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2심 '무죄' 뜨자…한동훈이 SNS에 바로 남긴 ‘2문장'
작성일
“항소심에서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가운데 선고 직후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SNS에 남긴 글이 정치권 안팎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오 시장 관련 글을 올렸다. 한 의원은 1심 판결 당시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며 항소심에서 바로잡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먼저 짚었다. 1심 때 내놓은 판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어 한 의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서영교 법사위원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도 저질스러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았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재판부 판단에 대한 평가와 함께 여당 인사 실명을 직접 거론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아래 두 문장 안에 1심에 대한 비판, 항소심에 대한 평가, 정치권 압박 논란이 모두 담겼다.
다음은 한 의원이 남긴 SNS 전문이다.
"저는 지난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1심 판결 때 관련자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비약이 많아 이해하기 어려우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오늘 항소심 재판부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서영교 법사위원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의 노골적이고도 저질스러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1심 판결을 바로잡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했고, 그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신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이 가운데 여론조사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비용 대납을 인정했다. 선고 형량은 벌금 1000만원, 추징금 2100만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판단을 뒤집었다. 오 시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김한정씨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과 2심이 갈린 지점은 명씨 진술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에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 또는 과장된 내용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 정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고 봤다. 진술 전체를 유죄의 근거로 삼기에는 구분이 필요한 내용이 많았다는 취지다. 동기 문제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용 대납 요청 부분에 대한 판단도 같은 흐름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 행위를 후원자에게 직접 부탁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제출됐다. 명씨와 김씨가 2021년 3월 나눈 통화 녹음파일 3개다. 녹취에서 김씨는 "거기(오 시장)서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해당 녹취를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비용을 낸 당사자와 여론조사를 맡은 당사자가 오 시장의 요청 없이 움직였다는 취지의 대화가 당시 시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 시장은 시장직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부정 수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현직 공직자는 직을 잃는다. 이후 5년간 공직 취임도 제한된다.
1심 형량은 벌금 1000만원이었다. 기준선인 100만원의 10배에 해당한다. 해당 형이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도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물론 무죄 판결이 곧바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항소심 판결 이후에도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다. 다만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이 전부 뒤집힌 만큼, 오 시장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6만259표 차로 누르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했다.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고전한 가운데 서울을 지켜내면서 당내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한 달여 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다. 당선 직후 시장직 유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항소심 무죄로 임기 초부터 이어진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걷혔다.
임기 초부터 시장직 유지 여부가 흔들리면서 주요 시정 사업의 연속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돼 왔다. 항소심 무죄로 이 같은 부담이 줄어들면서 오 시장이 남은 임기 동안 정책 추진에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사업은 2031년까지 주택 31만호 착공 계획이다.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도 있다. 강북 전성시대와 서남권 대개조 등 지역균형발전 사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이견을 보여온 현안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주택 공급 정책,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이 대표적이다.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쏟았던 정치적 역량을 시정에 돌릴 수 있게 되면서, 해당 현안에서 오 시장의 발언권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파장은 시정에 그치지 않는다. 오 시장은 차기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1심 형이 확정되면 출마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였으나, 항소심 무죄로 해당 걸림돌이 일단 사라졌다. 이에 따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의 지지층 파이 다툼도 향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 앞에 섰다. 오 시장은 "먼저 국민 여러분께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 송구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오세훈의 결백을 믿어주시고 다시 서울시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투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 시민들의 믿음과 혜안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열심히 일해 보답하겠다"고 했다. 재판 기간에 대해서는 의심받던 와중에도 끝까지 신뢰를 철회하지 않은 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줬다며, 그분들 덕분에 버티면서 일하고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