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유시민 처벌 원치 않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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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처벌 불원,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재명 대통령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시민 작가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 정치권과 법조계의 시선이 쏠린다.

(왼쪽)이재명 대통령. (오른쪽)유시민 작가. / 뉴스1
(왼쪽)이재명 대통령. (오른쪽)유시민 작가. /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이 대통령이 유 작가에 대한 경찰 수사와 관련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날 밝혔다고 전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약 3주, 경찰이 고발인 조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에 나온 입장이다. 사건의 발단부터 향후 수사 절차까지 순서대로 짚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달 22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나왔다. 유 작가는 검찰개혁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를 두고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언 수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은 우리가 생각한 검찰개혁, 더불어민주당 입장,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법무부 안에 '수사를 하는 검찰'과 '기소를 하는 검찰'을 나누는 것이 원래 검찰개혁의 최대치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유 작가는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 등이다. 고발인 측은 이 발언들이 허위 사실이라고 보고 형사 책임을 물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해당 발언 엿새 뒤인 지난달 28일 유 작가를 경찰에 고발했다.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다. 사세행은 유 작가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온라인 공간에서 거짓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적용된다. 유튜브 방송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인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이 고발의 근거가 됐다. 수사기관은 발언의 내용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허위라면 발언자가 이를 인식했는지를 가려야 한다.

고발이 접수된 뒤 수사는 서울경찰청이 맡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9일 사세행 김한메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고발인 조사는 고발 취지와 근거 자료를 확인하는 절차로, 피고발인 소환 이전에 이뤄지는 초기 단계다. 경찰이 유 작가를 직접 부르기 전에 결과적으로 수사가 멈추게 됐다.

해당 사안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구조는 반의사불벌죄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피해자 본인이 고소해야 수사가 시작되는 친고죄와 달리, 제3자의 고발만으로도 수사는 시작할 수 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수사와 재판을 이어갈 수 없다.

사세행은 이 대통령 본인이 아닌 제3자로서 고발장을 냈다. 이 대통령이 피해자의 지위에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이상 고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경로는 닫힌다. 이 대통령의 처벌 불원 의사가 수사기관에 전달되는 대로 경찰은 수사를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런 사건에서는 처벌 불원 의사 확인서나 진술이 수사기관에 제출되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공소권 없음 취지의 종결 판단을 내린다.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면 유 작가는 피의자 조사 없이 사건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유 작가가 경찰에 출석해 진술하는 절차가 생략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세행이 경찰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반의사불벌죄의 구조상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형사 절차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 처벌 불원 의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철회 여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수 있으나, 해당 사건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종결 수순에 접어든 상태다.

2025년4월 김용옥·유시민·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대담 장면. / 이재명 캠프 제공-뉴스1
2025년4월 김용옥·유시민·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 대담 장면. / 이재명 캠프 제공-뉴스1

민사상 책임은 별개다. 형사 절차가 종결돼도 피해자가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은 법적으로 남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형사 처벌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만큼 민사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신분이다.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한 인사에 대한 고발 사건에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은 정치적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유 작가는 오랫동안 여권 성향 인사로 분류돼 온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향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이 발언이 고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파장이 컸다.

대통령이 처벌 의사를 거두면서 형사 사건으로 번지는 흐름은 차단됐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대통령과 여권 지지층 사이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옮겨붙을 수 있었는데, 경찰 수사 착수 이틀 만에 이 경로가 사라졌다. 검찰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 자체는 형사 사건과 무관하게 정치권과 여론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 작가의 논란 발언의 사실 여부는 이번 결정으로 법적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됐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이 대통령의 공약과 실제 입장이 달랐다고 했다. 이 주장이 허위인지 아닌지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판단하지 않은 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