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웹사이트 70% 초비상…치명적 결함 발견된 'PHP'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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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웹사이트 약 70%가 사용하는 PHP서 치명적 보안 결함 발견
유럽 정부·병원 사이트까지 긴급 중단…AI가 10년 넘은 취약점 찾아내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돼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해커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서버를 장악할 수 있는 취약점이 확인되면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와 병원, 학교 등의 웹사이트 운영까지 일시 중단됐다.

22일 연합뉴스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웹사이트 개발에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 2건이 발견됐다. PHP 개발진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공개했으며,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각국 사이버보안 당국은 관련 기관과 기업에 신속한 대응을 권고했다.
이번 취약점은 해커가 별도의 로그인이나 인증 절차 없이 외부에서 악성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공격에 성공하면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빼내거나 웹사이트 내용을 바꾸고, 경우에 따라 서버 운영에 필요한 권한까지 확보할 수 있다. 취약점 두 건은 국제 보안 취약점 평가 기준에서 각각 10점 만점에 9.2점에 해당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웹사이트 10곳 중 7곳이 사용하는 PHP…무슨 문제 생겼나

PHP는 인터넷 웹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프로그래밍 언어다. 이용자가 웹사이트에서 로그인하거나 상품을 검색하고, 게시글을 작성하는 등의 기능을 처리하는 데 사용된다. 이용자에게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웹사이트 뒤편에서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핵심 기술이다.
문제는 PHP가 인터넷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웹 기술 분석업체 W3Techs에 따르면 서버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의 약 75%가 PHP를 활용하고 있다. 웹사이트 제작·관리 도구인 워드프레스도 PHP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업 홈페이지부터 온라인 쇼핑몰, 언론사와 공공기관 웹사이트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번에 발견된 취약점은 PHP가 컴퓨터 메모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메모리는 컴퓨터가 작업하는 동안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공간인데, 특정 작업이 비정상적으로 종료되거나 이전 작업의 정보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는 이런 결함을 이용해 웹사이트 서버에 비정상적인 명령을 전달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이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버 내부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PHP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웹사이트가 이미 해킹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위험은 사용 중인 PHP 버전과 보안 업데이트 적용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보안업계에서는 이번 취약점을 'PHP2셸'(PHP2Shell)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확인된 취약점은 CVE-2026-109618과 CVE-2026-109619 등 두 건이다.
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 곳곳서 웹사이트 운영 중단

보안 위험이 알려지자 유럽 각국에서는 주요 웹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는 예방 조치가 이어졌다. 해킹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보안 업데이트를 마치기 전 외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국가사이버보안센터의 권고에 따라 여러 공공기관이 대외용 웹사이트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정부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유럽 최대 항만 중 하나인 로테르담 항만, 네덜란드축구협회, 주요 정당과 병원 관련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핀란드에서도 일부 정부 공공 네트워크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덴마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학교 관련 온라인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벨기에에서는 외무부와 정부기관, 학교 플랫폼 등의 접속이 제한됐다.
유럽특허청(EPO) 역시 지난 21일 보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공식 웹사이트와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후 필요한 보안 패치를 설치한 뒤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재개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산하 컴퓨터긴급대응팀(CERT-EU)은 관련 기관들에 PHP 보안 업데이트를 신속히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즉시 업데이트하기 어렵다면 외부 인터넷에서 취약한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유럽연합 사이버보안청(ENISA)과 유럽형사경찰기구(유로폴) 등도 공동으로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웹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업체들까지 보안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넘게 숨어 있던 보안 결함…AI가 찾아냈다

이번 사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취약점을 발견한 과정이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결함은 PHP 코드에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실제 해킹에 악용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분석 과정에서 공격에 악용할 수 있는 방법이 확인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캘리프는 오픈AI의 인공지능 모델 'GPT-5.6 솔(Sol)'을 활용해 PHP 코드를 분석하던 중 중대한 취약점을 발견했다. 구글 계열 보안업체 위즈 역시 별도로 보안 결함을 찾아 개발진에 신고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AI가 복잡한 프로그램 코드에서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찾아낸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다.
위즈 공동창업자 아미 루트왁은 이번 결함을 AI가 발견한 취약점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오픈AI 역시 PHP의 광범위한 사용 범위를 고려할 때 최근 발견된 보안 취약점 중 파급력이 큰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AI가 보안 전문가뿐 아니라 해커에게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 프로그램의 문제를 찾아내는 데 AI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해커도 이를 이용해 공개된 보안 패치를 분석하고 공격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웹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는 이번 취약점을 노린 초기 공격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시도가 확인됐다는 사실과 실제로 대규모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이 일부 사이트를 중단한 것도 확인된 피해를 수습하기보다는 추가 위험을 차단하려는 예방 조치에 가깝다.
긴급 보안 업데이트 공개…일반 이용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PHP 개발진은 당초 22일 공개할 예정이던 보안 업데이트를 하루 앞당겨 지난 21일 배포했다. 앞서 취약점 관련 정보가 온라인에 유출되면서 해커들이 보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보안 수정 버전은 PHP 8.5.12, 8.4.27, 8.3.36, 8.2.35다. 이보다 오래된 일부 버전은 공식 지원이 종료돼 별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수 있다. PHP 개발진은 해당 취약점에 대해 업데이트가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웹사이트 관리자와 기업들은 현재 사용 중인 PHP 버전을 확인하고, 보안 수정이 적용된 버전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특히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서버는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업데이트를 즉시 적용하기 어렵다면 임시로 외부 접속을 제한하는 조치도 권고된다.
일반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PHP를 업데이트할 필요는 없다. PHP는 주로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서버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는 개인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보다는 웹사이트 운영자와 서버 관리자의 대응이 중요하다.
다만 이용자 역시 주요 웹사이트의 서비스 중단 안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이트가 일시적으로 접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해킹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운영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
이번 취약점은 10년 넘게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를 AI가 찾아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PHP 개발진과 각국 보안 당국은 긴급 업데이트를 공개한 상태이며,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영향을 받는 시스템을 확인하고 보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