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냉장고 대신 '종이봉투'에 고구마를 두세요, 맛과 식감이 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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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고구마는 12~15도 서늘하고 마른 곳에 종이봉투째 두는 것이 기본이다.
싹 난 고구마 판단법과 익힌 고구마 냉장·냉동 요령을 정리했다.

늦가을로 접어들며 베란다 바닥이 차가워지는 요즘, 고구마 한 상자를 들여놓고 어디에 둘지 망설이는 집이 적지 않다. 오래 두려면 냉장고가 안전할 것 같고, 눅눅해질까 봐 비닐에 꼭 싸 두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생고구마에는 맞지 않는 보관법이다. 고구마가 무르고 맛이 떨어지는 일은 대개 온도와 습기, 그리고 작은 상처에서 시작된다.
냉장고는 고구마에게 너무 차갑다, 맞는 구간은 12~15도다
생고구마는 씻지 않은 채 건조하고 어두우며 바람이 통하는 곳에 두고, 온도는 대략 12~15도가 알맞다. 일반 냉장고 온도는 이보다 차가워서 고구마의 식감과 맛이 상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식중독 예방 수칙은 가정에서 냉장식품을 5도 이하로 보관하라고 안내한다. 이 온도는 상하기 쉬운 식품에 맞춘 기준이어서, 생고구마에 권하는 12~15도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국내 아파트에서 이 구간을 맞추기 쉬운 곳은 어디일까. 난방 배관에서 떨어진 실내 안쪽의 서늘한 수납 공간이나 햇빛이 들지 않는 구석이 후보다. 찬 바람이 곧바로 닿는 곳은 피해야 하는데, 창가나 현관문 가까이처럼 바깥 공기가 스며드는 자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관 장소를 정했다면 작은 실내 온도계를 하나 놓아 두고 며칠간 숫자를 확인해 보면 감으로 정하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다.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나 숨 쉬는 상자에 담는다
생고구마를 밀폐된 비닐봉지에 담아 두는 것은 피한다. 공기가 갇히면 안쪽에 습기가 차기 쉽고, 한 개가 상했을 때 눅눅한 기운이 옆의 고구마로 번진다. 종이봉투, 공기가 드나드는 골판지 상자, 숨 쉬는 바구니가 알맞고, 어떤 용기든 안쪽이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조건이다. 비닐봉지째 사 왔다면 집에 오자마자 꺼내 옮기는 것이 첫 단계다.
골판지 상자를 쓴다면 뚜껑을 덮더라도 공기가 드나들 틈을 남겨 둔다. 놓는 자리도 중요하다. 물을 자주 쓰는 싱크대 아래 수납장처럼 습기가 차기 쉬운 곳은 고구마에게 불리하다. 수분을 많이 내뿜는 채소나 과일과 바로 붙여 두는 것도 피한다. 같은 상자에 섞어 담지 말고, 고구마는 고구마끼리 따로 두는 편이 안전하다.

씻지 않고 살살 다루고, 일주일에 한 번 골라낸다
흙이 묻어 있어도 보관하는 동안에는 씻지 않는다. 물기가 닿으면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무르기 쉽다. 물로 씻은 것이 있다면 보관용에서 빼고 먼저 먹도록 구분해 두면 된다. 옮겨 담을 때는 던지거나 바닥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한다. 멍이 들거나 칼에 베인 자리가 상하기 시작하는 지점이 되기 때문이다.
점검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상자를 열어 만져 보고, 물렁해졌거나 진물이 나거나 곰팡이가 보이거나 색이 심하게 변한 고구마는 바로 골라낸다. 한 개만 골라내고 끝내지 말고 맞닿아 있던 고구마의 표면도 함께 확인한다. 점검할 때는 위아래 위치를 바꿔 주면 눌려 있던 고구마의 상태도 살필 수 있다.
싹이 났다고 바로 버릴 일은 아니지만 늙었다는 신호다
보관 중 작은 싹이 올라왔다고 해서 그 고구마가 곧바로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꽤 지났다는 신호이므로 먹기 전에 살펴야 한다. 반으로 잘라 속이 단단한지,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속살 색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차례로 확인한다. 단단하고 냄새가 없으며 색이 깨끗하다면 싹 부분을 도려내고 쓰면 된다.
반대로 자른 단면이 무르거나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속이 변색돼 있다면 아깝더라도 먹지 않는다. 겉에서 곰팡이가 보이는 고구마는 곰팡이 자리만 도려내는 식으로 처리하지 말고 통째로 버리는 쪽이 낫다. 싹이 난 고구마가 여러 개 나오기 시작했다면 보관 기간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므로, 남은 것을 서둘러 익혀 먹는 쪽으로 계획을 바꾼다.

베란다에 둘 고구마는 추위와 습기가 오기 전에 먹을 만큼만 산다
보관법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사 오는 양을 조절하는 일이다. 난방을 하지 않는 베란다처럼 보관 공간이 차갑고 눅눅해지기 전에 다 먹을 수 있는 양만 사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가을 고구마는 박스 단위로 사야 더 싸다고 느껴지지만, 겨울 초입에 베란다 온도가 12도 아래로 내려가면 그 박스의 절반이 맛을 잃을 수 있다.
베란다에 둘 때는 바닥에 직접 놓지 않고 벽에서 조금 띄워 둔다. 창문이나 새시 틈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이 상자에 곧바로 닿지 않게 하려는 조치다. 추위가 심해지는 날이 오면 박스를 실내 안쪽의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아직 며칠 더 먹을 양이라면 종이봉투에 덜어 부엌 가까이로 가져온다. 한 번에 먹을 양은 그때그때 꺼내 쓰고 나머지는 어둡고 마른 자리에 둔다.

쪄 둔 고구마는 상온에 두지 말고 식혀서 바로 냉장한다
생고구마와 익힌 고구마는 보관 규칙이 정반대다. 익힌 고구마는 빠르게 식힌 뒤 얕은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남은 음식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먹어야 한다. 실온에 오래 두면 안 된다. 식약처는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를 약 4~60도로 보고 이 구간을 2시간 이내에 빠르게 통과시키라고 안내하며,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쪄서 식탁에 올려 둔 고구마도 예외가 아니다.
용기는 깊은 그릇보다 얕고 넓은 것이 낫다. 가운데까지 식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냉장 보관할 때는 냉장고를 5도 이하로 유지한다. 더 오래 두려면 익힌 뒤 식히고, 한 번 먹을 만큼 나누고, 공기를 최대한 빼서 포장해 얼린다.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가 기준이다. 생고구마를 통째로 얼리면 식감이 나빠지므로 반드시 익힌 다음에 얼린다.
정리하면 생고구마는 12~15도의 어둡고 마른 곳에 종이봉투나 상자째, 익힌 고구마는 식혀서 냉장이나 냉동으로 보낸다. 일주일에 한 번 상자를 열어 물렁한 것을 골라내는 습관을 들이면, 박스째 산 고구마를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