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점심 안 먹고 헬스장 가는 직원... 미쳐버리겠네요, 어떡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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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하나 때문에 영업팀 전체에 떨어진 'FM 근무령'
네티즌 갑론을박 “팀장이 문제” vs “막내직원이 문제”
주 1회 팀 점심 대신 헬스장을 택한 직원과 팀장의 신경전이 결국 팀 전체의 '원칙 근무'로 번졌다는 사연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불렀다.

영업직 직장인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점심 안 먹고 헬스장 가는 막내 직원 어떡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 올렸다.
A씨가 일하는 영업팀은 업무 특성상 외근이 잦다. 팀원이 사무실에 모두 모이는 날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팀장은 이날 회의를 몰아서 하고 점심을 먹으며 팀원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길 원했다.
둘째 막내인 직원 B씨가 점심을 거르고 운동하러 가겠다고 하면서 사달은 났다. B씨는 "점심시간은 개인 시간이고 법적으로도 휴게시간이다. 업무 얘기는 업무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팀장은 "어차피 외근하는 시간에 다 일하는 건 아니지 않으냐. 융통성 있게 개인 시간 챙기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걸 건드리지 않는데 주 1회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서 팀원들 얘기 좀 듣자는 게 이상하냐"고 맞받았다. 팀장은 이어 "정 그렇다면 앞으로 FM대로 근태를 다 확인하겠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A씨는 "뭔가 중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주 난감하다. 사실 점심시간에까지 모여서 할 얘기는 내가 보기엔 없긴 하다. 그런데 이대로 두면 피곤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고 적었다.
누리꾼 의견은 크게 갈렸다. B씨 편에 선 쪽은 휴게시간은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점심시간은 업무 시간이 아니다. 근로시간에 포함되지도 않는 시간에 업무 이야기를 해야 하니 다 모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점심을 빼고 공식 티타임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주 1회 팀 회의를 점심시간 직후에 하면 안 되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근로기준법 제54조는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하고 있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긴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반대편에선 주 1회 정도는 맞춰줄 수 있지 않으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외근 때 근태를 까다롭게 보지 않고 개인 시간 활용도 어느 정도 눈감아 주는 거라면 일주일에 하루 점심시간 정도는 맞춰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요즘 들어오는 신입 직원들의 특성이다. 개인 시간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사수한다"고 했다.
헬스장 운동 시간 자체를 두고도 논쟁이 붙었다. 매일 헬스장에 간다는 한 누리꾼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어떻게 운동을 하나. 끝나고 샤워도 안 하고 복귀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다른 누리꾼은 "회사에 헬스장이 있는데 점심때 많이들 하고 한 시간 안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팀장 경험이 있다는 한 누리꾼의 사연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 누리꾼은 "나는 예전에 팀장을 달자마자 점심시간을 제한 없이 앞뒤로 편하게 쓰라고 하고 나부터 헬스장을 다녔다. 그랬더니 나중엔 '팀원들이랑 같이 밥도 안 먹는 개인주의 팀장'이라고 뒤에서 욕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직 생활엔 정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 뒤 A씨가 후기를 올리면서 사연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A씨는 21일 올린 후기 글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팀장이 점심시간은 각자 알아서 쓰되 앞으로 모든 일을 FM대로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달라진 근무 방식은 이렇다. 우선 현장 퇴근이 사라졌다. 그동안 이 팀에선 오후 5시쯤 거래처 일정이 끝나면 전화로 간단히 보고하고 현장에서 퇴근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제는 회사로 돌아와 퇴근을 찍어야 한다. 출근도 마찬가지다. 오전 10시에 거래처 미팅이 있어도 9시까지 회사에 왔다가 이동해야 한다. 형식상 내규에만 있던 일일 근태 보고서도 쓰게 됐다. 외근비로 식사와 커피, 담배를 사는 것도 모두 금지됐다. A씨는 "내가 보기엔 약간 감정싸움 같은데 진짜 미쳐버리겠다"고 하소연했다.
후기 글에는 팀장의 대응을 두고 '자충수'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FM이면 수당도 FM대로 지급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퇴근 시간 이후 복귀하면 초과근무 수당을 주느냐는 질문에 A씨는 "보통은 안 쓰는 분위기이긴 했다"고 답했다. 다른 누리꾼은 영업직에 흔히 적용하는 간주근로시간제를 언급하며 회사 복귀를 강제하면 회사 도착 시간까지 근로시간이 된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제58조는 출장 등으로 사업장 밖에서 일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우면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0대 후반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왜 점심시간을 건드리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B씨를 향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괘씸죄인데 괘씸죄에 걸린 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동안 여러 혜택이 있었으면 눈치를 좀 보지 헬스를 택하고 나머지 꿀통을 찼다"고 했다. "굳이 주변 모든 사람이 피곤해질 걸 알면서도 한다는 건 회사 생활은 못 할 성격"이라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