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레전드, '성폭력 의혹 제기' 손배소 2심 승소…"1억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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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 폭로자에 1억원 배상 판결
서울고법 민사13-3부(부장판사 황진구·백강진·이규홍)는 기성용이 초등학교 축구부 후배 A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23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 비용도 A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가 공동으로 기성용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폭력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을 A씨 측이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의 사실 부존재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관련 법리에 따라 '그런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수긍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떤 일이 없었다는 사실은 증명하기 어렵다. 이런 사건에서는 그 일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이 먼저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는 피고 측에서 관련 소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이 판단했고, 항소심에서 추가 제출된 증거와 증언을 봐도 1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새 증거를 내고 증인까지 세웠지만 결론을 바꾸지 못했다. A씨가 이번 판결에도 불복하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정하정)는 지난해 7월 9일 기성용이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공동으로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당시 재판부는 별도의 판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기성용이 소송을 낸 지 4년 4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1심 판결 이후 B씨는 항소를 포기했다. B씨에 대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지난 3월 20일 열렸다. 이후 7개월 만에 항소심 결론이 나왔다.
양측의 법정 공방은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건은 2021년 2월 시작됐다. A씨와 B씨는 전남 순천중앙초등학교 축구부에서 함께 뛰던 2000년 1월부터 6월 사이 축구부 숙소에서 선배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2021년 2월 24일 주장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성폭행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장한 내용은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두 사람은 기성용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로 내용으로 미뤄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이 기성용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기성용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같은 해 3월에는 A씨와 B씨를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와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냈다.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은 2022년 3월 열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 사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멈췄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23년 8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A씨와 B씨를 불송치했다. 경찰은 기성용이 성폭력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관련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민사소송 변론은 2024년 1월 2년여 만에 다시 열렸다.
양측은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을 두고도 법정 다툼을 벌였다. 기성용의 법률대리인이던 C 변호사는 2021년 5월 입장문을 내고 A씨와 B씨를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고 불렀다. 이에 A씨와 B씨는 명예훼손과 모욕을 당했다며 C 변호사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 소송에서 C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한 것은 법률대리인으로서 필요한 업무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대국민 사기극 피의자'라는 표현이 다소 자극적이긴 하지만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는 취지다. 기성용의 유명세와 사건에 쏠린 사회적 관심을 고려하면 언론에 의혹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도 변호사 업무 범위 안에 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도 지난해 4월 10일 A씨와 B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기성용은 지난해 7월 1심 승소 직후 인스타그램에서 “4년 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 긴 시간을 인내하고 기다릴 수 있었던 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길고 지난한 싸움이니 가지 말라고 조언했던 변호인이 많았다. 그렇지만 허위 사실로 인해 오해받고 조롱받는 치욕스럽고 억울한 삶을 사는 것은 죽기보다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기도로 함께해 준 동역자들에게도 깊이 감사하다"고 했다. 이 글은 법률대리인 태승모 변호사의 입장문과 함께 올라왔다.
기성용은 2006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오랜 기간 유럽 무대에서 활약한 뒤 2020년 서울로 돌아왔다. 지난해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7월 서울과 결별하고 포항으로 이적했다. 포항 사령탑 박태하 감독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대표팀 코치로 기성용과 인연을 맺었다. 기성용은 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박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성용은 이적 후 2025시즌 16경기에 나서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정팀 서울과의 경기에서는 정확한 프리킥으로 이호재의 선제골을 도와 팀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포항은 지난 시즌 K리그1을 4위로 마쳤다. 이후 포항과 1년 재계약을 맺고 올 시즌에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