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준 층간소음 살인사건'이 아무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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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에 법적 책임 묻기로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갈등 끝에 70대 주민이 살해된 사건의 유족 측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유족 측은 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소음 예방과 갈등 관리를 소홀히 해 참극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양민준 층간소음 살인사건'이 아무도 예상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연합뉴스가 2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피해자 측은 두 기관의 소극적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내달께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에는 두 기관에 공공임대주택 층간소음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가해자 양민준은 지난 23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2형사부(이선미 부장판사)는 살인·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양씨는 지난해 12월 4일 오후 2시 32분께 충남 천안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70대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에 찔린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피해 문을 잠갔다. 양씨는 승용차를 몰고 관리사무소로 돌진해 문을 부순 뒤 A씨에게 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 측 설명에 따르면 양씨는 범행 수년 전부터 소음을 핑계로 A씨를 위협하는 일이 잦았다.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지만 중재에 그쳤다. A씨가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두 사람 모두 다른 집으로 옮기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단지 안에 빈집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사이 사건이 벌어졌다.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피앤피 대표변호사는 연합뉴스에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와 층간소음 민원은 증가하는데 층간소음 개선책은 미흡하다. 같은 단지 내에서 빈집이 나오길 기다려 이주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는 하는데, 이 역시 신속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층간소음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반짝 관심을 받지만, 곧 잊히고 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문제를 제기하고, 경각심을 주고자 소송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다른 단지로 이주시키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 단계부터 층간소음 방지 기술 도입을 의무화하고 갈등 단계별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층간소음 갈등이 얼마나 많은지는 공공기관 상담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받아 이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1단계 층간소음 전화상담은 35만5047건에 이르렀다.

연도별 상담 건수는 2021년 4만6596건에서 2025년 3만266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도 8월까지 2만6852건이 접수됐다. 하루 평균 110건꼴이다.

현장 대응은 크게 부족했다. 같은 기간 2단계 현장진단 접수 9만937건 가운데 77.1%인 7만124건은 추가 전화상담으로 처리됐다. 방문상담은 1만6602건(18.3%)에 머물렀다. 실제 소음측정까지 이뤄진 경우는 4211건(4.6%)에 불과했다. 황 의원은 사후 관리와 현장 중재 체계를 강화하고 고품질 주택 건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임대주택 소음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이성훈 LH 사장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임대주택 벽간소음 관리 문제를 짚은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품질 관리가 중요하고 주거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이 문제를 꼼꼼히 챙기겠다는 뜻도 밝혔다.

제도 개선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층간소음을 개인 간 분쟁에 맡기지 않고 시공 단계부터 통합 관리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주체를 통한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조정과 소음 차단 조치 권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주택법에도 사용검사 전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규정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검찰에 송치된 '천안 층간소음 살해' 피의자 양민준이 2025년 12월 12일 천안 동남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검찰에 송치된 '천안 층간소음 살해' 피의자 양민준이 2025년 12월 12일 천안 동남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그사이 층간소음이 발단이 된 강력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 층간소음 갈등 끝에 위층 주민을 살해한 20대 남성에게도 지난 21일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이영철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서 검찰 구형량인 징역 20년보다 무거운 형을 내렸다.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은 징역 30년, 2명은 징역 25년 의견을 냈다.

이 남성(28)은 올해 5월 9일 대구 서구 평리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위층에 사는 50대 남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그는 2023년 입주한 뒤 위층 가족과 수년간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범행 당일에는 소음에 잠이 깨자 위층이 일부러 소리를 낸다고 의심해 흉기를 들고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건물 배관 소음에 대한 공지가 있었던 점 등을 들어 소음이 모두 피해자 가족에게서 나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층간소음이 강력범죄로 번지는 사례는 해마다 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16∼2021년 형사사건 판결문을 분석해 2023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