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실업급여 준다더니…정부, 또 말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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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자진퇴사자 66.5%가 1년 미만 근무, 왜 이직이 이렇게 빠를까?
고용보험기금 5조 적자 속, 청년 구직급여 지급 과연 가능할까?

청년층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제도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첫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직무가 맞지 않아 퇴사한 청년에게 재취업 준비 기간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고용보험기금 적자와 조기 퇴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가 법 개정과 예산 반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목표로 삼았던 2027년 하반기 시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35세 미만 청년, 자발적 퇴사해도 생애 한 번 지급 검토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이직할 경우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이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검토안에는 이직 전 임금의 60%를 지급하되 월 최대 1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방안은 청년이 첫 직장에서 퇴사한 뒤 다른 일자리를 찾는 동안 생계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책이다. 첫 취업 단계에서는 자신의 적성과 직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입사한 뒤 업무 내용이나 근로환경이 기대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퇴사와 동시에 소득이 끊기면 생활비 부담 때문에 다음 직장을 충분히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검토한 제도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에게 제한적으로 소득을 지원해 직무를 다시 탐색하고 재취업을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자발적 퇴사자라면 누구나 급여를 받는 방식은 아니다. 연령과 근속기간 등 구체적인 지급 요건을 정하고, 생애 한 차례만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보완 방안을 마련한 뒤 법 개정과 예산 반영을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관련 법률 개정과 재원 마련이 필요하고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제 시행까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실업급여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다. / 뉴스1
실업급여 기준이 계속 바뀌고 있다. / 뉴스1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실업급여 못 받나

현행 제도에서 구직급여는 일반적으로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고용보험법에 따라 이직 전 일정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재취업 활동을 해야 한다. 일반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이직 전 18개월 동안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서 피보험단위기간은 단순히 회사에 다닌 달력상의 기간을 뜻하지 않는다. 임금 지급의 기초가 된 날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입사 후 6개월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180일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급 가능 여부는 고용보험 가입 이력과 근무 형태, 퇴사 사유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자발적으로 퇴사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임금 체불이나 채용 당시와 다른 근로조건, 직장 내 괴롭힘 등 법령이 정한 정당한 이직 사유가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수급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업장 이전이나 전근, 불가피한 사정으로 통근이 곤란해진 경우도 구체적인 요건에 따라 판단 대상이 된다.

반면 단순히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퇴사했다면 일반적으로 구직급여를 받기 어렵다. 이번 청년 지원안은 이런 기존 제도의 원칙에 예외를 추가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제한적으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현행 구직급여는 수급자격과 고용보험 가입기간 등에 따라 지급 기간이 정해지고, 지급액도 이직 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검토안의 월 최대 100만원은 기존 제도와 별도로 논의된 지급 상한이다. 구체적인 근속 요건과 지급 기간, 신청 절차 등은 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아직 확정된 수급 기준으로 볼 수 없다.

청년 자진퇴사자 66.5%가 1년 미만 근무

제도 도입 논의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짧은 근속기간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5세 미만 자진퇴사자는 14만641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6.5%인 9만7437명은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1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도 높았다. 20~24세 자진퇴사자는 80.1%가 근속기간 1년 미만이었으며, 25~29세는 63.5%, 30~34세는 55.2%였다.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도 1년 6.8개월에 그쳤다.

이 같은 통계는 청년층의 직장 이동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자진퇴사 통계만으로 퇴사 원인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더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기 위한 이직과 근로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경우, 개인 사정에 따른 퇴사 등이 함께 포함될 수 있다.

지원안에 찬성하는 쪽은 청년이 첫 직장에서 겪는 직무 불일치와 근로환경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생계 부담 때문에 맞지 않는 직장에 계속 머물기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경력을 쌓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의 소득 지원이 무작정 퇴사하는 것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재취업 준비와 직무 전환을 위한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고용보험기금 적자와 조기 퇴사 유도 우려

반대 의견의 핵심은 재정 부담과 제도의 취지 변화다. 2025 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은 당기 59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제외한 실업급여 계정의 실질 적자는 5조9933억원에 달했다.

자발적 퇴사자까지 구직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하면 필요한 재원이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수급자에게 지급할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 추가되는 대상자의 급여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의 범위와 최소 근속기간, 지급액과 기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재정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인력 운용에 미칠 영향도 쟁점이다.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소득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청년이 이직을 결정할 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급여가 퇴사 이후의 소득 공백을 보전해 주는 수단으로 인식되면 단기 근속과 조기 이직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처럼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장에서는 직원 이탈이 더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에서는 “나라에서 주는 건데 못 타면 바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하면 재취업 지원을 위한 제도가 퇴사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제도의 목적을 제한적으로 설계하고 구직활동이나 직업훈련 참여 등과 연계하면 재도전 지원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자발적 퇴사자까지 포함시키면 실업급여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 뉴스1
자발적 퇴사자까지 포함시키면 실업급여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 / 뉴스1

첫 취업 전 청년과 다른 연령층의 형평성도 과제

지원 대상의 형평성도 논쟁거리다. 일정 기간 직장에 다닌 뒤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아직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이나 장기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 지원 수준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청년층 안에서도 취업 경험 유무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셈이다.

35세 이상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중장년층 역시 직장 이동이나 재취업 과정에서 소득 공백을 겪지만, 이번 검토안은 35세 미만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청년층의 첫 직장 적응과 경력 형성을 별도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와 함께, 고용보험 재원으로 특정 연령대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부분은 지원 취지와 제도 설계의 균형이다. 자발적 퇴사 이후의 재도전을 지원하더라도 최소 근속기간과 지급 횟수, 구직활동 요건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구직급여 체계 안에서 운영할지, 청년을 위한 별도 재취업 지원 제도로 설계할지에 따라서도 재원과 수급 기준이 달라진다.

정부는 보완 방안을 마련해 법 개정과 예산 반영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의 재취업 준비를 지원하면서도 고용보험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고, 첫 취업 전 청년과 다른 연령층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설계가 향후 논의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실업급여 부정수급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 뉴스1
실업급여 부정수급도 매년 발생하고 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