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99점 받았다' 후기에 발칵 뒤집혀 600명 재시험 치른 대학교
작성일
"시험문제 캡처해 AI에 전달하고 답변을 음성으로 받아 풀었다"
건국대학교의 한 교양과목 중간고사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져 수강생 600여명이 대면 방식으로 시험을 다시 치르게 됐다. 한 학생이 AI를 써서 99점을 받았다는 후기를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JTBC가 23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건국대의 한 교양과목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중간고사를 치렀다.
이 과목은 약 600명이 수강하는 비대면 강의다. 학교 측은 화상 카메라로 시험을 관리·감독했다. 그러나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까지 막지는 못했다.
담당 교수는 사흘 뒤인 22일 답안을 채점하던 중 장문의 공지를 올렸다. 교수는 “AI 활용 등 부정행위로 인해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며 시험을 무효로 하고 대면 시험을 다시 치르겠다고 알렸다. 교수는 "다른 학생들이 바보라서, AI 활용 능력이 떨어져서 정당하게 시험을 본 게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건국대는 "부정행위자가 특정되면 학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혹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한 학생은 “AI를 써서 99점이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시험문제를 캡처해 AI 프로그램에 전달하고 답변을 음성으로 받아 문제를 풀었다"고 적었다. 문제를 화면으로 띄워 놓은 채 AI가 읽어 주는 답을 듣고 답안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대면 시험일수록 AI를 몰래 쓸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대학생 김다니엘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더 좋은 AI를 쓰느냐의 대결인 수업이니 수업을 안 들어도 된다며 '꿀 강의'로 추천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AI를 써도 답안이 똑같이 나오지 않게 하는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대학생 신욱씨는 “AI를 쓰고 거기서 '내 말투로 바꿔 줘' 이런 식으로 계속 수정해서 시험에 사용한다”고 했다.
대학가의 AI 부정행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연세대에서는 '자연어처리(NLP)와 챗GPT' 과목에서 AI 등을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부정행위 의심자는 50명가량이었다. 연세대는 학생 처분을 담당 교수에게 맡기고 AI 윤리를 논의하는 긴급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고려대에서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400여명이 수강하는 교양과목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의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일부 학생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시험 화면을 캡처해 공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담당 교수는 시험 중 화면과 얼굴, 손을 촬영해 제출하게 하는 등 부정행위 방지 조치를 했다. 그런데도 부정행위를 막지 못했다. 고려대는 해당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로 했다.
네티즌들은 비대면 시험 방식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한 네티즌은 “AI가 있는데 비대면 시험을 고집한 대학과 교수가 더 안일하게 잘못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시험을 비대면으로 시행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안일했다"며 "학생들이 제출하는 과제도 본인이 직접 수행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험은 모여서 봐야지. 캠으로 본다고 그게 되겠어? 시험 방식부터 안일했다", "등록금이 500만원이 넘는데 왜 비대면 강의를 하나. 강의실이 없으면 늘리든가 아니면 건물에 맞게 학생을 뽑든가 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부정행위를 한 학생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증거가 명확한 부정시험이면 0점 처리하고 징계를 내려야지 재시험이 뭐야"라고 했다. 재시험을 결정한 교수를 두고 "진정으로 멋있다. 정의가 불의를 어떻게 심판하는지 일깨워 줬다"며 지지하는 반응도 있었다. "당연히 재시험을 봐야지. 그런데 AI로 시험 본 것을 자랑스럽게 글로 쓴 사람은 무슨 자신감이냐", “AI 안경을 쓰고 시험을 보거나 AI 사용 불가 시험에서 쓰다 걸리면 적어도 10년간은 모든 시험 자격을 박탈하라”, "학생은 처벌 안 받나"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칼이 있다고 다 살인하고 라이터가 있다고 다 방화하지는 않는다"며 "인서울 대학씩이나 다니는 인재가 AI로 부정시험을 치르다니 범죄자들과 다를 바가 있나"라고 했다.
반면 AI 시대에 맞게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AI 시대에 비대면 시험을 보려면 다 감안해서 문제를 내거나 시대에 맞춰야지 언제까지 학생들 도덕성 타령만 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제 암기하는 시험의 시대는 지나갔다. 시험 형식을 바꿔야 한다", “AI한테 맡기면 척척 푸는 걸 뭐 하러 생고생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젠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