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꿀팁] 고춧가루는 '소분'해 얼려보세요, 김장 때까지 향이 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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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 놓은 고춧가루는 향과 색이 빨리 빠진다.
작게 나눠 냉장·냉동하고 마른 숟가락으로 쓰는 법을 정리했다.

김장철이 코앞이라 고춧가루를 미리 사 두는 집이 늘어나는 시기다. 문제는 큰 봉지 하나를 몇 주 동안 열었다 닫았다 하며 쓰는 사이 향과 색이 조금씩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양념을 버무리는 날 봉지를 열었더니 붉은빛이 칙칙하고 냄새가 밍밍하다면 보관 단계에서 이미 승부가 난 것이다. 그 차이는 봉지를 어디에 두느냐보다 얼마나 잘게 나눠 두었느냐에서 갈린다.
마른 고추라서 오래 간다는 생각은 가루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
통째로 말린 고추와 갈아 놓은 고춧가루는 같은 재료여도 보관 사정이 다르다. 갈면 산소와 빛, 열에 닿는 표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향과 색이 통고추보다 빨리 사라진다. 가스레인지 옆 수납장이나 햇볕이 드는 베란다 선반에 큰 봉지를 그대로 올려 두는 습관이 가장 불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향신료 보관에 관한 자료들은 서늘하고 어둡고 건조한 곳이 따뜻한 선반보다 낫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일치한다. 다만 모든 향신료를 반드시 냉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래도 김장처럼 오랜 기간 나눠 쓰고, 특히 포장이 큰 고춧가루라면 냉장이나 냉동이 현실적인 품질 관리 방법이다.

산소·빛·열이 한꺼번에 덤비는 것이 가루의 약점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고춧가루 알갱이 하나하나가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다 보니 봉지를 열 때마다 새 공기가 들어와 향을 날리고 색을 바래게 한다. 여기에 빛과 열이 더해지면 변화는 더 빨라진다. 그래서 보관의 목표는 세 가지를 동시에 줄이는 것이다. 공기를 빼고, 빛을 막고, 온도를 낮춘다.
여기서 꼭 알아 둘 한계가 있다. 냉동은 이미 날아간 향을 되살리지 못하고 앞으로의 품질 저하 속도를 늦출 뿐이다. 오래 묵어 향이 빠진 가루를 냉동실에 넣는다고 햇고춧가루처럼 돌아오지는 않는다. 소분과 냉동은 사 온 직후, 상태가 가장 좋을 때 하는 작업이어야 효과가 있다.
몇 주 쓸 만큼만 꺼내 두고 나머지는 냉동실로 보낸다
가정용 봉지를 사 왔다면 먼저 몇 주 안에 다 쓸 수 있는 양씩 작게 나눈다. 이 가운데 당장 쓸 한 몫만 뚜껑이 꼭 닫히고 빛이 비치지 않는 불투명 용기에 담아 주방에 둔다. 용기는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에서 올라오는 증기, 직사광선이 닿는 자리에서 떨어뜨려 놓는다. 투명 용기뿐이라면 서랍이나 문이 닫히는 수납장 안에 넣어 빛을 막는다.
나머지 몫은 밀폐 포장에 담아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넣는다. 밀봉 전에 공기를 가능한 만큼 빼고, 포장마다 구입일이나 개봉일을 적어 둔다. 좁은 아파트 냉동실에서는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뺀 뒤 납작하게 눕혀 얼리면 자리를 덜 차지하고 꺼내기도 쉽다. 날짜가 적혀 있으면 오래된 것부터 쓰게 되어 한 봉지가 구석에서 몇 달씩 잊히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냉동실에서 꺼낸 통은 열지 말고 실온에 먼저 두어야 한다
얼린 가루를 쓸 때 가장 흔한 실수는 냉동실에서 꺼내자마자 뚜껑을 여는 것이다. 차가운 용기를 열면 공기 중 수분이 가루 표면에 맺혀 뭉치고 눅눅해진다. 밀봉한 채 실온에 두어 온도가 맞춰진 뒤에 열면 이슬이 맺히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큰 봉지 하나를 냉동실에 넣었다 뺐다 반복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꺼낼 때마다 결로와 온도 변화를 겪는 것은 봉지 전체다. 작은 몫으로 나눠 두면 한 번에 하나만 꺼내므로 나머지는 얼어 있는 채로 손이 닿지 않는다. 같은 원리로 냉장실에 둔 몫도 쓸 때만 꺼내고 바로 돌려놓는다.

가루는 마르게 다뤄야 하고 젖은 숟가락이 가장 흔한 범인이다
고춧가루는 수분에 약하다. 물기가 남은 숟가락, 끓는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 씻고 덜 말린 계량컵이 닿으면 가루가 뭉치고 품질 유지 기간이 짧아진다. 김장 양념용으로 찹쌀풀을 쑤는 날이라면 냄비 바로 옆에서 통을 열어 두지 말고, 필요한 양을 덜어 낸 뒤 곧바로 뚜껑을 닫는다.
양념을 만들 때는 차가운 소분 몫에서 완전히 마른 숟가락으로 필요한 만큼만 덜고 바로 보관 자리로 돌려보낸다. 덜다가 남은 가루를 다시 통에 부어 넣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방에서 쓰는 숟가락은 씻은 뒤 물기를 닦아 두었다가 쓰는 편이 안전하다.
곰팡이·이상한 냄새·벌레 흔적·눅눅함이 하나라도 보이면 버린다
보관을 아무리 잘해도 확인은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있거나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드나든 흔적이 있으면 그 가루는 쓰지 않는다. 습기가 빠지지 않고 계속 눅눅하게 뭉쳐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념에 들어가면 걸러낼 방법이 없어 김치 한 통을 통째로 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향이 약해졌을 뿐 위의 신호가 없다면 먹을 수는 있다. 다만 맛이 덜 나 양념에 평소보다 많이 넣게 되므로, 이런 가루는 김장 같은 큰 작업보다 찌개나 나물처럼 소량 쓰는 요리에 먼저 돌리는 편이 낫다.

김장 한 달 전부터 정해 두는 소분 루틴
사 온 날에는 소분과 날짜 적기를 한 번에 끝낸다. 몇 주 쓸 분량의 작업용 한 통, 김장 양념 몫으로 따로 떼어 둔 몇 통, 나머지 비축분으로 나눠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가족이 한 번에 쓰는 양을 기준으로 소분 크기를 맞추면 열었다 남기는 일이 줄어든다.
김장 당일에는 전날 냉동실의 김장 양념용 몫을 꺼내 밀봉한 채 실온에 둔다. 당일 아침 온도가 맞춰진 통을 열어 마른 숟가락으로 계량하고, 남은 가루는 곧바로 밀봉해 냉장실이나 냉동실로 돌려놓는다. 이 순서만 지켜도 같은 가루로 만든 양념의 빛깔과 향 차이가 커진다. 소분이 번거로운 것은 사 온 날 하루뿐이고, 이후 몇 달 동안은 한 통씩 꺼내 쓰는 편안함이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