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항소심서 무죄] 망신살 단단히 뻗치게 된 김민석
작성일
오세훈 항소심 무죄로 체면 구긴 김민석
네티즌 "판결 나오기도 전에 경박스럽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 선고를 몇 시간 앞두고 유죄 유지에 무게를 싣는 전망을 내놨다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김 대표가 서울시장 재선거까지 언급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법원은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의 프로그램 '민티07'에 출연해 오 시장 항소심을 두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1심 유죄가 바뀔 정황이라든가 새로운 상황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며 "결국 서울시장 선거를 재선거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낫다"고도 했다. 재선거 대비책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재선거 상황이 펼쳐진다면 다양한 정파의 후보들이, 또 당 밖에서도 후보들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전체의 역량을 모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차원의 준비도 거론됐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 2심이 나오는 걸 지켜보고, 그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 대표가 진행 중인 재판의 결론을 사실상 예단하고 그에 따른 선거 준비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셈이다. 법원의 판단은 김 대표의 전망과 정반대였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 근거로 삼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공소사실과 같이 구체적인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씨의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아 유죄로 의심이 가더라도 결국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 전 부시장과 공모해 김씨가 조사비용 약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지난 7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의 대납을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는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낸 여론조사 비용을 오 시장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이 공모해 그 금액 상당을 기부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낸 3300만원 가운데 1200만원은 오 시장의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강 전 부시장과 김씨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재판부는 지난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도 1심의 징역 2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무상으로 받은 여론조사를 정치자금법상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에서 유죄를 단언한 목소리는 김 대표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양부남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오 시장의 재판장이 지난번 윤석열 (관련 사건)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장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데, 쉽게 무죄를 (판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번 판결은 돈을 줬고, 명태균과 오 시장이 여론조사 직전 만나고 조사가 이뤄졌다는 걸 볼 때 유죄 선고를 확신한다"고 했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 재도전 의사를 밝힌 박주민 의원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눈 질끈 감고 하지 않는 이상 (무죄 판결을) 못 한다"고 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은 선고 하루 전인 22일 위원장 명의 입장문을 내 "오 시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법원을 소관 기관으로 두며 중립을 지켜야 할 법사위원장이 특정 재판의 결과와 형량까지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사법 독립 침해이자 재판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에게 서울시장 재선거는 개인적으로도 무게가 큰 사안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당 대표 책임 아래 시작하겠다며 선거 뒤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오 시장의 유죄를 전제로 한 구상이 항소심 단계에서 틀어지면서 김 대표의 판세 읽기도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선고 전부터 무죄를 기대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필귀정의 무죄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흥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NOW'에서 "명태균씨의 주장이 탄핵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은 오 시장이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고 후 김 대표의 선고 전 발언을 전한 기사에는 김 대표를 비판하는 네티즌 댓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이리 예상도 못 하고 정보력도 없는데 무슨 당 대표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경박스럽게 나선 김민석과 서영교는 물러나라"고 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선고 전부터 재판 개입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공개적으로 유죄를 주라고 판사에게 지시를 내리냐"고 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너무 나가는 민주당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싫어진다"며 "여당이 좀 겸손해지면 어떨까. 법사위원장도 그렇고. 이래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검팀은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