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관객 돌파한 감독 작품인데…넷플릭스 톱10 차지한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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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71만 관객에서 넷플릭스 톱10 역주행

2024년 극장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을 거뒀던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故) 이선균과 조정석, 유재명이 주연을 맡은 영화 '행복의 나라'다.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21일 넷플릭스 공식 순위 집계 사이트 투둠(Tudum)에 따르면 '행복의 나라'는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집계된 넷플릭스 국내 영화 부문 톱10에서 10위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까지 4주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 집계 기간인 10월 5일부터 11일까지는 8위에 자리했다.

'행복의 나라'는 2024년 8월 14일 개봉한 정치·법정 드라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인 1979년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그에 따른 재판을 소재로 삼았다. 실제 역사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권력의 개입으로 흔들리는 재판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을 그렸다.

영화의 중심에는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와 변호사 정인후(조정석)가 있다. 박태주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군인이다. 정인후는 그를 변호하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다.

정인후는 처음에는 재판에서 승리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변호사로 등장한다. 그러나 박태주 사건을 맡으면서 법정 밖 권력이 재판에 관여하는 현실을 마주한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정인후는 자신의 신념과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은 합동수사본부장 전상두(유재명)다. 전상두는 재판 과정을 감시하고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력자로 등장한다. 박태주를 살리려는 정인후와 이를 가로막는 전상두의 대립이 극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극 중 박태주는 10·26 사건에 연루됐던 박흥주 육군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전상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정인후는 실존 변호사들의 역할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광해' 천만 감독과 조정석·이선균·유재명의 만남

연출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32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맡았다. 추 감독은 앞서 '마파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7년의 밤' 등을 선보였다. 특히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제49회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과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사적 사건과 그 안에 놓인 개인의 선택을 주요 소재로 다뤘다. 제작은 파파스필름과 오스카10스튜디오가 담당했으며 배급은 NEW가 맡았다. 러닝타임은 124분으로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주연 배우들의 이력도 화려하다.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 '형', '엑시트'와 드라마 '질투의 화신',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을 통해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엑시트'는 942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행복의 나라'와 같은 해 개봉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에서도 주연을 맡아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선균은 영화 '화차', '끝까지 간다', '잠', '기생충'과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나의 아저씨' 등으로 사랑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행복의 나라'는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난 이선균의 유작 가운데 하나다.

유재명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이태원 클라쓰'와 영화 '명당', '소리도 없이' 등에서 활약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상두를 연기하기 위해 머리카락 일부를 짧게 자르거나 미는 등 외형에도 변화를 줬다.

이 밖에 이원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 우현, 강말금, 진기주, 유성주 등 여러 배우가 출연했다. 이원종은 육군참모총장 정진우, 전배수와 송영규는 정인후와 함께하는 변호인단, 최원영은 검찰관 백승기를 연기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손익분기점 270만명…극장 관객은 약 71만명

'행복의 나라'는 개봉 전부터 주연 배우들의 조합과 추창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실제 극장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은 약 270만명이었지만 최종 누적 관객은 약 71만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개봉 당시 극장가 경쟁도 치열했다. 같은 날 '에이리언: 로물루스', '트위스터스', '빅토리' 등이 개봉했다. 앞서 공개된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여름 성수기 막바지에 여러 장르의 영화가 관객 확보 경쟁을 벌인 것이다.

흥행과 별개로 배우의 연기는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 유재명은 2025년 5월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행복의 나라'로 영화 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함께 촬영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떠올리며 고인이 된 이선균을 추억했다.

유재명은 "저희는 '행복의 나라'가 행복한 현장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작품에 함께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추창민 감독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품을 만든 추창민 감독은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 사건에 휘말린 인물과 당시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은 2024년 8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건보다는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단순히 10·26 사건을 재현하기보다 그 시대 권력이 개인의 삶과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취지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최대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 재판 기록과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해 법정 장면과 대사를 구성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영화 '행복의 나라' / 배급 NEW

이선균과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도 공개했다. 추 감독은 2024년 7월 제작보고회에서 이선균이 조정석과 함께 연기하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가 동료에게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조정석도 같은 자리에서 "다른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이선균 배우의 묵직하고도 진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석은 박태주를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강하게 들었다며 작품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행복의 나라'는 2024년 극장 개봉을 마친 뒤 IPTV와 온라인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통해 공개됐다. 넷플릭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던 시청자들이 작품을 접할 경로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