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묘앞역서 붙잡힌 70대 방화범... 알고 보니 '4년 전 그 건물 방화 미수범'

작성일

역삼동 두 빌딩에 불 지르고 도주한 70대 검거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화재가 발생한 한 상가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화재가 발생한 한 상가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상가 건물 두 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연쇄 방화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70대 남성이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4년 전에도 동일한 건물에 불을 지르려다 방화 예비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범행 동기와 사전 계획성 여부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방화로 인해 1명이 심정지 상태에 빠지는 등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291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빚어졌다.

20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역삼동 소재 신명빌딩과 한양빌딩 두 곳의 특허법인 사무실에 고의로 불을 지른 혐의로 70대 남성 A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4분쯤 신명빌딩에서 최초 화재 신고가 접수됐으며 불과 7분 뒤인 낮 12시 1분쯤 인근 한양빌딩에서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두 화재 현장 모두 지식재산권 업무를 대행하는 특허법인이 입주해 있는 상업용 건물로 확인됐다.

방화 혐의를 인지하고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즉각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의자의 도주 경로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수사팀은 첫 화재가 발생한 지 약 4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16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앞역 인근에서 도주 중이던 A 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직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두 빌딩에 대한 방화 모두 검거된 70대 남성 A 씨의 소행이다"라며 "4년 전에도 A 씨가 같은 건물에 방화를 시도하려다 구속된 전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동일 건물 방화 미수 전력으로 실형을 살았던 피의자가 또다시 같은 장소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원한 관계에 얽힌 보복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낮 도심 상가 건물에서 일어난 연쇄 방화는 심각한 인명 피해를 유발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유독가스를 흡입하거나 화상을 입은 피해자는 총 1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5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14명이 경상 판정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특히 중상자 중 1명은 구조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구급대원들로부터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다행히 해당 환자는 병원 도착 직후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거쳐 현재 자가 호흡을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접수한 관할 소방서는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투입했다.

소방관과 경찰 등 총 291명의 대규모 인력과 펌프차 등 소방 장비 56대가 현장에 동원돼 맹렬하게 치솟는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두 번째 발화 지점인 한양빌딩 화재는 화재 발생 약 34분 만인 낮 12시 35분쯤 가장 먼저 완전히 진압됐다.

반면 최초 발화 지점인 신명빌딩의 화재는 유독가스와 짙은 연기가 건물 내부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당국은 구조대원들을 건물 내부로 진입시켜 고립된 입주자들을 수색하고 발화점을 타격한 끝에 화재 발생 약 2시간 26분 만인 오후 2시 20분쯤 완진했다.

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반을 꾸려 정확한 발화 지점과 인화성 물질 사용 여부 등 구체적인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현행 형법 제164조에 따르면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현존하는 건조물을 소훼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화는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 범죄인 만큼 재범의 위험성이 경고돼 왔다.

대검찰청의 공식 범죄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방화 범죄자 가운데 과거 범죄 전력을 보유한 전과자 비율은 약 40~50% 수준이다.

이 중 동일한 방화 전과를 가진 동종 재범 비율 역시 10%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화는 범죄 특성상 정신질환 및 충동조절 장애와 밀접해 실질적인 치료 보호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만성적인 재범 위험성이 항상 남아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예방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