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 확산] “북한, 중국 주재 공무원에게 비상대기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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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 “당 창건일·김정은 생일 때나 내려오는 지시”
통일부 “대외 메시지 이례적이지만 북한 내부 이상징후는 전혀 없어”

북한이 중국에 머무는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지키라는 비상대기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이 해외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퍼진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 홈페이지 접속 장애와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연이은 담화 등 이례적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영환 전 통일교육원장은 전날 채널A '뉴스A 라이브'에 출연해 "오늘 아침에 들은 첩보"라며 "중국에 있는 모든 출장원, 북한 출장원, 그다음에 주재관, 외교관에게 ‘정위치하라. 자리 뜨지 말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비상 대기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위치'는 근무 위치를 벗어나지 말고 자리를 지키라는 뜻이다. 고 전 원장은 이 지시가 평소에는 잘 내려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 창건 기념일이라든가 김정은 생일이라든가 이럴 때만 내려오는 지시"라며 "왜 갑자기 저런 지시가 내려왔을까. 평양에서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고 전 원장은 사망설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사망설까지는 믿지 않는다"면서도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아프다든가 침대에 누웠다든가 우리에게 알려질 큰 사건 같은 게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고 전 원장은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다.

통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채널A에 "대외적인 메시지가 이례적으로 나오고 있고 여러 설이 돌지만 북한 내부 이상 징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망설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쥔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셰완쥔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8일 김 위원장이 심각한 뇌출혈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시기를 놓쳐 숨졌다는 내용을 퍼뜨렸다.

셰완쥔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의 시신이 비밀리에 북한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권력 승계를 돕기 위해 병력 9000명을 평양에 보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북한 권력이 김 부장 손에 넘어갔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다. 하지만 셰씨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글은 국내외 SNS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영국 더선과 미국 뉴욕포스트 등 해외 매체도 이를 인용 보도했다. 다만 이들 매체는 셰완쥔 주장을 근거 없는 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추측으로 다뤘다. 셰완쥔은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건강 이상설 등을 제기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조선중앙통신

북한은 사망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보도하며 건재를 내세웠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둘러봤다고 20일 보도했다.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어린이용 신발을 살펴보고 여성 의류를 점검하는 모습이 담겼다. 관계자와 대화하며 손짓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는 11일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 이후 8일 만의 공개 활동이다. 다만 사진의 실제 촬영 시점은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셰완쥔은 이 사진들이 과거에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역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 위원장의 체중을 약 140㎏으로 추정했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평가하면서도 뚜렷한 건강 이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구축함 현지 지도 때 계단을 뛰어오르는 등 움직임이 원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사망설이 가라앉지 않는 데는 북한에서 잇따라 벌어진 이례적인 일들도 영향을 미쳤다. 20일 오전부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외무성 등 북한 주요 웹사이트 40여 곳에서 대규모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일부는 복구됐지만 21일 다시 장애가 일어났다. 채널A는 북한 외무성과 관영매체 홈페이지가 이틀 동안 먹통이 됐다고 전했다. 접속 장애의 원인과 사망설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4월 김 위원장이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행사에 불참하자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이 퍼졌다. 당시 심혈관계 수술을 받은 뒤 숨졌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를 보도하면서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건강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북한에서 이례적인 일이 생길 때마다 건강 이상설이 되풀이돼 왔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