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선무효형 뒤집히자…“이 대통령 재판 재개하라” 외친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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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
국민의힘은 환영,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판결”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받았던 판결이 2심에서 전부 뒤집히면서 여야의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장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시장 전부 무죄! 사필귀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한 특검이 책임져야 한다"며 "되지도 않을 대법원 상고는 즉각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 2심 무죄…장동혁 "재판받아야 할 사람은 이 대통령"
장 대표가 이날 꺼내 든 무기는 이 대통령 자신의 과거 발언이었다. 장 대표는 '검사들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하고, 무죄가 나오면 면책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기계적 상소를 비판했던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특검에 적용해 상고 포기를 압박한 셈이다.
장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오세훈 시장이 아니다. 재판을 받아야 할 범죄자는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이재명 재판을 즉각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이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을 때도 "정작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재판은 모두 멈춰 있다"며 "이재명 재판이 재개되지 않는 한 법원의 어떤 판결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중지된 재판 5건을 다시 진행하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일관된 주장이다. 1심 유죄 때는 '사법 불신'의 근거로, 2심 무죄 때는 '특검 책임론'의 근거로 같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당선무효형에서 '전부 무죄'로…재판부 "명태균 진술 믿기 어렵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1심이 무죄로 본 부분에 대한 특검의 항소는 기각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오 시장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강 전 부시장과 공모해 김 씨가 조사 비용 약 33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공표 3회, 비공표 7회 등 모두 10회다.
1심은 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의 의뢰와 김 씨의 비용 대납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57조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공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이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도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검은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정반대였다. 재판부는 사실상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봤다. 진술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실관계를 재구성하거나 과장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 씨가 처음에는 오 시장 관련 혐의를 진술하지 않다가 오 시장 측이 고소 방침을 밝힌 뒤에야 진술을 시작한 점, 오 시장 당선 이후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섭섭한 감정을 품었던 점도 함께 고려했다.
오 시장이 여러 차례 울면서 전화해 여론조사를 부탁했다는 명 씨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처음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적인 비용 부담까지 거론하며 울면서 부탁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 측에 돈을 건넨 사실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만큼 유죄 의심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했지만, "유죄 입증의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증명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선고 직후 법원을 나선 오 시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입장을 밝히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치적 기소" vs 민주당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
국민의힘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천만 서울시민이 투표로 맡긴 오세훈 시정이 흔들림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더없이 다행스러우며 동시에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듭 말을 바꿔 온 정치 브로커의 진술은 결국 시장직을 박탈할 증거가 되기엔 부족했다"며 "애초부터 직접 증거 없이 몇 사람의 입에만 기댄 편향된 기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검을 향해 "무리한 기소로 서울시정을 흔들고 시민을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오세훈이는 몰라요'라는 명확한 육성 물증이 나왔음에도 브로커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 기대 진실을 왜곡하려던 지록위마식 억지가 사법부의 엄격한 증거주의 원칙 앞에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선고 직후 SNS에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 재판부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적었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는 오세훈 시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만 수용해 면죄부를 내렸다"며 "특검은 즉각 상고해 항소심 재판부의 법리 오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고 전날 "징역형" 외친 법사위원장…서울시장 재선거 '마음의 준비' 무색
이번 판결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선고 하루 전인 22일 법사위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중 페이스북에 법사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올려 오 시장에게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익은 오 시장이 봤고 비용은 오 시장 지인이 치른 것"이라며, 당선무효 기준을 강화한 2004년 선거법이 '오세훈법'으로 불렸던 점을 거론하고 "그 법으로 본인이 공직에서 물러날 때가 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입법부의 사법부 겁박"이라고 반발했다.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법원이 피감기관이고 종합감사도 남아 있는데 국감 도중 이런 입장문을 낼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에 서 위원장은 "제가 서울시민이기도 하고 서울 의원이기도 하다"며 "올바로 판단하라 한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맞섰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선고 당일 오전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1심 유죄가 바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대로 가는 게 아닐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준비라는 것은 결국 서울시장 재선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김영배 서울시당위원장을 중심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정반대 결론이 나오면서 이 같은 전망은 빗나갔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서 위원장의 입장문을 "전대미문의 겁박"으로, 김 대표의 재선거 언급을 "비루한 촌극"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무죄 판결로 오 시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면서 야권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특검이 2심 판결 직후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대법원에 상고를 예고한 만큼 최종 판단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