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선 남자였다고?…한국판 '닥터X'에서 판 뒤집은 '이 배우'

작성일

순간 최고 시청률 20.8% 돌파한 SBS 흥행 드라마 '닥터X' 속 주역 누구?

일본 원작에서는 남성이 맡았던 캐릭터가 한국판에서 여성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성별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원작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과 존재감을 만들어낸 배우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주인공 김지원과의 남다른 호흡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리며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닥터X' 활약 중인 이정은 / SBS
'닥터X' 활약 중인 이정은 / SBS

일본에선 남성, 한국에선 이정은…완전히 달라진 파트너

정체는 배우 이정은이다. 이정은은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에서 의사 소개소를 운영하는 장희숙 역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돈 앞에서는 한없이 계산적이지만 누구보다 상황을 날카롭게 읽어내는 인물이다. 능청스러운 유머와 묵직한 카리스마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정은의 연기가 작품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닥터X'는 실패도 타협도 모르는 천재 외과의 계수정(김지원)이 압도적인 수술 실력으로 병원 내부의 부조리와 맞서는 메디컬 누아르다. 지난 17일 방송된 4회에서는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8.5%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0.8%까지 치솟으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넷플릭스에서도 2주 연속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는 성과가 전해졌다. 작품의 인기와 함께 일본 원작과 한국판의 차이점, 특히 이정은이 맡은 장희숙의 캐릭터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합적 캐릭터 구축 / SBS
복합적 캐릭터 구축 / SBS

'닥터X'는 일본 TV아사히의 인기 드라마 '닥터X: 외과의 다이몬 미치코'를 원작으로 한다. 일본판은 배우 요네쿠라 료코가 주연을 맡아 지난 2012년 10월 시즌1을 시작으로 2021년 시즌7까지 방영됐다. 지난 2016년에는 스페셜 편이 제작됐으며 2024년 12월에는 극장판까지 개봉한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 의학 드라마다. 시청률 성적도 화려하다. 일본 비디오리서치 간토 지역 기준 시즌1 평균 시청률은 19.1%, 시즌2는 23%를 기록했다. 시즌3에서는 최고 시청률이 31.3%까지 오르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일본판과 한국판은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공유한다. 원작의 다이몬 미치코(요네쿠라 료코)와 한국판의 계수정(김지원)은 특정 병원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외과의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수술 실력으로 병원 내부의 위계질서와 권력 구조에 맞서는 인물이다.

그러나 주인공을 지원하는 파트너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일본 원작에서 다이몬 미치코를 병원에 파견하고 계약을 담당하는 의사 소개소 소장은 간바라 아키라다. 일본 배우 기시베 잇토쿠가 연기한 남성 캐릭터로, 부드러운 태도 뒤에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인물이다.

한국판에서는 이 역할을 여성으로 각색했다. 배우 이정은이 연기하는 장희숙이 그 주인공이다. 장희숙은 겉으로 보기에는 돈만 밝히는 호들갑스러운 사업가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이 뛰어나다. 계수정의 실력을 바탕으로 병원과 계약을 맺고, 의료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원작의 간바라 아키라가 나긋나긋한 말투 속에 묘한 긴장감을 숨겼다면, 이정은의 장희숙은 친근한 모습 뒤로 노련한 협상가의 카리스마를 드러낸다. 특히 한국판에서는 수술 실력으로 병원에 맞서는 계수정과 협상력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장희숙의 '여성 투톱' 구도가 형성됐다. 원작에서 가져온 인물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한국판만의 차별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돈만 밝히는 줄 알았는데…이정은이 완성한 반전 매력

'닥터X' 흥행 견인 / SBS
'닥터X' 흥행 견인 / SBS

이정은이 연기하는 장희숙의 매력은 극단적으로 다른 두 얼굴에 있다. 계약서를 들고 구서대학교병원을 찾아갈 때는 웃는 얼굴로 상대를 대하지만, 그 뒤에는 치밀한 계산과 날카로운 판단이 숨어 있다. 화려한 색상의 셔츠와 슈트 차림도 장희숙의 개성을 드러내는 요소다. 병원 관계자들과 협상할 때는 영리한 사업가의 면모가 두드러지고, 계수정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등을 내려칠 때는 친근한 이모 같은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다.

극 중 장희숙은 "훌륭해선 안 된다고. 돈 벌 생각을 해야지"라며 수익을 강조한다. 그러나 다른 장면에서는 "돈만 밝히는 병원은 분명 사고나. 그래서 수정이를 보낸거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돈을 중시하는 태도 뒤에 단순한 사업적 계산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목적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정은은 이러한 장희숙의 복합적인 성격을 대사뿐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도 표현한다. 계약이 예상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계수정의 수술을 지켜볼 때는 절제된 반응으로 깊은 신뢰를 전달한다. 특히 수술 참관 장면에서 장희숙의 비중이 원작보다 커진 점도 눈길을 끈다. 의료진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이정은은 과장된 행동 대신 표정과 시선의 변화로 장희숙의 감정을 보여준다. 계수정의 수술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과 그에 따른 통쾌함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원작과 또 다른 매력 이정은 / SBS
원작과 또 다른 매력 이정은 / SBS

이정은은 작품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적 재미를 넘어, 극 중 '닥터X'라는 존재를 통해 비치는 인간의 욕망과 생명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희숙이 기존에 연기한 인물들과 다른 점도 직접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주로 맡아온 인물들이 우리 이웃의 따뜻함을 대변했다면, 장희숙은 자본의 논리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최전선에서 증명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할 때 장희숙은 그들을 비즈니스 대상으로 바라보는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도 공을 들였다. 이정은은 "영업을 할 때만큼은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주려고 노력했다"며 겉으로는 여유롭게 웃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끊임없이 계산하는 사람처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흥행 고공행진 '닥터X' / SBS
흥행 고공행진 '닥터X' / SBS

김지원과의 연기 호흡 역시 작품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정은은 김지원을 두고 "정말 단단하고 깊은 에너지를 가진 훌륭한 동료"라고 평가했다. 두 인물은 계약 관계로 얽혀 있지만 그 안에는 연민과 유대감이 존재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정은은 김지원과 눈을 맞추며 연기할 때마다 이러한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고 밝혔다.

이정림 감독 역시 이정은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장희숙에 대해 영리함과 능청스러움, 사람 냄새와 유머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라며 가장 먼저 이정은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또 이정은이 현장에서 김지원과 동료 배우, 스태프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평가했다.

이정은의 존재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랜 연극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력을 쌓은 그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 역을 맡아 주목받았고,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는 가정부 문광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해 '눈이 부시게'와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활약했으며, 이후 '우리들의 블루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기생충'으로 제40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따뜻한 이웃부터 섬뜩한 인물까지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해 온 이정은은 이번 '닥터X'에서도 능청스러움과 냉철함을 오가는 장희숙을 자신만의 색깔로 완성하고 있다.

23일 방송 5회는 더 긴박하다…김지원·장승조 정면충돌

김지원·장승조 정면충돌 / SBS
김지원·장승조 정면충돌 / SBS

한편 '닥터X'는 오는 23일 방송되는 5회를 통해 더욱 치열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천재 외과의 계수정과 새롭게 등장한 외과의 나대일(장승조)의 대립이 본격화된다.

앞서 방송된 4회에서는 계수정이 환자의 장기에 새겨진 의문의 이니셜을 발견하면서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졌다. 수술 과정에서 드러난 흔적은 나대일의 과거와 그가 수술실에서 벌인 일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공개된 5회 예고편에서는 계수정이 나대일을 향해 "떨어져, 내 환자야"라고 경고하는 장면이 담겼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계수정의 단호한 태도와 나대일을 둘러싼 의혹이 맞물리면서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군의관 시절 홀로 수술을 진행하는 나대일의 모습도 등장할 예정이어서 그가 감춰 온 과거에 관심이 쏠린다. 뛰어난 수술 실력을 갖췄지만 그 이면에 위험한 비밀을 숨긴 것으로 보이는 나대일과 원칙을 굽히지 않는 계수정의 충돌이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 과정에서 장희숙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인다. 앞선 방송에서 장희숙은 나대일을 마주한 뒤 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수정의 능력을 누구보다 신뢰하면서도 병원 내부의 권력 관계를 예리하게 파악하는 인물인 만큼, 향후 갈등 속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튜브, SBS 스브스 Drama

원작의 남성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꾼 과감한 각색에서 출발해 이정은의 개성 있는 연기로 완성된 장희숙. 계수정과 함께 한국판 '닥터X'만의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정은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