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상은 절대 믿지 마라”…시대극마다 뒤통수 친다는 '배신 전문 배우'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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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예·이성계·이방원·수양대군에 김두한까지

한국 시대극에서 유독 '배신'의 아이콘이었던 배우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격동기를 넘나들며 역사의 흐름을 뒤집었던 인물들을 연기한 김영철(73)이 주인공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한국사에서 만나면 반드시 한번은 배신을 하는 관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은 김영철이 출연한 작품들을 나열하며 그가 맡은 인물들의 공통점을 짚었다. 시대도 작품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거나 권력 판도를 흔든 인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역사적 사건과 무관한 현대극까지 포함돼 웃음을 더했다.

제1증거, 드라마 '태조 왕건'의 궁예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가장 먼저 거론된 작품은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이다. 김영철은 2000년부터 방송된 이 작품에서 후고구려를 건국한 궁예를 연기했다. 궁예는 처음부터 독자적인 세력을 이끌었던 인물이 아니었다. 양길의 휘하에서 힘을 키웠지만, 이후 독립해 양길과 맞섰다. 자신을 받아준 세력과 등을 돌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 셈이다. 김영철이 연기한 궁예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광기 어린 모습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특히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라는 대사는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제2증거, '태종 이방원'의 이성계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이성계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이성계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다음은 2021년 방송된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이다. 이번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로 등장했다. 이성계는 고려의 장군으로 1388년 요동 정벌에 나섰다가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렸다. 이른바 위화도 회군이다. 이 사건은 이성계가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그는 이후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웠다. 김영철이 이번에는 왕조 하나를 끝낸 인물이 된 것이다.

제3증거, '장영실'의 이방원

드라마 '장영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드라마 '장영실'에서 이방원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배신의 계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에서 아버지 이성계를 연기한 김영철은 2016년 KBS '장영실'에서는 태종 이방원을 맡았다. 역사 속 이방원은 1398년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 등 정적을 제거했고, 1400년 제2차 왕자의 난을 거치며 권력 기반을 굳혔다. 이 과정에서 이복동생인 세자 이방석도 목숨을 잃었다. 고려를 무너뜨린 아버지 이성계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 왕실 안에서 칼을 겨눈 아들이 된 셈이다.

제4증거, '공주의 남자'의 수양대군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수양대군 역을 맡은 김영철. / KBS

2011년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도 비슷한 공식이 반복됐다. 김영철이 맡은 역할은 훗날 세조가 되는 수양대군이었다. 수양대군은 1453년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와 황보인 등 원로 대신들을 제거하고 실권을 쥐었다. 이후 조카 단종의 왕위를 넘겨받아 조선 제7대 왕에 올랐다. 드라마에서도 김영철은 권력에 대한 강한 야망을 품은 수양대군을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다. 궁예로 시작해 이성계, 이방원을 거쳐 수양대군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권력 변동의 중심에 연달아 등장한 것이다.

제5증거, '야인시대'의 김두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청년 김두한 역을 맡은 안재모. /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청년 김두한 역을 맡은 안재모. /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중년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 /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중년 김두한 역을 맡은 김영철. / SBS

게시물이 마지막으로 꼽은 작품은 사극도 아닌 SBS '야인시대'다. 이번에 김영철이 '배신'한 대상은 극중 인물이나 왕조가 아니라 시청자다.

2002년 첫 방송된 '야인시대'에서는 안재모가 청년 김두한을 연기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50회를 끝으로 1부가 마무리되자 김두한 역이 김영철로 바뀌었다. 광복 이후 중년 김두한의 삶을 그리기 위한 변화였다. 극중 안재모가 돌아서는 순간 김영철로 바뀌는 연출은 시청자에게 의아함을 남겼다.

배우 교체는 애초에 기획된 구성이었고, 김영철도 방송 전부터 중년 김두한 역으로 캐스팅돼 있었다. 그럼에도 게시물은 이를 '시청자들을 배신한 김두한'이라고 표현하며 마지막 반전을 완성했다. 앞선 네 작품이 왕조와 가족을 상대로 한 권력투쟁이었다면, 마지막은 익숙하던 주인공의 얼굴이 바뀐 일을 배신에 빗댄 것이다. 한 번이면 우연이고 두 번이면 필연인데, 다섯 번이면 이제 관상이라는 결론이다.

물론 이는 김영철의 출연작을 엮어 만든 인터넷식 농담일 뿐이다. 위화도 회군과 왕자의 난, 계유정난은 배경과 역사적 성격이 서로 다르고 평가도 갈린다. '야인시대'의 배우 교체 역시 극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제작상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이 게시물이 눈길을 끄는 것은 김영철의 독특한 필모그래피 때문이다. 그는 오랜 연기 생활 동안 궁예와 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 등 한국사의 전환점에 선 인물들을 두루 연기했다. 왕조가 바뀌고 시대가 달라져도 권력투쟁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김영철이 있었다는 것이 게시물의 핵심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