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1400만원 수입... '현금 세는 기계'까지 두고 떼돈 벌어

작성일

강남경찰, 40여일간 5억7460만원 벌어들인 성매매업소 단속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주택가에 창문을 블라인드로 가린 원룸들이 있었다. 방 안에는 가정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마사지 침대가 놓여 있었고, 안쪽에는 별도의 침대가 마련돼 있었다. 마사지 업소를 가장한 성매매 장소였다.

강남경찰서가 한 성매매업소와 업주를 덮쳐 압수한 현금계수기와 현금. / 강남경찰서 제공
강남경찰서가 한 성매매업소와 업주를 덮쳐 압수한 현금계수기와 현금. / 강남경찰서 제공

업주들은 원룸 30여 곳을 타인 명의로 빌린 뒤 텔레그램에 '스웨디시' 마사지 광고를 올렸다. 손님이 찾아오면 마사지를 해준 뒤 유사성행위와 성매매를 알선했다. 이웃 주민들은 바로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웠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런 수법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업소 2곳의 업주와 공범, 성매매 피의자 등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2484만원도 압수했다.

경찰이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평범한 원룸을 성매매 장소로 꾸민 모습이 담겼다. 한 방에는 흰색 대리석 무늬 바닥과 아이보리색 가죽 마사지 침대가 있었다. 구석에는 1인용 소파와 낮은 원목 탁자가 놓였고, 탁자 위에는 티슈와 물병이 올려져 있었다. 창문 두 개는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다른 방은 노란 전구와 무드등으로 어둡게 꾸며졌다. 마사지 침대 옆에는 짙은 남색 소파가 놓여 있었다. 방 안쪽에는 성매매에 쓰인 별도의 침대도 있었다. 침대 위에는 수건이 개어져 있었고, 머리맡에는 일회용 컵과 티슈를 놓는 이동식 선반이 붙어 있었다.

주방 수납장에는 마사지용 오일이 담긴 플라스틱 병 10여 개와 물티슈가 쌓여 있었다. 바닥에는 펌프가 꽂힌 대형 오일 통 3개도 놓여 있었다.

업주들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임차한 원룸을 옮겨 다녔다. 경찰이 압수한 성매매 장소 임대차계약서는 20부였다. 대부분 계약 기간은 3개월이었다. 보증금은 평균 200만~300만원, 월세는 100만~170만원 수준이었다. '부동산 시설물 단기 사용 계약서'라는 명칭을 사용한 계약서도 있었다. 단기 임대 방식으로 장소를 바꾸며 단속을 피하려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성매매업소 내부 / 강남경찰서 제공
성매매업소 내부 / 강남경찰서 제공

손님을 가려 받는 절차도 마련했다. 방문 희망자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인증해야 했다. 업체들은 인증된 전화번호를 공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검색했다. 단속 경찰관의 위장 방문이나 다른 업소에서 문제를 일으킨 이른바 '블랙 손님'을 걸러내기 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은 주로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았다.

영업 규모는 상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형 업소 한 곳은 40여 일 동안 성매매를 2800여 차례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평균 70건꼴이다. 같은 기간 범죄수익 추정액은 5억7460만원이었다. 하루 평균 약 14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건당 수익은 약 20만원으로 추산된다.

업주들은 성매매 광고 사이트와 텔레그램 등을 통해 수년간 성매매를 광고하고 알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월세가 수백만원에 이르는 강남구 고급 오피스텔에 거주하며 고급 수입차를 이용했다.

성매매업소 내부 / 강남경찰서 제공
성매매업소 내부 / 강남경찰서 제공

경찰이 주거지를 수색하자 서랍에서 현금 뭉치가 나왔다. 책이 쌓인 흰색 서랍장 아래 칸에는 고무줄로 묶은 5만원권 다발이 쌓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1만원권 뭉치가 놓여 있었다.

압수 현장에서는 휴대전화 12대와 태블릿PC 2대도 발견됐다. 휴대전화마다 노란 메모지가 붙어 있었고, 주변에는 USB 메모리와 현금 다발이 놓여 있었다. 현금계수기 2대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이 압수한 현금은 5만원권 425장과 1만원권 318장 등 총 2484만원이다.

수사는 강남구 주택가 원룸 등에서 불법 마사지에 이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은 수개월간 성매매 장소를 추적하며 폐쇄회로(CC)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을 분석했다. 업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좁힌 뒤 성매매 장소 앞에서 잠복해 증거를 확보했다. 이후 성매매 피의자부터 실제 업주와 공범까지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이 성매매업소에서 압수한 현금과 휴대전화. / 강남경찰서 제공
경찰이 성매매업소에서 압수한 현금과 휴대전화. / 강남경찰서 제공

총책과 업주 등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제시하자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업주들에게 영업을 통한 성매매 알선 혐의를 적용했다. 성매매처벌법은 영업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사람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성매매 광고와 의료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에는 서울경찰청과 달리 성매매·풍속 사건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전담 부서가 없다며 장기간 수사를 통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