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국을 냄비째 두면 안 되는 이유, 얼음물 식힘 말고 '이 방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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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국을 냄비째 두면 속은 오래 위험온도대에 머문다.
얼음물로 식히는 법부터 냉동 포장, 해동, 재가열까지 정리했다.

국이나 탕을 큰 냄비 가득 끓여 두면 며칠은 식사 걱정이 없다. 문제는 불을 끈 뒤다. 뚜껑만 덮어 가스레인지 위에 두었다가 밤늦게 냉장고로 옮기는 사이, 국은 가장 위험한 시간대를 지난다. 남은 국을 어떻게 식히고 얼리느냐에 따라 다음 날의 맛도, 배탈 여부도 달라진다.
냄비째 냉장고에 넣어도 국은 식지 않고 다른 음식만 데워진다
뜨거운 국 냄비를 그대로 냉장고나 냉동실에 밀어 넣으면 해결될 것 같지만 오히려 역효과다. 냄비의 열이 안에 있던 다른 음식을 데우는 반면, 정작 국은 충분히 빨리 식지 않아 위생 문제가 따라온다. 식품안전 전문가 다린 데트와일러(Darin Detwiler)는 부피가 큰 음식은 아주 천천히 식기 때문에 용기 한가운데가 몇 시간 동안 위험온도대에 남는다고 설명한다. 국물이 깊고 양이 많은 냄비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를 약 4~60도로 보고, 이 구간을 2시간 이내에 빠르게 통과시키라고 안내한다.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이 제시하는 세균 증식 구간도 같은 범위다. 큰 냄비를 한 덩어리로 식히면 한가운데가 이 구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해법은 식는 속도를 끌어올리는 쪽에 있다.

냄새와 맛으로는 안전을 가릴 수 없어 시간이 기준이 된다
데트와일러는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일부 대장균이 음식의 냄새·맛·겉모습을 뚜렷하게 바꾸지 않는다고 짚는다. 한 숟갈 떠먹어 보고 괜찮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는 안전을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조리한 음식을 냉장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2시간 이내이고, 바깥 기온이 약 32도를 넘으면 1시간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도 같은 방향이다.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도록 안내하고, 가정에서는 냉장식품을 5도 이하로 보관하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냄비를 식탁 옆에 둔 시간도 이 2시간에 포함된다. 식사가 끝나면 이야기는 잠시 미루고 국부터 정리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싱크대 얼음물과 얕은 용기를 쓰면 위험구간을 빨리 통과한다
큰 냄비라면 싱크대에 찬물과 얼음을 넉넉히 채우고 냄비째 담가 두는 방법이 가장 쉽다. 가끔 국을 저어 주면 열이 고르게 빠지고, 손으로 만졌을 때 미지근한 정도까지 내려가면 충분하다. 국자로 국을 작은 용기에 나눠 담으면 식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열이 빠져나가기 쉽도록 깊은 통보다 얕고 넓은 용기를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소량의 뜨거운 음식은 바로 냉장고에 넣어도 안전하고, 얼음물에 담가 빠르게 식힌 뒤 넣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뚜껑은 다 식은 뒤에 덮어야 한다. 열이 갇히면 식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식은 뒤에는 뚜껑을 닫아야 냉장고 냄새가 국에 배지 않는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을 때는 20~30분 정도 살짝 식혀서 열에 용기가 변형되지 않게 한다. 얕은 용기 여러 개는 포개어 넣을 수 있어 좁은 아파트 냉장고에서도 자리를 덜 차지한다.

냉동용 포장은 여유 공간과 라벨, 따로 얼릴 건더기가 좌우한다
냉동실에 넣을 용기는 냉동 가능 표시가 있는 밀폐용기를 고른다. 플라스틱이라면 두껍고 튼튼한 제품이어야 한다. 얇은 용기는 국물이 얼며 부피가 늘 때 틈이 벌어질 수 있다. 1L 안팎의 용기나 지퍼백이 1~2인분에 알맞고, 지나치게 큰 용기는 해동할 때 골칫거리가 된다.
국물을 담을 때는 위쪽에 약 1.3~2.5cm 공간을 남긴다. 액체는 얼면서 팽창하기 때문이고, 공간이 너무 크면 이번에는 냉동 화상(식품 표면이 마르고 성에가 끼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용기마다 날짜와 국 이름을 적어 두면 3개월 안에 먹을 순서를 정하기 쉽다. 한 번에 다 데우지 않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1인분씩 나눈다.
국수·밥·곡물이 들어간 국이라면 이것들은 따로 얼려야 해동 뒤에 퍼지지 않는다. 바삭한 맛을 살리려던 고명도 마찬가지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간 국은 얼리면 입자가 거칠어지거나 분리될 수 있으므로, 유제품을 넣기 직전까지만 만들어 얼리고 데운 뒤에 넣는다.

뜨거운 채 냉동실에 넣으면 용기도 식감도 상한다
급한 마음에 아직 뜨거운 국을 냉동실에 넣고 싶어질 때가 있다. USDA는 식품안전 측면에서 위험하지는 않지만 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뜨거운 음식이 담긴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가 차가운 냉동실에서 급격한 온도 차(열충격)를 겪으면 플라스틱이 휘거나 유리가 깨질 수 있다. 유리 파편이 국에 섞이면 통째로 버려야 한다.
식감 문제도 있다. 아주 뜨거운 음식을 바로 얼리면 큰 얼음 결정이 생겨 맛과 질감이 떨어진다. 얼음물에 한 번 식히고 냉동실에 넣으면 용기와 식감을 함께 지킬 수 있다. 냉동 보관 온도는 영하 18도 이하가 기준이므로, 냉동실이 이 온도를 유지하는지도 가끔 살핀다.
냉장은 3~4일, 냉동은 2~3개월 안에 먹고 해동은 냉장실에서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국은 냉장실에서 3~4일, 냉동실에서 2~3개월 보관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준이며 국내 권고와 다를 수 있다. 3개월을 넘기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얼었다 녹는 과정에서 생긴 물이 국을 싱겁게 만들 수 있다. 며칠 안에 다 먹지 못할 양이라면 첫날부터 냉동실로 보낸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하룻밤 두는 것이 정석이다. 급하면 찬물을 흘려 녹이고, 바로 데울 거라면 전자레인지를 쓴다. 상온에 꺼내 두고 몇 시간 녹이는 방법은 피한다. 데트와일러는 거의 얼어 있으니 안전하다고 믿기 쉽지만 바깥쪽은 금세 위험온도대로 올라가고 속은 여전히 얼어 있다고 경고한다.
재가열은 약한 불이나 전자레인지에서 중간중간 저으며 속까지 뜨겁게 한다. 음식을 약 74도까지 데우면 생겼을지 모를 세균을 없앨 수 있다. 다만 이는 마지막 안전장치일 뿐, 몇 시간씩 실온에 둔 국을 되살리는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얼린 국을 곧장 냄비에 쏟아 센 불에 올리는 것도 피한다.

소분 요령 하나로 겨울 내내 국을 돌려 먹는다
지퍼백은 활용도가 높다. 라벨을 붙인 뒤 그릇이나 높은 용기에 걸쳐 가장자리를 접어 두고 식힌 국을 부으면 쏟지 않고 담을 수 있다. 공기를 최대한 빼고 밀봉해 납작하게 한 겹으로 얼린 다음, 다 얼면 세워서 파일처럼 꽂는다. 좁은 냉동실에서도 필요한 한 봉지를 쉽게 꺼낸다.
뚜껑이 있는 큰 얼음 틀에 국을 얼려 두었다가 필요한 만큼만 꺼내 쓰는 방법도 있다. 카레나 찌개처럼 한 번에 양이 많은 음식도 얕은 용기에 나눠 식히고 라벨을 붙여 얼리는 원리는 같다. 건더기와 국물, 면과 밥을 따로 얼리고 유제품은 데운 뒤에 넣는 습관까지 들이면, 다시 데웠을 때 처음 끓인 날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