펜싱 남현희와 수영 박태환 등이 보유한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 기록과 같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4개를 가져왔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 7개와 단체전 10개를 합쳐 금메달 17개를 따냈다. 한때 개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후배에게 한 약속과 마지막 인사
구본길과 오상욱의 맞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에서도 두 사람은 맞붙었다. 당시 구본길은 오상욱을 15대14로 꺾고 개인전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자신이 이기면서 오상욱이 병역 특례를 받을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구본길은 "단체전에서 반드시 후배들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단체전 결승에서 이란을 45대32로 꺾으며 그 약속을 지켰다.

은퇴 글에서 구본길은 18년 동안 이어진 국가대표 시절을 돌아봤다. 그는 치열하게 훈련했던 날들과 버겁고 막막했던 순간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던 환희가 차례로 떠오른다고 적었다. 이어 "다시 태어나 같은 길을 걷는다 해도 좋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구본길은 "대한민국 펜싱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금 더 설레는, 조금 더 반짝이는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가 보겠다"고 말했다.
은퇴 글에는 동료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전국체전에서 구본길을 꺾은 오상욱을 비롯해 도경동과 원우영 펜싱 국가대표팀 코치 등이 응원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