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찔렸어...이건 칼이야" 5살 아이가 남긴 '가슴 아픈'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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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해 장면 목격한 다섯 살 딸…상담 기록에 남은 극심한 불안

경기 광주시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살해한 30대 남성의 범행을 다섯 살 딸이 눈앞에서 지켜본 가운데, 피해 아동이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JTBC 단독보도에 따르면 아이의 심리상담 결과 엄마가 흉기에 찔린 상황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그림을 그린 뒤 ‘칼’이라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낯선 인기척과 옷걸이에 걸린 모자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을 돌보는 외할머니와 떨어지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접근금지 명령 어기고 아내 살해…딸이 범행 목격

지난달 1일 경기 광주시 능평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30대 염모 씨가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를 흉기로 살해했다. 염씨는 아내를 28차례 찌른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염씨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긴 상태였다.

피해 여성은 가정폭력을 피해 친척 집에 머물고 있었다. 염씨는 이혼소장에 적힌 주소를 통해 아내의 거주지를 파악한 뒤, 다섯 살 딸을 데리고 출근하던 아내의 동선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헬멧을 쓴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간 염씨는 약 30분 뒤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당시 아이는 엄마가 공격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아직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에 가장 가까운 보호자가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사건 이후 아이가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피해 여성의 유가족은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말을 반복한다고 전했다.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고, 주변에 있는 신발을 가리키며 “저 신발도 우리 엄마 신발인데”라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와 함께했던 일상 속 물건이 아이에게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상이 된 셈이다.

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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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기록에 담긴 불안…엄마가 공격당한 상황 반복해 언급

취재진이 입수한 피해 아동의 심리 상담 기록에는 범행 장면을 목격한 이후 나타난 여러 행동이 담겼다. 기록에 따르면 아이는 누군가 묻지 않아도 엄마가 흉기에 찔린 상황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림을 그린 뒤에는 해당 그림을 ‘칼’이라고 부르는 모습도 나타났다.

어린아이는 자신이 겪은 충격적인 사건을 성인처럼 시간 순서에 따라 설명하거나 감정을 말로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건과 관련된 장면이나 물건을 반복해서 언급하거나 놀이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행동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특정 행동 하나만으로 아이의 심리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으며, 지속적인 관찰과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다.

상담 기록에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두려움이 커진 모습이 담겼다. 아이는 낯선 인기척에 불안해했으며, 옷걸이에 걸린 모자를 보고도 무섭다며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범행 당시의 충격이 사건 현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평소 생활환경에서도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에게는 주변 환경을 안전하게 느끼는 경험을 되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소리나 낯선 사람의 등장처럼 성인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자극도 사건을 겪은 아이에게는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때 아이가 느끼는 공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억지로 참도록 하기보다, 무엇이 무서운지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반복해서 전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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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떨어지는 것도 불안…남겨진 가족의 고통

상담 기록에는 아이가 자신을 돌보는 외할머니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불안해하는 모습이 담겼다. 외할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우려고 하면 이를 말리거나 울음을 보였고, 외할머니와 분리되면 불안해하는 것으로 기록됐다.

아이에게 외할머니는 엄마를 잃은 뒤 일상을 함께하는 주요 보호자다. 갑작스러운 상실을 경험한 아이가 남아 있는 보호자와 떨어지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은 안전감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과 관련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반응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생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살펴봐야 한다.

아이를 돌보는 외할머니 역시 딸을 잃은 유가족이다.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는 동시에 어린 손녀의 생활과 정서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유가족에 따르면 남은 가족들도 무력감과 죄책감, 심한 우울감과 불면 등을 겪고 있다.

가족이 갑작스러운 폭력으로 구성원을 잃으면 슬픔뿐 아니라 사건 당시의 기억,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 남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겹칠 수 있다. 아이를 돌보는 보호자에게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보호자의 정서적 안정은 아이가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중요하다.

유튜브, JTBC News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환경과 꾸준한 심리 지원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어린이는 불안과 수면 문제, 분리 상황에 대한 두려움, 사건과 관련된 기억의 반복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모든 아이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반응의 정도와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개인마다 다르다. 겉으로 차분해 보인다고 해서 심리적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아이를 도울 때는 사건에 관해 반복해서 설명하도록 요구하거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묻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이야기하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무서워할 때는 “그 정도는 괜찮다”고 감정을 축소하기보다 “무서웠구나”, “지금은 안전한 곳에 있어”처럼 감정을 인정하고 현재의 안전을 알려주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튜브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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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와 수면, 놀이 등 일상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불안해할 때 믿을 수 있는 보호자가 곁에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갑작스러운 분리나 낯선 환경의 변화는 가능한 한 세심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 지속된다면 아동 심리 전문가의 평가와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가정폭력이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곁에 있는 어린 자녀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남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함께 범행 장면을 목격한 충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남겨진 아이와 가족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심리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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