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출신 국회의원까지 "군 면제 없애라"...유승민이 내놓은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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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병역특례, 왜 생겼고 무엇이 문제인가…국감까지 폐지론 번졌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 혜택 관련 발언과 행동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체육계의 병역특례 제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선수의 태도 문제를 이유로 다른 선수들의 기회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맞섰다.

정부도 병역자원 감소에 대응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를 줄이거나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번 논란은 선수 개인의 언행을 넘어 제도의 목적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폐지해야”…아마추어 선수들의 박탈감도 쟁점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병역특례 제도와 국가대표 소양교육의 실효성이 함께 다뤄졌다. 핸드볼선수 출신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일부 프로 선수들의 태도와 국가대표 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양민혁, 박승수, 이기혁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오랜 기간 훈련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일부 프로 선수의 언행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임 의원은 아시안게임 병역특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프로 선수 대신 2~3부 리그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방안도 거론했다. 국가대표 소집 때 진행하는 윤리·소양교육이 온라인 강의나 형식적인 서명에 그치고,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선수에게 별다른 제재가 없는 점도 문제로 제시했다. 선수들에게 가대표의 책임과 병역 의무의 의미를 충분히 교육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생각에 잠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 뉴스1
생각에 잠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 뉴스1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 폐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축구와 야구처럼 선수촌에 입촌하지 않는 종목은 윤리·소양교육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대한체육회 차원의 관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부 프로 선수의 문제 때문에 묵묵히 훈련해 온 다른 선수들의 자격과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차원의 윤리위원회를 열고 논란이 된 선수들의 소속 종목 단체에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라는 임 의원의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안은 병역특례 제도의 존폐 논의와 함께 선수들의 언행에 대한 체육계의 후속 조치, 국가대표 소양교육의 실효성을 점검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정부도 보충역 감축·폐지 검토…현행 기준은 유지 중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국정감사에서 처음 시작된 것이 아니다. 국방부는 저출생으로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응해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제도를 감축하고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을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사람 사이의 형평성과 공정성, 병역자원 감소 문제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설명이다.

병무청도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는 인정 대회를 권위 있는 대회 중심으로 줄이고 편입 기준을 정비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체육 분야 역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성적을 기준으로 삼는 현행 편입 요건을 포함해 제도 전반을 살펴볼 대상이다. 병무청은 관련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개선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여기서 정부의 보충역 감축·폐지 검토와 아시안게임 병역특례의 즉각적인 폐지는 구분해야 한다. 국방부가 장기적인 제도 개편 방향을 밝힌 것과 별개로, 현행 병역법상 체육요원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이다. 21일 국정감사에서 나온 폐지 주장은 국회의원의 정책 제안이며, 그 자체로 법령이 바뀌거나 기존 편입 기준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병역특례 논쟁에는 서로 다른 문제가 함께 놓여 있다. 국가대표 선수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책임, 소양교육과 징계 체계의 실효성, 병역 의무의 형평성, 국제대회 성과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의 목적, 그리고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제도 조정 문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폐지 주장과 신중론이 공개적으로 맞섰고, 대한체육회는 윤리위원회 개최와 종목 단체의 후속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는 보충역 제도 개편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선수단기 흔드는 유승민 회장 / 뉴스1
선수단기 흔드는 유승민 회장 / 뉴스1

1973년 도입된 제도…국제대회 성과와 특기 활동을 고려

체육 분야 병역특례의 뿌리는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병역의무의 특례를 규정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가 마련됐다.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거둔 예술가와 운동선수가 자신의 전문성을 유지하고,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가 국가 위상과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다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기준이 적용된 것은 아니다. 체육 분야는 도입 초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대회의 입상 성적을 인정했다. 이후 대상 대회와 입상 기준이 바뀌면서 인정 범위가 조정됐다. 1990년에는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기준으로 삼았고, 2000년대에는 월드컵 축구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도 한때 포함됐다. 이후 기준이 다시 정비돼 현재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가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다.

여기서 말하는 병역특례는 엄밀히 말해 군 복무 의무를 아무 조건 없이 없애주는 방식과는 다르다. 법령상 명칭은 ‘예술·체육요원’이며, 병역 의무를 특기 활동과 연계해 이행하는 보충역 제도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따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는다. 단순히 국가대표로 선발되거나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정해진 기간 동안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활동을 이어가며 의무 복무를 이행한다. 특기 분야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병무청은 이 제도를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가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병역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로 안내하고 있다.

예술요원과 체육요원은 같은 제도 안에 있지만 편입 기준은 다르다. 예술요원은 병무청이 지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입상이나 일부 국내 경연대회 성적,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 등을 기준으로 한다. 체육요원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성적을 기준으로 편입 자격을 판단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놓인 것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체육요원 편입 제도다.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 뉴스1
대한민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 뉴스1

일부 축구 선수의 발언과 야구 경기력이 논란 키워

이번 논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발언과 행동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한국은 일본과의 결승에서 1대 0으로 승리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 전에 일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언급한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양민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메달이나 트로피보다 병역 혜택을 바라보고 경기에 임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은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고, 박승수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선수들이 쏟은 노력과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병역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된 선수들은 이후 사과했다. 이기혁은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를 고려했어야 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양민혁도 병역 혜택이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개인의 사과만으로 논란이 끝나지는 않았다. 병역특례가 국제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동기인지, 아니면 일부 선수에게 병역 회피를 위한 수단처럼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야구 대표팀의 경기력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대 5로 패했다. 일본 대표팀은 프로야구 1군 스타가 아닌 기업 소속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한국 대표팀은 KBO리그 프로 선수들로 꾸려졌다. 한국이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고전하며 완패하자, 프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병역 혜택이 대표팀 구성과 경기력에 걸맞은 것인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축구에서는 병역 혜택을 둘러싼 언행이, 야구에서는 경기력과 대표팀 구성의 대비가 각각 논란의 계기가 됐다. 이 두 사례가 겹치면서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졌다. 다만 일부 선수의 언행과 경기 결과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제도 전체를 폐지할 것인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도 폐지론은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과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강조하지만, 유지 또는 개선론은 국제대회 성과를 위해 장기간 훈련해 온 선수들에게 적용되는 제도의 목적과 다른 종목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