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갈치 몸통은 삼치 닮은 '초희귀 물고기' 포획... “살면서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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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들조차 평생 한번 보기 힘들다는 생선”
2012년 부산서 잡은 개체 '첫 기록종' 보고
머리는 갈치를, 몸통은 삼치를 닮았다. 입엔 무시무시한 송곳니가 달려 있다. 껍질 안쪽엔 갈비뼈 같은 뼈가 촘촘히 박혀 있다. 빛도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올라온 이 물고기 앞에서 베테랑 일식 셰프도 고개를 갸웃했다.

김민성 셰프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일타쿠마'에 '용왕님이 쿠마에게 귀한 선물을 보내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의 주인공은 갈치꼬치라는 이름의 심해어다.
김 셰프는 영상 설명란에 "한국 바다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라 어부들조차 평생 한 번 보기 힘들다는 귀한 생선"이라고 적었다. 그는 "국립수산과학원 자료를 뒤져봐도, AI한테 물어봐도 정보가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정보도 전부 제각각"이라고면서 김 셰프는 생선을 손수 해체하고 요리해 맛을 확인하기로 했다. 그는 "자료가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되니까요."
그는 "껍질부터 살결, 뼈, 내장까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회로, 구이로 이것저것 다 해보면서 이 생선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영상 첫머리에서 김 셰프는 생선을 들어 보이며 "용왕님이 선물을 하나 보내 줬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살면서 처음 보는 생선"이라며 "구글링도 해 보고 제미나이와 챗GPT한테도 물어봤는데 다들 의견이 다르다"고 털어놨다.

김 셰프가 소개한 이름은 갈치꼬치다. 갈치와 꼬치고기의 특징을 함께 지녔다는 뜻이 담긴 이름이다. 그는 일본에서 꼬치고기를 '가마스'라고 부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름의 유래를 풀어냈다.
갈치꼬치는 실제로 국내 학계에 정식으로 등록된 어종 이름이다. 학명은 티르시토이데스 말레이(Thyrsitoides marleyi)이고 영어권에선 '블랙 스누크(black snoek)' 또는 '블랙세일 스네이크 매커럴(blacksail snake mackerel)'로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2012년 1월 부산 연안에서 주낙에 걸려 올라온 몸길이 818㎜짜리 개체 1마리를 분석해 국내 첫 기록종으로 보고했다. 이때 갈치꼬치라는 국명이 새로 제안됐다. 당시 연구진이 확보한 표본도 단 1마리에 불과했다. 김 셰프가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이유다.

갈치꼬치는 갈치꼬치과에 속한다. 국제 어류 데이터베이스 피시베이스에 따르면 이 물고기는 홍해에서 남아프리카, 뉴칼레도니아를 거쳐 일본까지 인도·서태평양에 분포한다. 주로 해산이나 해령의 비탈면에 살며 수심 400m 이상까지 내려간다. 최대 몸길이는 2m에 이르지만 흔히 잡히는 개체는 1m 안팎이다. 밤에는 수면 가까이 올라와 물고기와 오징어, 갑각류를 잡아먹는다. 일본 오키나와 추라우미수족관은 이 물고기에 대해 그물을 끊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며 채집과 사육이 매우 어려운 어종으로 소개하고 있다.
같은 갈치꼬치과에는 이름이 비슷한 물고기가 여럿 있어 혼동하기 쉽다. 몸이 가늘고 긴 세장갈치꼬치(Gempylus serpens), 몸빛이 검은 흑갈치꼬치(Lepidocybium flavobrunneum), 기름치(Ruvettus pretiosus) 등이 모두 갈치꼬치과 어종이다. 이 가운데 기름치는 근육에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왁스에스테르 성분이 들어 있어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판매가 금지된 생선이다.
김 셰프는 생선의 생김새부터 꼼꼼히 뜯어봤다. 그는 "얼굴은 갈치고 몸은 삼치"라고 말했다.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던 그는 갈치 같으면서도 또 다른 생선 같기도 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셰프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이빨이었다. 그는 "이빨이 진짜 웃기다"며 입 안쪽을 가리켰다. 김 셰프는 "하나, 둘, 셋" 하고 도드라진 이빨을 하나하나 세어 보였다. 손으로 만져 보니 단단한 뼈였다. 2012년 국내 첫 기록 논문에서도 입천장 쪽에 송곳니 모양 이빨 3개가 있는 것을 갈치꼬치의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되자 김 셰프의 감탄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칼을 넣자마자 단단한 뼈가 곳곳에서 걸렸다. 그는 "뼈가 진짜 억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껍질에 뼈가 붙어 있는 생선은 처음 봤다"며 "모든 생선이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등껍질 쪽에는 갈비뼈처럼 생긴 뼈가 줄지어 붙어 있었다. 김 셰프는 이 뼈를 일일이 발라내면서 "생선 갈빗살을 도려내듯 손질해야 한다"며 "손질 난이도가 극악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제대로 발라내지 않으면 살 수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셰프는 손질한 갈치꼬치로 회와 구이 등 세 가지 음식을 먼저 만들었다. 소금을 뿌리거나 양념을 입히는 기본 조리법을 썼다. 첫맛을 본 김 셰프는 "맛있다. 삼치 같은 느낌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삼치보다 살이 단단한데 막상 먹으면 엄청 부드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평가는 이내 곧 냉정해졌다. 김 셰프는 "극상의 맛은 아니다"라며 "중간 맛도 아니고 좀 떨어지는 중하 정도의 맛이다. "담백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다만) 약간 고소한 맛은 있다"고 말했다. 김 셰프는 옛날 어르신들이 뼈에 붙은 살이 맛있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뼈 사이사이 붙은 살까지 발라 시식한 뒤 "기름기 없는 퍽퍽한 맛"이라고 말했다.
다음 순서는 조림이었다. 김 셰프는 조림으로 맛을 봐도 살이 확실히 퍽퍽하다고 했다.
시식을 마친 김 셰프는 "유통과 판매, 맛 등을 전반적으로 따지면 얘는 많이 잡힌다고 해도 등외"라면서 시청자들에게 "혹시라도 보이면 먹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