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소득 안 본다...청소년 1인당 무조건 60만 원 준다는 '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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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격차 줄이고 지역경제까지, 청소년 지원금의 두 가지 목표
강원 양양군이 만 12~18세 청소년에게 1인당 연간 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청소년 기본지원금’ 도입을 추진한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학교 재학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연령·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지원금은 현금 대신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18세 청소년 대상…분기마다 15만원 지급 검토
19일 양양군에 따르면 군은 민선 9기 공약사업의 하나로 청소년 기본지원금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의 교육·문화 활동 기회를 넓히고 양육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지급기준일 현재 양양군에 주민등록을 둔 만 12~18세 청소년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이나 학교 재학 여부는 지원 조건에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뿐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도 연령과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지원금은 분기마다 15만원씩 연간 네 차례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계획대로 시행되면 청소년 1명이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60만원이다. 지급 수단은 양양군 지역화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
군이 추산한 지원 대상자는 약 900명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연간 사업비는 약 5억4000만원이다. 군은 2027년 안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조례 제정 등 행정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책 구입부터 진로 탐색·체육활동까지 지원
지원금은 책 구입과 진로 탐색, 문화생활, 체육활동 등 청소년의 성장과 경험 확대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교육·문화 활동의 기회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고,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와 진로를 탐색하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지역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검토하는 데는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도 있다. 지원금이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되면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활동 기회를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정중 양양군수는 “청소년이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청소년의 성장을 돕고 양육 가정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업 추진을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거창·청양도 청소년 활동비 지원
청소년에게 활동비나 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경남 거창군은 2023년부터 ‘청소년 꿈키움 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지원 연령을 확대해 만 8~18세 청소년에게 나이에 따라 연간 20만~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충남 청양군도 만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바우처 지원사업을 운영 중이다. 매달 5만~7만원을 지급하며 연간 최대 지원액은 84만원이다. 지역별로 지원 대상과 금액, 지급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의 활동 기회를 넓히고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청소년 지원금은 왜 생겨났나…소득 지원 넘어 경험 격차 줄이기
청소년 지원금이 등장한 배경에는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청소년의 일상과 성장 기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의식주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드는 비용 외에도 책을 사거나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거나 진로를 탐색하는 데는 별도의 지출이 필요하다.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이라도 부모가 부담할 수 있는 비용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의 복지 지원은 소득이나 재산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경제적 지원이 더 필요한 가구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청소년의 문화·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에서는 소득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원 대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양양군이 추진하는 사업은 이런 차이를 고려해 부모의 소득 수준을 따지지 않고 일정 연령과 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청소년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려는 방식이다. 가정의 형편을 심사해 지원 대상을 선별하기보다 지역 청소년에게 일정한 활동비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보편적으로 지급한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의 교육·문화 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효과는 지원금의 액수와 사용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 내 시설과 프로그램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청소년기는 관심 분야를 발견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사회적 관계를 넓혀가는 시기다. 이때의 경험은 학교 수업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도서 구입과 취미 활동, 체육시설 이용, 문화예술 체험 등도 다양한 선택지를 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원금은 이런 활동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보태 청소년이 부모의 지출 여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선택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학교 재학 여부를 지원 조건에서 제외하는 것도 이 같은 접근과 맞닿아 있다. 청소년의 성장과 활동 지원을 학교 교육과 동일한 범위로 한정하지 않고,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에게도 지역사회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사용처와 지급 조건은 양양군이 마련할 세부계획과 조례를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인구 감소 지역의 고민…청소년 지원과 지역 소비 연결
청소년 지원금은 지역의 인구 감소와 정주 여건 문제와도 연결된다. 청소년과 양육 가정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교육·문화 활동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면 다른 지역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해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주민이 지역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과제 중 하나다.
지역화폐 지급 방식은 복지 지원과 지역 소비를 연결하는 수단이다. 일반 현금과 달리 사용 지역이나 가맹점에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어 지원금이 지역 상권에서 쓰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 청소년이 서점이나 문화·체육 관련 가맹점을 이용하면 활동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지역 사업자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지역화폐 사용이 실제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이용 가능한 가맹점과 소비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지원사업은 지자체가 지역 상황에 맞춰 지원 대상을 정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인 만큼 재원 마련과 지속 가능성도 중요하다. 양양군이 예상하는 연간 사업비는 약 5억4000만원이다. 지원금이 청소년에게 실질적인 활동 기회를 제공하려면 지급 자체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체육 시설과 프로그램, 가맹점 등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양양군은 2027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조례 제정과 세부계획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 대상과 지급 기준, 지역화폐 사용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제도 마련 과정에서 정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