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넣으면 30만원 더 준다”…3년 지나 확인하니 '뜻밖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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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기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자 73.6%만 정부 지원금 전액 수령
중도 해지 등으로 미지급 지원금 약 500억원…실직·생활고가 주요 원인

저소득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자 4명 중 1명가량이 정부 지원금을 전액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과 생활고 등으로 계좌를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사업 / 복지부 제공, 뉴스1
청년내일저축계좌 사업 / 복지부 제공, 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자활복지개발원에서 제출받아 2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023년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자 4만 7970명 중 정부 지원금을 전액 수령한 사람은 3만 5320명(73.6%)이었다. 나머지 1만 2650명은 중도에 해지했거나 만기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지원금을 전액 수령하지 못한 상태로 집계됐다.

2022년 시작된 청년내일저축계좌…3년 뒤 최대 1440만원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정부가 2022년 도입한 저소득 청년 자산형성 지원사업이다. 같은 해 7월 18일부터 첫 가입 신청을 받았다. 일하는 청년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추가로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청년들이 주거비나 교육비, 창업자금 등 미래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원금 규모는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의 일하는 청년이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면 정부가 매달 30만원을 추가로 적립한다. 본인 저축액과 정부 지원금을 합치면 매달 40만원이 쌓이는 구조다. 이를 3년간 유지하면 본인이 납입한 360만원에 정부 지원금 1080만원이 더해져 총 1440만원의 적립금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최대 연 5%의 이자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다만 3년 동안 계좌를 유지한다고 해서 누구나 정부 지원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입 기간에 근로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최소 24개월 이상 본인 저축금을 납입해야 한다. 자립역량교육 10시간을 이수하고 자금사용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해야 만기 이후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 9381명 중도 해지…만기 채우고도 지원금 못 받아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023년 가입자 4만 7970명 가운데 9381명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계좌를 해지했다. 276명은 만기까지 계좌를 유지했지만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인이 납입한 적립금만 돌려받았다. 계좌를 유지한 상태로 아직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은 사람도 2993명에 달했다.

이들 2993명은 6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지급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예기간이 끝날 때까지 필요한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 채 환수 해지 처리된다. 따라서 현재 집계된 73.6%는 올해 만기 대상자 가운데 정부 지원금을 이미 전액 받은 비율이며, 나머지 가입자 모두의 수령 가능성이 확정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첫 만기를 맞았던 2022년 가입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가입자 4만 2465명 가운데 정부 지원금을 전액 받은 사람은 3만 2823명으로, 전체의 77.3%였다. 올해 만기 대상자의 전액 수령률은 이보다 3.7%포인트 낮다.

가입자들이 중도에 계좌를 해지하면서 지급되지 못한 정부 지원금도 상당한 규모에 이르렀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가입한 청년들의 중도 해지로 미지급된 지원금은 이자를 제외하고 총 499억 466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적립했지만 실제 가입자에게 지급되지 못한 금액이다.

계좌 깬 청년 절반 가까이 '실직·휴직'…생활비 부족도 원인

청년들이 목돈 마련의 기회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소득이 끊기거나 당장 사용할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행정상 중도 해지 사유는 본인 희망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실제로는 실직이나 휴직 등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중도 해지자 1460명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 45.3%가 휴직이나 실직을 이유로 계좌를 해지했다고 답했다. 중도 해지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일을 쉬거나 직장을 잃으면서 저축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당장 돈이 필요해 계좌를 해지했다는 응답도 20.3%에 달했다. 매달 저축금을 납입할 현금이 부족했다는 응답은 15.7%였다. 세 항목의 응답 비율을 합치면 81.3%로, 중도 해지의 상당 부분이 소득 감소나 생계 부담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내일저축계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제도다. 하지만 가입자가 실직하거나 생활비가 부족해 저축을 지속하기 어려워질 경우 당초 기대했던 정부 지원금까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 올해부터 납입 중지 기간 12개월로 확대

정부는 중도 해지 문제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실직 등으로 저축금을 내기 어려운 가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일반 적립 중지 기간을 기존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했다.

군 입대나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휴직 및 퇴사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별도의 특별적립 중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2년간 납입을 일시적으로 멈추고 만기 기간도 연장할 수 있다. 일시적인 소득 단절이 곧바로 계좌 해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발표한 가입자 추적연구에서는 2022년 가입자의 월평균 총소득이 가입 당시 183만원에서 3년 뒤 약 235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직과 전일제 근로 비율도 높아지는 등 일부 가입자의 경제·고용 여건이 개선된 결과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국회 제출 자료에서는 실직과 생활고 등으로 만기까지 저축을 이어가지 못한 청년들의 상황이 드러났다.

허종식 의원은 "적지 않은 청년이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했고 청년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지원금이 500억원에 이른다"며 "'본인 희망'으로 분류된 해지 뒤에 실직과 생활고가 있었던 만큼 가장 어려울 때 계좌를 깨야 하는 현재의 구조를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