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사망 확실... 북한이 살아있다며 공개한 건 AI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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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완쥔 또 음모론... 김정은 사망설 뒤 북한 매체 이틀째 '먹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망설이 퍼진 가운데 북한의 대외선전 창구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홈페이지가 이틀째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사진을 내놓은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딸 주애와 함께 ‘새 제품 개발과 질 제고 열풍’을 주제로 열린 ‘전국 피복, 신발 전시회’에 참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 뉴스(노동신문)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딸 주애와 함께 ‘새 제품 개발과 질 제고 열풍’을 주제로 열린 ‘전국 피복, 신발 전시회’에 참석했다고 20일 보도했다. / 뉴스(노동신문)

통일부 등에 따르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20일 저녁부터 21일 오전까지 접속이 되지 않았다.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접속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매체만의 일이 아니었다. 북한 국가 도메인 ‘kp’를 쓰는 외무성, 민주조선, 내나라 등 40여 개 웹사이트도 무더기로 접속이 끊기거나 연결이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노동신문은 평소 오전 6시쯤 홈페이지에 새 기사를 올린다. 이날에는 오전 11시가 넘도록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대규모 외부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해킹 시도를 감지했거나 사망설 확산을 막으려고 외부 접속을 스스로 차단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 웹사이트 서버는 중국 통신 회선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해킹 정황이 포착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 매체의 서버와 네트워크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사망설은 중국 민주화 운동가 셰완쥔이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셰완쥔은 전날 X에 “10월 17일 베이징협화병원이 심혈관 및 뇌혈관 의료 전문가 팀을 파견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위중한 상태에 대한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고 전해진다”고 썼다.

셰완쥔은 이어 올린 글에서 "베이징협화병원 의료진이 북한에 파견돼 치료를 도왔지만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탓에 김정은은 응급 치료를 위해 베이징협화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상태가 위중하고 치료 적기를 놓친 탓에 김정은은 끝내 숨졌다"며 "시신은 비밀리에 북한으로 옮겨졌고 사망 소식은 은폐되고 있다"고 썼다.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쥔은 권력 승계에 대한 주장까지 내놨다. 그는 "김정은 사망 후 북한 정권이 딸 김주애에게 넘어가지 않고 현재 여동생 김여정(조선노동당 총무부장)의 손에 있다는 소문도 있다"며 "권력을 장악한 뒤 김여정은 즉시 한국을 향한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고 201발의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실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담화 내용과 다르다. 김 부장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군이 남부 국경 장벽 공사를 하던 북한 인원들에게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했다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8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한국군의 경고 방송이 2870회, 경고 사격이 201회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셰완쥔이 말한 ‘201발 경고 사격'은 김 부장이 한국군을 비난하며 든 숫자다. 확성기 방송 역시 북한이 가동한 게 아니다. 김 부장은 "대(對) 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군 지도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완쥔의 주장은 해외 매체를 타고 퍼졌다. 영국 대중지 더선은 "김정은이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터무니없는 루머(wild rumours)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북한 인권운동가 베네딕트 로저스는 더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과거 최고지도자가 사망했을 때는 조직적으로 대중의 슬픔을 표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일이 벌어지거나, 그가 살아 있다면 그 증거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곧바로 김 위원장의 건재를 드러냈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김주애와 함께 의류·신발 전시회인 '전국피복, 신발전시회-2026'을 둘러봤다고 보도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홈페이지 접속이 막힌 건 이 보도 이후다.

셰완쥔은 김 위원장 사진이 공개된 뒤에도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X에 추가로 올린 글에서 "최근 김정은의 사망 소문을 일축하려는 시도로 북한 국영매체가 김정은이 아내, 딸과 함께 옷 쇼핑을 하는 모습을 담은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AI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해 이 사진들이 실제 김정은이 아닌 이목구비가 비슷한 대역을 찍은 것임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 역시 내놓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관심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 중국에서 북한 지도자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북한 선전매체가 외부 공격으로 마비된 건 처음이 아니다. 남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3~2014년에도 전면 접속 불량 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남북미가 처음으로 정면 충돌한 시기였다.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3월에는 남북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서울 타격 위협을 내놨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 북한은 미국의 태평양 기지를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군은 3월 말 B-2 스텔스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격시켰다. 같은 해 3월 13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웹사이트가 디도스 등 외부의 강력한 해킹 공격을 받아 마비됐다. 두 관영매체의 공식 사이트가 해킹으로 불능 상태가 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같은 달 말에도 우리민족끼리, 내나라, 조선의 소리 등 북한 웹사이트가 잇따라 열리지 않았다.

2014년 말에는 김 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 '인터뷰' 개봉을 앞두고 소니픽처스가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해킹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를 사이버 테러로 규정했다. 직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인터넷망 전체가 며칠간 마비됐다.

김 위원장 사망설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4월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자 사망설과 혼수상태설이 퍼졌다. 김 위원장은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