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위고비 공항 반입, 한국과 OECD 37개국 비교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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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해의약품 지정 본인 치료용도 펜 1개부터 면제추천서 필요
한국 제외한 OECD 37개국 비만약만 따로 지정해 막는 사례 없어
같은 회사가 만든 같은 약이다. 한국에서는 몇 배 비싸다. 싸게 사려고 해외에서 처방을 받아도 돌아오는 공항에서 약이 막힐 수 있다. 의사에게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이라도 마찬가지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와 '위고비'를 둘러싼 이야기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세 갈래다. 같은 약을 왜 한국에서만 몇 배 비싸게 사야 하느냐는 것이 첫째다. 해외 의사에게 정식으로 처방받은 약까지 공항에서 막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 둘째다. 다른 나라에서는 본인 처방약을 들고 다닐 수 있는데 왜 한국은 별도 절차를 요구하느냐는 것이 셋째다.
한국의 규정부터 보자. 한국도 일반 의약품은 총 6병, 6병을 넘으면 용법상 3개월 복용량 이내까지 자가사용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예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10월 두 약을 유해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세청에 통보했다. 관세청은 "현재 식약처가 관세청에 통보한 유해 의약품은 '수입요건확인 면제추천서' 등 정해진 수입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통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세관은 "자가치료의 경우에도 수입요건 확인 면제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면제추천서가 없으면 펜 한 개라도 통관이 보류된다. 약은 반송되거나 폐기된다. 관세청 기준에는 외국인 여행자를 이 요건에서 빼 주는 예외도 명시돼 있지 않다.
비만치료제라서 막히는 게 아니다. 식약처가 이 두 약을 특정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다른 처방약과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도 이렇게 할까.
위키트리가 한국을 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규정을 살펴봤다. 각국 세관과 보건부, 의약품규제기관의 공식 자료가 기준이다. 각국 정부가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에 낸 자료도 함께 확인했다. 조사한 공식 자료에서는 일반 처방약 규정과 별도로 위고비나 마운자로에만 추가 요건을 붙여 여행자의 개인용 휴대 반입을 막는 규정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은 처방약 전반에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한국처럼 특정 비만치료제를 골라 일반 처방약보다 높은 문턱을 세운 사례는 찾지 못했다.

37개국 모두에서 위고비·오젬픽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젭바운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었다. 유엔 마약 협약에도 올라 있지 않다.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에는 별도의 반입 한도와 증명서 요건을 두는 나라가 많다. 체코와 폴란드, 이탈리아, 콜롬비아 등이 정한 ‘30일분' 한도와 유럽 솅겐 협정 가입국의 '솅겐 증명서'가 그렇다. 비만치료제는 이러한 마약류 관련 특별 규정의 대상이 아니다.
물론 모든 나라가 해외 처방약을 무조건 허용하는 건 아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자기 약을 들고 오는 경우와 자국민이 외국에서 산 약을 들여오는 경우를 구분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외국인 방문객에게 체류 중 쓸 약을 처방전이나 의사 소견서, 원래 포장을 갖춰 90일분까지 가져오도록 허용한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자국민이 외국에서 산 의약품을 들여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불법이라고 안내한다. 개인 사용 목적에 한해 재량으로 허용할 수 있을 뿐이다. 캐나다도 방문객에게는 ‘1회 치료 과정분 또는 90일분 가운데 적은 쪽'까지 반입을 인정한다. 반면 캐나다 보건당국은 거주자가 처방약을 우편이나 택배로 들여오는 것은 원칙적으로 막는다.
다만 두 나라의 제한은 성격이 다르다. 미국과 캐나다의 제한은 모든 처방약에 똑같이 적용되는 일반 원칙이다.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콕 집어 다른 처방약보다 까다로운 요건을 붙인 게 아니다. 외국인 방문객이 본인 약을 들고 오는 것도 두 나라 모두 허용한다. 반면 한국은 일반 처방약에는 6병·3개월분 기준을 적용하면서 이 두 약에만 면제추천서라는 별도 관문을 세웠다.
유럽은 대체로 거주자와 방문객을 구분하지 않는다. 독일 세관은 일반 처방약을 최대 3개월분까지 개인 반입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프랑스는 처방전이 있으면 치료 기간분까지, 처방전이 없어도 기본 3개월분까지 허용한다. 스페인 의약품청(AEMPS)도 치료 3개월분 이내를 기준으로 삼는다. 영국 내무부의 규제약물 목록에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가 없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이 약들을 일반 처방약으로 분류한다.

북유럽은 출발지에 따라 한도가 다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처방전이나 약국 라벨 같은 개인용 증빙이 있으면 유럽경제지역(EEA) 밖에서 들어올 때 3개월분, EEA 안에서 들어올 때 1년분까지 인정한다. 핀란드 의약품청은 처방약 반입에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절차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스위스는 수입 허가 없이 30일분까지 반입할 수 있다. 마약이 아닌 처방약이면 서류도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은 처방약이면 1개월분까지 서류 없이 들고 들어올 수 있다. 1개월분을 넘으면 처방전을 첨부해 온라인으로 '수입확인증'을 받으면 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처방전이나 의사 소견서를 갖추면 3개월분까지 허용한다. 이스라엘은 일반 처방약 90일분을 인정한다. 멕시코와 칠레, 코스타리카는 일수를 정하지 않고 '여행에 필요한 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다른 나라들도 GLP-1 계열 약물을 경계하고는 있다. 스페인 의약품청은 지난해 9월 GLP-1 관련 경고를 냈다. 오스트리아 의약품청과 코스타리카 보건부도 경고를 냈다. 프랑스는 불법 온라인 판매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이 겨냥한 건 위조품과 불법 온라인 판매, 무허가 제품의 유통이었다. 처방받은 약을 지닌 여행자의 휴대 반입을 겨냥한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에서 마운자로를 처방받으려는 이유는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국내에서 마운자로 최저 용량인 2.5mg 4주분은 병원에 따라 28만~35만원에 팔린다. 진료비는 따로다. 일본에서는 병원에 따라 같은 양을 1만~1만6500엔, 우리 돈 약 8만5000~14만원에 처방받을 수 있다. 진찰료와 처방료 포함 여부는 병원마다 다르다. 국내 판매사인 한국릴리는 일본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같다고 밝혔다.
일본이 싼 이유는 제도에 있다. 일본에서 마운자로는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건강보험에 등재돼 있다. 보험 약값은 국가가 정한다. 일본 정부는 예상보다 많이 팔린 약의 값을 강제로 깎는 '시장 확대 재산정' 제도를 운영한다. 마운자로는 처방 환자가 급증하자 올해 새로 생긴 '지속가능성 특례 가격 조정' 대상이 됐다.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는 올해 5월 약가를 일률적으로 25% 내리기로 결정했다. 8월부터 보험 약가는 2.5mg 한 개 1443엔, 15mg 한 개 8658엔이 됐다.
비만 목적 처방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유진료다. 병원이 값을 정하지만 국가가 정한 보험 약가가 기준점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엔화 약세와 일본 클리닉 간 가격 경쟁이 겹쳤다.
한국은 정반대다. 비만 치료용 마운자로는 비급여다. 국가가 정한 기준 가격 없이 병원과 약국이 값을 자율로 매긴다. 많이 팔린다고 값이 내려가는 장치도 없다. 마운자로가 2025년 8월 국내에 정식 출시된 뒤 '스시'와 '마운자로'를 합친 '스시자로'라는 신조어가 생긴 배경이다.
단속은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불법 반입 적발은 2024년 4건에서 2025년 1189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1~8월에만 5030건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5월까지 여행자 휴대품 통관보류는 501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본발이 319건으로 63.7%를 차지했다.
당국이 내세우는 이유는 안전이다. 관세청 중앙관세분석소가 인도에서 국제우편으로 들어온 마운자로를 분석했더니 유효성분 함량이 제품마다 크게 달랐다. 확인되지 않은 불순물도 다수 나왔다. 해당 제품은 위조품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위조품의 출처와 단속 대상은 엇갈린다. 정 의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국제우편 통관보류 2940건 가운데 인도발이 2811건(95.6%)이었다. 일본발은 70건(2.4%)에 그쳤다. 위조품 분석도 인도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도 해외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국 라벨까지 붙은 약을 들고 온 여행객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우편물과 같은 요건을 적용받는다. 다른 나라들이 위조품과 불법 유통을 겨냥할 때 한국은 처방전을 든 여행객까지 같은 문턱 앞에 세우고 있다.
보관 문제도 반입을 막을 이유가 되기 어렵다. 마운자로는 2~8도 냉장 보관이 원칙이다. 다만 30도 이하에서는 최대 21일까지 냉장고 밖에 둘 수 있다. 전매를 막을 법도 이미 있다. 개인이 의약품을 사고파는 건 약사법 위반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세관은 모든 여행자와 화물을 다 검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처방전을 챙겨 성실하게 신고한 사람이 오히려 약을 내려놓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규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올해 6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방안은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다. 관세청 자가사용 인정기준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처방전에 정해진 수량만 통관한다는 항목이 있다.
해외 처방에 위험이 없는 건 아니다. 마운자로는 2.5mg에서 시작해 몇 달에 걸쳐 용량을 올리는 약이다. 저혈당과 급성 췌장염 같은 부작용도 보고돼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GLP-1 계열 약물이 미용이나 다이어트 목적으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