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꿀팁] 은행 맨손 손질 주의…과육 닿으면 물집, 독성 탓에 볶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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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은행은 독성이 있어 껍질을 깐 뒤 마른 팬에 중약불로 볶아야 한다.
장갑 착용, 익힘 판단, 먹는 양과 보관 요령을 정리했다.

가을이 깊어지면 길가 은행나무 아래로 노란 열매가 우수수 떨어지고, 주워 온 은행을 어떻게 볶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시기가 온다. 생 은행은 독성이 있어 날것으로는 먹을 수 없고, 익혀서 적은 양만 먹어야 한다. 팬에 볶는 일은 간단하지만 손질 단계와 먹는 양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이 여럿이다.
노릇하게 잘 볶았다고 한 줌씩 집어 먹어도 되는 음식은 아니다
잘 익은 은행은 밤처럼 달고 고소해서 자꾸 손이 간다. 하지만 일본 요리 사이트 저스트원쿡북(Just One Cookbook)은 은행에 신경독성 성분인 은행독소(ginkgo-toxin)가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하루 권장량은 어린이 5알, 성인 10알 정도로 제시했고, 과식하면 복통·메스꺼움·구토·설사·경련이 나타나며 드물게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적었다.
이 수치는 해외 요리 사이트의 권고이고, 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 확인한 국내 공식 수치는 없다. 따라서 국내 독자는 이 수치를 상한선으로만 참고하고 실제로는 그보다 적게 먹는 쪽이 안전하다. 어린이에게는 많은 양을 주지 않는다. 잘 볶은 한 판이어도 하루 종일 간식처럼 나눠 먹지 말고, 먹을 양을 정해 접시에 덜어 먹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주운 은행은 과육에 맨손이 닿지 않게 장갑부터 낀다
겉껍데기(과육)가 붙은 생 은행을 만질 때는 장갑을 끼는 것이 기본이다. 과육에는 심한 피부염이나 물집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있어서, 옻나무에 닿았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집에서는 일회용 비닐장갑보다 고무장갑을 겹쳐 끼는 편이 손질 중에 찢어질 걱정이 적다. 손질 후에는 비누로 손을 씻고, 과육이 묻은 장갑과 도구는 따로 헹군다.
냄새도 각오해야 한다. 날것 은행은 카망베르 치즈에 비유될 만큼 강한 냄새가 나고, 열매를 밟으면 신발 바닥에 오래 남는다. 아파트 현관이나 베란다에서 손질한다면 신문지를 깔고 창문을 열어 두는 편이 낫다.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20년 넘게 걸린다는 설명도 있으니, 길가에서 주울 때는 땅에 떨어진 열매를 밟지 않게 조심한다.
고를 때는 껍데기가 깨끗하고 매끈한 것을 집는다. 곰팡이가 피었거나 눈에 띄게 손상된 알은 볶기 전에 골라 버린다. 손질이 부담스럽다면 깐 은행을 통조림이나 진공 포장 제품으로 사 쓰는 방법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제품이 연중 유통되는데, 국내에서도 깐 은행 제품을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할 수 있어 과육 손질 단계를 통째로 건너뛸 수 있다.
껍데기는 세게 내리치지 말고 금이 갈 만큼만 두드린다
딱딱한 껍데기를 깔 때는 망치, 밀대, 호두까기(너트크래커) 중 집에 있는 도구로 살살 쳐서 금만 낸다. 세게 내리치면 알이 으깨지니 힘을 빼고 금이 가는 정도에서 멈춘다. 알이 튀어 나갈 수 있어서 행주나 수건을 한 겹 덮고 두드리면 좁은 주방에서도 정리가 쉽다. 밀대로 누를 때는 도마 위에서 체중을 싣지 말고 천천히 눌러 준다.
알을 감싼 얇은 속껍질은 손으로 벗겨 내거나, 끓는 물에 몇 초만 데쳐서 벗긴다. 볶은 뒤에 벗겨도 되므로 처음부터 완벽하게 벗길 필요는 없다. 껍데기를 깐 알은 다시 한번 살펴서 색이 이상하거나 곰팡이가 보이는 알은 빼 둔다.

마른 팬에 중약불로 올리고 색과 향을 보며 볶는다
껍데기를 깐 은행은 기름 없이 마른 팬에 올리고 중약불에서 볶는다. 팬을 자주 흔들거나 저어 주어야 타지 않는다. 표면이 점점 더 선명한 초록빛으로 변하고 군데군데 구운 자국이 생기면 익어 가는 신호다. 알 양과 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8분 걸린다.
기름을 소량 둘러도 되지만, 마른 팬에서 볶아야 색과 냄새 변화가 잘 보여 익은 정도를 판단하기 쉽다. 강불에서 서두르면 겉만 타고 속은 덜 익을 수 있으니 불은 올리지 않는다. 껍데기째 볶을 때는 껍데기가 갈라질 때까지 볶는데, 알이 튈 수 있어 팬 뚜껑을 덮거나 얇은 체를 얹어 두면 주방이 덜 어지럽혀진다. 어느 쪽이든 덜 익은 알이 하나라도 섞이면 안 되므로 반으로 갈라 보거나 색을 확인하고, 생으로 남은 듯하면 다시 볶는다.

아파트라면 종이봉투와 전자레인지로 연기와 소리를 줄일 수 있다
팬 대신 전자레인지를 쓰는 방법도 있다. 껍데기째 종이봉투에 담아 껍데기가 갈라질 때까지 돌리면 된다. 가스레인지 앞에서 계속 서 있지 않아도 되고, 껍데기가 터지는 소리와 알이 튀는 일이 봉투 안에 갇혀 좁은 주방에서 쓰기 편하다. 다만 가열 시간을 정확히 알려 주는 근거를 찾지 못했으므로 짧게 돌리고 꺼내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쪽이 안전하다. 봉투가 뜨거우니 꺼낼 때는 장갑이나 행주를 쓴다.
어느 방법을 쓰든 목표는 껍데기를 쉽게 열고 속살을 충분히 익히는 것이다. 팬으로 볶은 알과 달리 전자레인지로 익힌 알은 군데군데 덜 익은 곳이 생기기 쉽다. 꺼낸 뒤 알의 색과 상태를 보고 의심스러운 알은 팬에서 한 번 더 볶아 마무리한다.
남은 은행은 소분해 냉장·냉동하고 먹을 만큼만 데운다
볶은 은행은 잠깐 식힌 뒤 남은 속껍질을 벗긴다. 이후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짧게 보관하고, 오래 둘 양은 소량씩 나눠 냉동한다. 한 번에 먹을 양씩 봉지에 나눠 두면 꺼낼 때 양 조절까지 자연스럽게 된다. 다시 데울 때도 먹을 만큼만 꺼낸다.
볶아 놓았다는 이유로 상온에 오래 두지 않는다. 용기에 볶은 날짜를 적어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밥·볶음·국물에 몇 알씩 곁들이면 양 조절이 쉬워진다
일본에서는 은행을 찜 요리인 차완무시, 섞음밥(다키코미고항), 오뎅, 수프와 스튜, 볶음 요리에 넣고, 소금을 쳐 구워 먹기도 한다. 이 방식을 국내 식탁에 옮기면 솥밥이나 영양밥에 한 줌 올리고, 볶음 요리나 국물 요리에 몇 알 곁들이는 정도가 된다. 요리에 섞으면 한 번에 먹는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먹는 양 관리에도 유리하다.
가족이 여럿이라면 인원수로 나눴을 때 한 사람 몫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해 두면 좋다. 어른용 접시와 아이용 접시를 따로 담아 아이 몫은 훨씬 적게 두는 방식도 쓸 수 있다. 볶은 은행이 소스에서 말하는 것처럼 밤과 비슷한 단맛과 쫀득한 식감을 낸다는 점을 활용하면, 적은 양으로도 만족감이 큰 가을 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