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항소심서 무죄] 국민의힘에도 민주당에도 '엄청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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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대선주자 입지 재평가될 듯... 정치생명 건 항소심 승리, 남은 과제는 대법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남았지만 무죄가 확정되면 오 시장은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고 보수 진영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힐 발판을 얻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을 전체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오 시장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 시장이 명씨에게 맡긴 여론조사의 범위와 시기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오 시장이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 역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씨의 여론조사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과시하려는 수단이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을 오 시장이 의뢰했고 그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냈다고 봤다. 항소심은 의뢰와 대납 요청을 모두 인정하지 않으면서 1심과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이 오 시장에게 갖는 의미는 시장직 유지에 그치지 않는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 형량이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도 나설 수 없었다. 항소심 무죄로 정치 생명이 걸린 고비를 일단 넘긴 셈이다.

남은 관문은 대법원이다. 특검팀은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상고할 수 있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증거의 신빙성 같은 사실 판단은 원칙적으로 항소심 몫으로 남겨 둔다. 항소심이 명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본 부분을 대법원이 다시 따지기는 어렵다. 다만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오 시장은 이미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로 꼽혀 왔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개표 막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역전하며 5선 서울시장에 올랐다.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고전한 선거에서 수도 서울을 지켜 내면서 몸값이 높아졌다. 사법리스크는 이런 오 시장의 발목을 잡아 온 최대 변수였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 이후 시정을 넘어 국정 현안에도 목소리를 키워 왔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공급 확대와 시장 정상화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점도 넓혔다. 지난 6월 24일에는 당 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 보수 정당의 책임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 시장은 공개적으로는 서울시정에 집중하겠다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어 왔다.
오 시장은 재판 내내 무죄를 자신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고 직전 법원에 들어서면서는 취재진에게 “1심에서 제출되지 않았던 유리한 결정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나.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여론 지표도 움직이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12.0%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 9.9%보다 2.1%포인트 오른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18.7%,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13.8%,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3.7%로 집계됐다. 오 시장의 적합도는 20대 이하에서 20.1%, 30대에서 17.3%였다. 이 조사는 무선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응답률은 3.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오 시장 지지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죄가 확정되면 당내 역학관계도 출렁일 전망이다. 오 시장은 장 대표 체제와 노선을 달리해 왔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장 대표 지도부를 향해 "당 지도부는 자리보전용 구호를 멈추라"고 공개 비판했다. 오 시장이 사법리스크를 털어 내면 오 시장을 중심으로 합리적 보수와 중도 확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장 대표 체제에서 비주류로 밀려 있던 쇄신파가 오 시장 주변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 시장의 무죄를 정치 탄압의 증거로 내세울 수 있지만, 노선 경쟁자의 위상이 커지는 데 대한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보수 진영 대권 경쟁 구도도 달라진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은 모두 장 대표의 강경 노선에 거리를 둬 왔지만 차기 대권을 놓고는 경쟁 관계다. 한 의원은 지난 6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오 시장이 낙마했다면 보수 진영의 중도 확장 주자 자리는 한 의원 쪽으로 쏠릴 수 있었다. 오 시장이 살아남으면서 두 사람이 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은 1심 유죄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유튜브 프로그램 '민티07'에서 “1심 유죄가 바뀔 정황이라든가 새로운 상황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서울시장 재선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