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이 얼마나 맛있으면... 1억5000만원에 무려 '8만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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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에 잘했다" "담당자 승진시켜야 한다" 반응까지

전북 군산시를 대표하는 먹거리 짬뽕을 내건 ‘2026 군산짬뽕페스티벌'이 예상을 훌쩍 넘는 인파를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1억5000만원이라는 빠듯한 예산으로 8만명에 가까운 방문객을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런 게 진짜 가성비 축제"라는 칭찬이 잇따르고 있다.

군산 짬뽕 / 투어 전북
군산 짬뽕 / 투어 전북

군산시 백년광장 일원에서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열린 ‘2026 군산짬뽕페스티벌'엔 군산시 집계 기준 7만9300명이 다녀갔다. 2023년 약 3만명, 지난해 5만여명이 찾은 데 이어 올해 방문객이 다시 크게 늘었다. 예상 방문객을 2만명 정도로 잡고 준비한 축제였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놀라움은 더 커졌다.

스타 셰프까지… '체류형 미식 축제'

군산짬뽕페스티벌은 '전국 유일의 짬뽕축제'를 내세운 행사다. 군산시는 올해 축제를 군산 짬뽕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체류형 미식관광 축제로 꾸몄다. 단순히 짬뽕을 사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연과 체험,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참여한 한 중화요리 업소의 요리사가 짬뽕을 요리하고 있다. / 군산시 제공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참여한 한 중화요리 업소의 요리사가 짬뽕을 요리하고 있다. / 군산시 제공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은 건 ‘0.5인분 미식탐방'이었다. 전통 중식 부스에서 짬뽕과 짜장면을 반 인분씩 팔아 한 사람이 여러 가게의 맛을 비교할 수 있게 했다. 고기짬뽕부터 해물짬뽕까지 가게마다 다른 국물 맛을 조금씩 맛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스타 셰프들도 힘을 보탰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로 얼굴을 알린 미카엘 아쉬미노프 셰프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데이비드 리 셰프, 이미영 셰프가 저마다의 조리법과 아이디어를 더한 특별 메뉴를 선보였다. 해가 지면 야외 다이닝 공간에서 음식과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기는 야간 프로그램 '짬뽕레스토랑'이 열렸다. '철가방 삼형제', '보글보글 짬뽕탕' 같은 체험·공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낮에는 미식과 체험을, 밤에는 음식과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짜 아이를 데려온 가족부터 연인,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했다.

군산은 왜 '짬뽕의 도시'가 됐나

군산이 짬뽕으로 이름난 배경에는 화교의 역사가 있다.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조선과 청나라가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 맺으면서 중국인들이 조선에 건너와 장사를 시작했다. 1899년 개항한 항구도시 군산에도 산둥 지방 출신을 중심으로 한 화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차린 중국음식점이 한때 60곳을 넘을 정도로 군산의 중식 문화는 깊게 뿌리내렸다.

항구도시라는 점도 한몫했다. 홍합과 바지락, 오징어 등 신선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 해산물을 듬뿍 넣은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군산 짬뽕의 정확한 기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화교들이 고향 음식인 초마면을 팔다가 느끼함을 잡으려고 고춧가루를 넣은 것이 지금의 빨간 짬뽕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짬뽕'이라는 이름은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이벤트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 / 군산시 제공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이벤트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 / 군산시 제공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 노포들도 군산 짬뽕의 명성을 떠받친다. 화교 2대가 운영하는 빈해원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서 지금도 손님을 맞는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쓰였다. 복성루, 지린성과 함께 군산의 ‘3대 중식 맛집'으로 꼽히며 주말이면 긴 줄이 늘어선다. 군산시는 장미동 동령길 일대에 국내 최초의 짬뽕특화거리를 조성했다. 근대문화유산 거리와 짬뽕을 묶은 미식 여행지로 키우고 있다.

바닥에 앉아서도 웃으며 먹은 방문객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축제장의 테이블과 의자가 동났다. 자리를 찾지 못한 방문객들은 보도블록이나 철길 주변에 걸터앉아 짬뽕을 먹었다. 그런데도 온라인 반응은 뜻밖에 너그러웠다.

한 네티즌은 "자리가 없어서 먹는 노상 짬뽕도 낭만"이라며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컵떡볶이 먹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돗자리 하나 챙겨 가면 거기서 먹는 게 소풍이지", "은근 저렇게 먹는 게 또 낭만", "한여름 땡볕만 아니면 저런 데서 먹는 게 이상하게 더 맛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군산짬뽕페스티벌 자료사진 /  투어 전북
군산짬뽕페스티벌 자료사진 / 투어 전북

음식 맛에 대한 칭찬도 쏟아졌다. 직접 다녀왔다는 네티즌은 "조금만 기다리면 자리가 나왔다. 날씨, 음악, 먹거리 모두 너무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다른 방문객은 "끝물에 갔는데 테이블을 간신히 하나 잡았다. 고기짬뽕들이 정말 맛있었다"고 전했다. "불만이 자리에 관한 것뿐이면 음식이 얼마나 맛있었다는 거냐", "짬뽕 진짜 맛있었나 보다", "맛있으면 그걸로 됐다"는 댓글도 잇따랐다.

"담당자 상 줘야" 1억 투입한 기반시설에도 박수

네티즌들이 특히 감탄한 건 예산 규모였다. 군산시는 전체 예산 1억5000만원 가운데 1억원 이상을 하수·오수·가스·전기 등 행사장의 기본 기반시설을 까는 데 썼다. 나머지 5000만원 남짓으로 무대 설치와 공연 연출, 인건비까지 감당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1억5000만원으로 8만명을 감당한 거면 정말 잘한 거다. 그중 1억원은 인프라에 쓰고 나머지 5000만원으로 저 정도 했으면 담당자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댓글이 큰 공감을 얻었다. “1억원으로 전기, 가스, 하수 공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없는 살림에 잘했다", "담당자 승진시켜야 한다", "알뜰살뜰 잘하신 듯"이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1억5000만원을 방문객 수로 나누면 1인당 2000원도 들지 않았다며 "이 정도면 할 말 다 한 것 아니냐"고 했다.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이벤트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 / 군산시 제공
'2026 군산 짬뽕페스티벌'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이벤트 프로그램을 즐기는 모습. / 군산시 제공

공과금 성격의 기반시설에 예산 대부분을 썼다는 점을 높이 사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프라를 깔아 놨으니 다음번부터는 예쁘게 꾸미겠다", "내년에는 충분한 예산으로 더 잘할 것 같다"는 기대 섞인 댓글이 나왔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다른 대형 행사와 견주는 반응도 많았다. "여수 섬박람회랑 비교하면 잘했다. 이건 칭찬감인데?", "다른 데서 이상한 동상 세우고 수십억원 태우는 거 보면 진짜 가성비 좋은 혜자 축제"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젊은 층이 몰리며 전국적인 명물로 자리 잡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축제 아이디어를 낸 담당자와 홍보 담당자가 일을 미친 듯이 잘한 것 아니냐"며 "내년에는 예산을 더 주고 제대로 판을 깔아 줘라. 김천 김밥축제처럼 젊은 공무원이 소도시를 살리는 사례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계속 지켜보고 있는 축제인데 사람들이 매년 온다",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축제 소식을 처음 접한 이들 사이에서는 벌써 내년을 기약하는 분위기다. "이 축제는 몰랐는데 얼마나 맛있었으면 저럴까. 한번 가 봐야겠다", "맛있었다고 하던데 내년엔 가 봐야지", "내년에도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