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볼리비아 2부, 포토시·융가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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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포토시 은광과 화려한 추티요스 축제
아찔한 융가스 절벽길부터 아프리카계 공동체까지
한쪽은 가파른 산비탈, 다른 한쪽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낭떠러지다. 차량 한 대가 지나가기에도 아슬아슬한 좁은 도로에 비까지 내린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 하나로 꼽히는 볼리비아의 '죽음의 도로'다. 그런데 이 위험천만한 길에서 뜻밖의 가족을 만난다. 놀랍게도 이들은 절벽길에 소풍을 나왔다고 한다.
27일 방송되는 EBS1 ‘세계테마기행-우유니를 품은 나라, 볼리비아’ 2부 ‘은빛 역사와 융가스’에서는 남미 여행 전문가이자 남미 예술 공연가 박우물이 볼리비아의 고원 도시 포토시와 융가스 지역을 찾아간다. 장작 화덕에서 구워 내는 치즈빵부터 광부들의 삶이 이어지는 은광, 화려한 전통 축제와 아찔한 절벽길까지 볼리비아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하루 800개씩 팔리는 치즈빵…안데스 고원에 줄 선 이유
여정은 우유니에서 포토시로 향하는 길에서 시작된다. 박우물은 시장에서 유독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사 가는 빵을 발견한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장작 화덕 치즈빵이다.
그 맛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 안데스 고원을 달리던 중 도로변에 차들이 줄지어 멈춰 선 작은 빵집을 찾아간다. 이곳에서는 어머니와 딸이 함께 하루 700~800개의 치즈빵을 구워 낸다. 준비한 빵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빵을 굽는 방식도 특별하다. 현대식 오븐 대신 흙으로 만든 화덕에 장작불을 지펴 굽는다. 뜨거운 화덕에서 구워 낸 치즈빵은 이 지역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먹거리다.
박우물도 직접 반죽 만들기에 도전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빵을 만들어 온 모녀와 달리 반죽을 다루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가족의 손맛과 전통적인 조리 방식으로 완성되는 안데스 고원의 별미를 맛본다.
은광에서 흘린 광부들의 땀…포토시를 뒤흔든 화려한 축제
다음 목적지는 해발 약 4000m에 자리한 고원 도시 포토시(Potosí)다. 이곳은 16세기 은광 개발을 통해 번영했던 도시로,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박우물은 도시 중심부의 8월 6일 광장(Plaza 6 de Agosto)과 과거 광산업자와 은행가들이 사교장으로 이용했던 건물을 둘러본다. 화려했던 은광 도시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
하지만 포토시의 번영 뒤에는 광부들의 고된 노동이 있었다.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의 세로 리코(Cerro Rico)에서는 지금도 광물 채굴이 이어지고 있다.
광산 내부의 온도는 무려 35~40도에 이른다. 광부들은 뜨거운 갱도 안에서 코카 잎을 씹으며 힘든 작업을 견뎌 낸다. 박우물은 광산을 찾아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광산 노동의 현실을 살펴본다.
마침 포토시에서는 도시 전체가 들썩이는 추티요스(Ch’utillos) 축제가 한창이다. 거리에는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흥겨운 음악과 춤이 이어진다.
그런데 축제에서 선보이는 춤에는 저마다 특별한 역사가 담겨 있다.
아프리카계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네그리토스(Negritos), 은광으로 끌려온 노예들의 고통을 담은 모레나다(Morenada), 투우 문화를 풍자한 와카 와카(Waca Waca) 등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의상과 경쾌한 움직임 속에 볼리비아의 복잡한 역사가 녹아 있는 것이다.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음식이다. 박우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십자가 모양의 틀에 돼지고기를 펼쳐 굽는 찬초 아 라 크루스(Chancho a la cruz)다.
무려 12시간에 걸쳐 구워 내는 요리로,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특징이다. 여기에 파인애플과 매운 고추 소스 야후아(Llajua)를 곁들여 먹는다. 박우물은 현지 음식을 맛보며 포토시 축제의 열기를 경험한다.
비 내리는 절벽길에 소풍을?…'죽음의 도로'에서 만난 가족
축제의 흥겨움을 뒤로한 박우물은 융가스(Yungas) 지역으로 향한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 중 하나로 알려진 '죽음의 도로(Camino de la Muerte)'가 있다.
산비탈을 따라 좁게 이어진 길은 한쪽이 가파른 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반대편으로는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낭떠러지가 펼쳐진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박우물이 도로를 지날 때는 비까지 내린다.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좁은 벼랑길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한다.
위험한 도로에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을 발견한 것이다.
이들에게 죽음의 도로는 외부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 장소다. 가족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이 길을 걸어 다녔다고 이야기한다. 여행자에게는 아찔한 관광지지만 현지 주민에게는 오랜 세월 일상과 연결돼 있던 길인 셈이다.
박우물은 가족이 건네준 파파야를 나눠 먹으며 잠시 긴장을 푼다. 위험한 도로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주민들의 평범한 삶과 이야기를 만난다.
아프리카 후손들이 지켜 온 음악…산골 농장에서 끓인 한국 라면
죽음의 도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아프로볼리비아인 공동체가 살아가는 토카냐(Tocaña) 마을이다.
이곳은 과거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사람들의 후손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 온 곳이다. 볼리비아의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박우물은 마을 주민들을 만나 전통음악 사야(Saya)를 접한다. 사야는 노래와 춤을 통해 공동체의 역사와 삶의 애환을 전하는 문화다.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오랫동안 지켜 온 음악을 통해 볼리비아의 또 다른 얼굴을 살펴본다.
이어 융가스 주민 알베르토 씨의 집을 방문한다. 산골에 자리한 그의 농장에서는 파파야와 아보카도, 커피와 코카 등 다양한 작물이 자란다.
안데스 고원과는 전혀 다른 농작물들이 눈길을 끈다. 농장을 둘러보던 중 닭장에서는 특별한 달걀도 발견한다. 일반적인 달걀과 달리 껍데기가 푸른빛을 띠는 청계란이다.
박우물은 현지 주민과 음식을 나누며 교류하는 시간도 갖는다. 직접 끓인 한국 라면을 알베르토 씨와 함께 먹으며 서로 다른 식문화를 경험한다.
장작 화덕에서 굽는 치즈빵부터 은광의 역사를 간직한 포토시, 화려한 추티요스 축제와 아찔한 죽음의 도로, 아프리카계 주민들이 지켜 온 음악까지. 볼리비아의 고원과 산골에는 독특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EBS1 ‘세계테마기행-우유니를 품은 나라, 볼리비아’ 2부 ‘은빛 역사와 융가스’는 27일 화요일 오후 8시 4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