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구간서 5중 추돌로 2명 사망…운전자 “크루즈 컨트롤 켜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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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 125km 설정, 제한속도 초과 운전이 부른 참사
자동 속도조절도 막을 수 없는 운전자의 부주의

전북 장수군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를 일으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SUV 운전자가 사고 당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켜고 주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설정 속도는 시속 125㎞로, 해당 구간 제한 속도인 시속 100㎞보다 25㎞ 높았다. 다만 설정 속도가 실제 주행 속도와 같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터널 공사로 서행하던 고속도로서 연쇄 추돌

19일 중앙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전북 장수경찰서는 이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40대 운전자 A씨를 입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신청 여부는 수사 결과와 A씨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판단할 방침이다.

사고는 지난 12일 낮 12시 55분께 전북 장수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 장수분기점(JC)에서 서상나들목(IC) 방향으로 약 3㎞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A씨가 몰던 토레스 SUV가 앞서가던 SM7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충격이 앞쪽 차량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5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당시 사고 지점 인근에서는 터널 공사가 진행돼 차량들이 서행하고 있었다. 사고로 SM7 뒷좌석에 타고 있던 60대와 70대 남성 2명이 숨졌다. 다른 차량 탑승자 11명도 다쳤으며, 이 가운데 2명은 대퇴골과 상완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고속도로 연쇄 추돌 교통사고로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 뉴스1
고속도로 연쇄 추돌 교통사고로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 / 뉴스1

운전자가 밝힌 ACC 설정 속도는 시속 125㎞

A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크루즈 기능을 켜고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이 파악한 당시 설정 속도는 시속 125㎞였다. 사고가 난 구간의 제한 속도는 시속 100㎞다.

다만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가 실제 사고 직전 차량의 주행 속도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CC가 작동 중이었는지, 차량이 실제로 어느 정도 속도로 주행했는지, 앞차와의 거리가 얼마나 됐는지 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사고 현장에 있던 다른 차량 탑승자와 목격자들은 참고인 조사에서 뒤따르던 SUV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과 차량 기록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ACC는 운전을 대신하는 자율주행 기능 아니다

ACC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약자로,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기준으로 주행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가속과 감속을 보조하는 장치다. 일반적인 크루즈 컨트롤이 설정 속도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ACC는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차량에 따라 앞차가 감속하면 함께 속도를 줄이거나 정차까지 지원하는 기능이 있지만, 작동 범위와 성능은 차종과 시스템에 따라 다르다. 센서가 앞차나 도로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거나 급격한 교통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의 직접적인 제동과 조향이 필요할 수 있다.

ACC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를 대신하지 않는다. 운전자는 교통 흐름과 도로 상황을 살피면서 필요할 때 속도를 줄이고 제동해야 한다. 공사 구간처럼 차량이 갑자기 감속하거나 정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서는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주행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루즈 컨트롤은 편한 기능이지만, 마냥 믿었다간 사고가 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크루즈 컨트롤은 편한 기능이지만, 마냥 믿었다간 사고가 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블랙박스·사고기록장치 분석 의뢰

경찰은 사고 당시 실제 속도와 ACC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SUV의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EDR은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차량의 속도와 제동 관련 정보 등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기록하는 장치다. 기록 항목과 분석 가능 범위는 차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A씨는 복막염 등으로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 현재까지 피의자 신문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운전자의 진술과 목격자 진술, 차량 기록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사고 당시 주행 속도와 제동 여부, 앞차와의 거리, ACC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크루즈 컨트롤·자율주행 보조 기능, 편리함 뒤에 있는 위험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다. 일반 크루즈 컨트롤은 주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여기에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더했다. 차종에 따라 정차와 재출발까지 지원하지만, 기능의 범위와 작동 조건은 차량마다 다르다.

이 같은 장치는 장거리 운전의 부담을 줄이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와 실제 도로 상황이 맞지 않으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갑자기 감속하거나 정체가 발생하고, 공사 구간에서 차량 흐름이 급격히 바뀌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ACC가 앞차를 감지해 감속하더라도 제동이 시작되는 시점과 감속 정도가 운전자가 직접 대응하는 상황과 다를 수 있다.

운전자가 밝힌 ACC 설정 속도는 시속 125㎞였다. / AI 생성 이미지
운전자가 밝힌 ACC 설정 속도는 시속 125㎞였다. / AI 생성 이미지

이러한 기능을 사용할 때는 차량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작동 조건과 한계를 확인하고, 도로 상황에 맞춰 설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교통량이 많거나 공사 구간에 진입할 때, 앞차가 급격히 감속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속도를 줄이고 제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기능을 켰다는 이유로 안전거리가 언제나 충분히 확보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의무를 지켜야 하며, 보조 기능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차량이 주변을 인식하고 운전 작업을 수행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 보조 기술과 사람의 개입 없이 주행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로 어떤 기능이 어느 수준까지 운전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차량의 기술 수준과 작동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장치 이름이나 광고 문구만으로 차량의 자율주행 능력을 판단하기보다 제조사가 안내하는 기능과 제한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장수 고속도로 사고에서도 ACC 설정 속도가 시속 125㎞였다는 사실만으로 사고 원인을 확정할 수는 없다. 실제 주행 속도와 사고 직전 제동 여부, 장치 작동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기록장치 분석을 의뢰한 것도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주행 보조 장치는 운전자를 돕기 위한 기술이며, 도로 상황을 판단하고 사고를 피하기 위한 최종적인 주의와 대응은 여전히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