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지에서 폭발음 900회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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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에 지뢰 96만 발 추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벌이는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올해 들어 인천 강화군 맞은편 지역에서만 900차례 넘게 감지됐다.

MBC가 2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군 당국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서부전선 북한 개풍군 일대에서 900번이 넘는 폭발음을 포착했다. 하루 평균 3회꼴이다. 군은 정확한 횟수를 파악하고 있지만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국경선 요새화 작업 과정에서 나온 폭발음일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MBC 취재진은 22일 오후 인천 강화에서 북한 쪽을 촬영하던 중 폭발 장면을 포착했다. 네 차례 폭발음이 연이어 울린 뒤 흙먼지가 치솟았다. 폭약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작업으로 보인다.
경기 김포 애기봉에서 바라본 개풍군 일대에는 강을 따라 철책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요새화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듯 철책은 산 능선과 중턱까지 휘감고 있다. 북한군과 인부들이 곳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철책은 전기 장치와 전선, 가시철조망을 겹겹이 두른 3중 구조다. 북한군은 암석 등으로 철책 설치가 어려운 곳에 폭약을 터뜨려 땅을 고른 뒤 철책을 잇는 것으로 보인다. 군데군데 감시초소도 세우고 있다.
잦은 폭발에 강화군 주민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옥순씨는 MBC 인터뷰에서 폭발음이 "꽝꽝 들린다"며 "그러면서 저기서 먼지가 이렇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폭발 이후 북한 쪽에 새 시설물이 들어서는 모습을 목격한 주민도 있다. 주민 안효준씨는 "저쪽에 길이 없던 게 지금 다 길이 나는 건지, 뭘 하는 건지"라며 "계속 이쪽으로 오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폭음이 반복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군 당국은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2024년 4월부터 MDL 일대에 지뢰지대와 철책, 전술도로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2025년 3월부터는 작업 범위를 MDL 전 구간으로 넓혔다. 올해는 하루 최대 7000여 명을 투입해 지뢰 매설과 방벽 축조, 수풀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철도도 끊었다.
요새화 작업과 함께 지뢰 매설도 크게 늘었다. 북한이 2024년 이후 비무장지대(DMZ)에 묻은 지뢰는 96만 발로 추산된다. 국방부가 국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보고한 수치다. MBC는 DMZ 내 전체 지뢰의 절반가량이 최근 2년 사이 매설된 셈이라고 전했다. 군은 일부 지역에서 북한군 지뢰지대가 MDL을 넘어 남쪽까지 조성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국정감사에서 MDL 이남에 수백 발 이상의 북한 지뢰가 묻혀 있을 것이라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판단에 대해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MDL 남쪽에 묻힌 북한 지뢰는 실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달 21일 오전 10시50분쯤 경기 파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우리 군 간부 3명이 지뢰 폭발로 다쳤다. 수색로 개척 작전은 미확인 지대에서 지뢰와 불발탄 등을 확인하며 안전한 통로를 확보하는 작전이다.
사고 당시 상황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영상과 함께 공개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설명에 따르면 1차 폭발은 수색대대장 앞에서 탐지를 맡은 공병 요원이 철수하려고 왼발을 내딛는 순간 일어났다. 대대장은 쓰러진 요원에게 달려가다 2차 폭발로 쓰러졌다. 중령인 대대장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 국군수도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대대장을 포함한 간부 2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부상자 3명은 모두 지뢰 덧신을 신고 있었다.
사고 발생 엿새 뒤인 지난달 27일 합동 현장조사가 시작됐다. 합참은 이달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유엔군사령부(유엔사)와의 공동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군이 매설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가 폭발 원인이라고 최종 결론 내렸다.
군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달 5일 사고 현장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폭파 방식으로 제거했다. 합참은 북한에 부상 장병들에 대한 사과와 지뢰의 즉시 제거를 요구했다. 북한이 스스로 지뢰를 제거하지 않으면 제거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달 30일 담화에서 이번 사건을 남측의 "자작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한국군이 사격하면 즉각 보복하겠다고 위협하며 우리 군 21보병사단 DMZ 방향에 전술적 반격 수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도 이달 6일 우리 군의 최종 조사 결과를 "자작극"이라고 깎아내렸다. 한국군이 북측 영토를 침범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군은 유엔사와 함께 사고 현장 외에 MDL 이남의 다른 지뢰 매설 의심 지역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