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환자' 10명 중 7명은... 간암 걸릴까봐 두렵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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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되는 간염... 증상 없을 때 피검사부터
간암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다. 국내 간암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은 B형이나 C형 간염을 먼저 앓았다. 간염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간을 망가뜨린 끝에 암이 생긴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간염 단계에서 찾아내 치료하면 간암으로 가는 길을 상당 부분 끊을 수 있다.

20일은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이었다. 간 건강에 관심이 모이는 때지만 간염과 간암을 둘러싼 현실은 여전히 무겁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2위다. 한창 일할 나이인 40~50대에서는 암 사망 원인 1위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새로 간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만4707명이다. 남성이 1만875명, 여성이 3832명으로 남성 환자가 3배 가까이 많다. 간암은 전체 암 가운데 발생 7위지만 남성만 놓고 보면 5위다. 발생 순위에 비해 사망 순위가 높은 건 그만큼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신경이 거의 없어 웬만큼 망가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간에 자리를 잡아도 처음에는 조금 피곤한 정도 말고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많은 사람이 간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이유다.
간염이 간암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상처가 계속 덧나는 것과 비슷하다. 바이러스 때문에 간에 염증이 생겼다 아물기를 반복하면 그 자리에 흉터 조직이 쌓인다. 간이 점점 딱딱해지는 이 단계가 간 섬유화다. 흉터가 간 전체로 퍼져 돌처럼 굳으면 간경변(간경화)이 된다. 굳어버린 간에서는 암세포가 생기기 쉽다.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날 즈음이면 이미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다. 황달이 생기거나 배에 물이 차거나 몸무게가 이유 없이 빠졌다면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수 있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옮는다. 국내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감염된 어머니에게서 아기에게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 중에 간염이나 간경변, 간암 환자가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검사는 어렵지 않다. 간단한 피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만성 B형 간염 감염자는 약 1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병원 진료를 받는 사람은 39.4%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 중 실제로 치료를 받는 비율은 22.2%에 그친다. 감염자 10명 가운데 6명은 병원 문턱조차 넘지 않고 있다.
B형 간염은 아직 바이러스를 몸에서 완전히 없애는 약이 없다. 대신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바이러스가 늘어나지 못하게 억누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억제되면 간 손상이 멈추고 간암 위험도 낮아진다. 약은 보통 오래 먹어야 한다. 증상이 없다고 임의로 끊으면 바이러스가 다시 늘면서 간염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B형 간염 치료 기준은 올해 바뀌었다. 대한간학회는 '만성 B형 간염 진료지침'을 개정해 간수치(ALT)보다 혈액 속 바이러스 양을 중심으로 환자를 나누도록 했다.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바이러스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곧바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간수치만 보고 치료를 미루다 간암으로 진행하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안심하지 말고 바이러스 검사 결과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새 지침을 아직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없다. 대신 치료가 쉬워졌다. 먹는 치료제를 8~12주 복용하면 98~99%가 완치된다. 예전처럼 주사를 오래 맞으며 부작용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감염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만 56세 국가건강검진에 C형 간염 항체검사를 넣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사를 받은 53만7726명 가운데 4360명(0.8%)이 항체 양성으로 나왔다. 이 중 확진검사까지 받은 사람은 44.9%인 1957명이었다. 확진검사를 받은 사람 가운데 1116명이 실제 C형 간염으로 진단됐다.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명이었다. 검사로 환자를 찾아내도 치료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아직 낮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형 간염 퇴치를 위해 치료율 80%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검사 결과지에서 많은 사람이 헷갈리는 말이 '항체 양성'이다. 항체는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며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그래서 항체 양성을 '면역이 생겼다'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B형 간염에서는 대체로 맞는 말이다. B형은 '표면항원' 양성이면 지금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표면항체' 양성이면 백신이나 과거 감염으로 면역이 생긴 상태다. 항원은 바이러스, 항체는 방패라고 생각하면 쉽다. 표면항원 양성이 나왔다면 바이러스 양과 간 상태를 확인하는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C형은 사정이 다르다. C형 간염 항체 양성은 바이러스에 한 번이라도 노출됐다는 신호다. 지금도 바이러스가 몸속에 남아 있는지는 혈액 속 바이러스 유전자(RNA)를 찾는 확진검사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 감염됐다가 나았어도 항체는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56세 검진에서 항체 양성이 나왔다면 확진검사 비용은 질병청이 최초 1회 지원한다. 신청은 검진을 받은 다음 해 3월까지 하면 된다.
이미 간염이나 간경변이 있는 사람은 간암 검진을 꼭 챙겨야 한다.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40세 이상 가운데 간경변증 환자, B형 간염 표면항원 양성자, C형 간염 항체 양성자,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질환 환자를 간암 고위험군으로 본다. 이들은 6개월마다 간 초음파와 혈액검사(혈청 알파태아단백)를 받을 수 있다. 작은 크기일 때 암을 찾을수록 수술이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간염이 있다면 생활 습관도 함께 바꿔야 한다. 술은 바이러스와 함께 간을 이중으로 공격한다. 간염 환자에게는 금주가 원칙이다. 간에 좋다는 즙이나 건강보조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도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줘 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새로 약을 먹기 전에는 담당 의사에게 먼저 알리는 게 안전하다.
예방도 어렵지 않다. B형 간염은 백신으로 막을 수 있다. 피검사로 항체가 없다고 확인되면 성인도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면도기나 손톱깎이, 칫솔처럼 피가 묻을 수 있는 물건은 가족끼리도 따로 쓰는 게 안전하다. 문신이나 피어싱은 소독이 확실한 곳에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