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폭동] 루이비통 등 '명품'이 얼마나 많이 털렸으면 이런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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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고마워, 주문은 DM으로” 약탈 명품, 헐값에 중고매물로

'시위 고마워. 주문은 DM(개인 메시지)으로.'

이런 문구를 단 매물이 프랑스 중고거래 플랫폼과 틱톡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물가에 항의하는 전국 시위가 약탈 사태로 번진 직후다. 시위대가 매장에서 털어 간 명품과 화장품, 전자제품이 헐값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10월 17일 짭짤했다'처럼 약탈 날짜를 내건 설명까지 달아 놨다.

프랑스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 올라온 세포라 립스틱과 세포라·마노르(Manor) 쇼핑백에 담긴 화장품. 립스틱은 개당 15유로(2만2300원), 화장품 묶음은 10유로(1만4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약탈품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 올라온 세포라 립스틱과 세포라·마노르(Manor) 쇼핑백에 담긴 화장품. 립스틱은 개당 15유로(2만2300원), 화장품 묶음은 10유로(1만4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약탈품으로 추정된다.

약탈품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시위 몇 시간 만에 온라인 장터에 나왔다. 프랑스를 최대 시장으로 둔 중고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와 온라인 장터 르봉쿠앵(Leboncoin)에 새 화장품과 스포츠용품, 전자제품을 한데 묶어 싸게 파는 매물이 쏟아졌다. 향수와 명품 핸드백, 브랜드 스웨터도 매물로 나왔다. 세포라 화장품 한 꾸러미는 10유로에 올라왔다. 릴에서는 축구 클럽 LOSC 공식 매장이 털린 지 몇 시간 만에 이 구단 유니폼이 빈티드에 등장했다. 일부 유니폼에는 도난 방지 태그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시위 때 훔친 스웨터'라고 대놓고 적은 매물도 있었다. 애플 제품이 잔뜩 쌓인 물건 더미를 찍은 영상도 X(옛 트위터)에 퍼졌다.

경찰·사법 분야 컨설턴트 기욤 파르드는 약탈자들이 옷과 전자제품, 게임, 가방, 향수처럼 되팔기 쉬운 물건을 골라 훔친다고 설명했다.

훔친 물건을 자랑하는 영상도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청년은 명품 시계 3개와 핸드백을 펼쳐 보이며 “10월 17일 한몫 챙겼다”는 글을 18일 아침 틱톡에 올렸다. 다른 청년은 언더아머 재킷과 가방 2개를 들어 보이는 틱톡 영상을 올렸다. 이 청년은 프랑프리와 JD스포츠 매장에 들어가는 장면도 따로 공개했다. 이 영상은 약 41만7000회 조회됐다.

프랑스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 올라온 디올 남성용 패딩 재킷. 판매자는 새 제품이며 택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판매 가격은 390유로(58만원)다. 해당 제품이 프랑스 약탈 사건과 관련된 물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가격이 원가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까닭에 약탈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프랑스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에 올라온 디올 남성용 패딩 재킷. 판매자는 새 제품이며 택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판매 가격은 390유로(58만원)다. 해당 제품이 프랑스 약탈 사건과 관련된 물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가격이 원가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까닭에 약탈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JD스포츠 쇼핑백을 든 청년이 나오는 영상에는 '샤틀레 야간 세일'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샤틀레는 파리 도심 번화가다. 릴에서는 마스크를 쓴 청년이 애플 매장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맨얼굴에 맨손으로 물건을 훔친 사람들에게 경찰이 들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글도 올라왔다.

명품 매장도 약탈을 피하지 못했다. 파리에서는 몽테뉴가의 셀린느 매장과 생토노레가의 크리스챤 디올 향수 매장이 털렸다. 같은 거리의 고급 향수 매장인 이니시오 퍼퓸 프리베와 BDK 퍼퓸도 공격을 받았다. 보르도에서는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루이비통 매장에서 상품을 한아름 안고 나오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루이비통과 버버리, 셀린느 매장이 털리는 장면으로 보이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리옹에서는 휴고보스 매장에 불이 났다. 리옹의 라코스테 매장은 진열창이 깨질 뻔했다. 티에리 기베르 라코스테 최고경영자(CEO)는 라코스테와 에이글 매장이 약탈당했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대형 매장도 표적이 됐다. 파리 오스만 대로의 갤러리 라파예트 본점과 마레 지구의 BHV 백화점, 프랭탕 백화점이 공격을 받았다. 리볼리가의 자라 매장도 피해를 봤다. 보르도에서는 애플 매장과 데카트론, 인터스포츠, 갤러리 라파예트가 털렸다. 푸아티에에서는 세포라 매장이 약탈당했다. 세포라는 여러 매장에 시위대가 침입했다고 밝혔다.

약탈은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고물가 항의 시위 끝에 벌어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시위 참가자를 약 55만 명으로 집계했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과 청년 단체들은 약 8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낮에는 대체로 평화롭던 시위는 해가 지자 방화와 약탈로 번졌다. 리모주에서는 시청이 불탔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시청사에 난입했다.

에마뉘엘 그레구아르 파리시장은 거리 하나가 통째로 부서졌다고 비판했다. 그레구아르 시장은 시위와 폭도는 구분해야 한다며 폭도는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렉상드르 봉파르 프랑스유통협회(FCD) 회장은 상점 1500곳이 직접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까르푸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봉파르 회장은 피해액이 수억 유로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랑스 상공회의소 측은 직접 피해를 본 사업장이 20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니콜 리샤르베르스피렌 마르세유 중심가 상인협회장은 중심가 상점의 절반 넘게 털리거나 부서졌다며 상인들은 당국에 버림받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빈티드는 약탈품으로 의심되는 매물을 곧바로 찾아내 지우고 있다고 밝혔다. 빈티드는 "빈티드에서는 도난품을 팔거나 팔겠다고 내놓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규정을 어긴 계정은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빈티드는 프랑스 당국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형법은 훔친 물건인 줄 알면서 사들이거나 갖고 있는 행위를 장물죄로 처벌한다. 장물죄는 최대 징역 5년과 벌금 37만5000유로에 처할 수 있다. 상습범이거나 장물 거래를 업으로 삼는 등 죄질이 무거우면 최대 징역 10년과 벌금 75만 유로까지 처할 수 있다. 물건을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아도 장물죄는 성립할 수 있다.

로랑 누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17일 밤까지 약 180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체포 인원은 이후 2000명 가까이로 늘었다. 파리에서만 855명이 붙잡혔다. 파리 경찰청은 18일 저녁에도 2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파리에서는 매장 3곳이 또 털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밤 우리는 모두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그 무엇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부순 사람은 대가를 치르고 훔친 사람은 물어내야 한다며 "우리는 절대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거나 아예 금지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피해 상인들의 요구는 정부가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필요한 지역에 한해 통행금지를 내리라고 주문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파리 전역에 통행금지를 내리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릴과 인근 두에, 와티니, 드냉에는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졌다. 마르세유는 19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집회와 시위를 금지했다.

고물가 항의 시위는 같은 날 벨기에와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도 열렸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복면을 쓴 시위대가 명품 매장을 약탈했다. 밀라노에서만 최소 50명이 구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