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바라시니 사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추미애 제대로 직격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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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려면 깨끗하게 사과하지...”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과가 나온 뒤에도 사과 방식이 새로운 불씨가 됐고, 같은 당 의원의 공개 비판과 개그맨의 도청 빨대 배송으로까지 번졌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대상 국정감사였다. 추 지사는 이 자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바뀐 뒤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제도의 구조를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표현이 문제가 됐다. 발언 직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여론은 빠르게 악화했다.
현장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 소방공무원 노조 등이 소방관들의 헌신을 폄훼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소방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등은 소방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모독 행위라고 규정했다.
소방통합공무원노조는 경기도청 앞에서 항의 집회와 1인 시위를 열었다. 노조는 성명에서 "소방공무원의 헌신을 재정 낭비나 부담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현장 대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소방의 명예와 자긍심을 훼손하는 표현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 지사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16일 발생한 화재 사고였다. 이날 오전 8시 38분쯤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4층짜리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 5명과 공장 관계자 2명 등 7명이 다쳤다. 소방관 2명은 중상자로 분류됐고, 이 중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
소방관의 희생이 현실로 드러난 날, 소방 예산을 '재정 빨대'로 표현한 발언이 다시 거론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사고 당일 추 지사는 당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와 전국체육대회 개회식 참석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화재 소식을 듣고 일정을 취소한 뒤 현장을 찾았고, 부상한 소방관들의 치료와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제주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소방관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그분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그렇게 헌신하는 것에 비한다면 우리가 그분들에게 천금을 준들 아깝겠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추 지사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지사의 사과는 발언 나흘 만에 나왔다. 그 사이 당이 먼저 움직였다. 민주당은 두 차례 논평을 내 추 지사의 발언을 '대리 사과'했다. 이튿날에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섰다.
김 대표는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받은 소방관과 국민 여러분에게 당을 대신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소속 광역단체장의 발언에 대해 대신 사과하고, 당사자에게 별도로 사과를 요청했다.
추 지사는 17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혔다. 추 지사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과 자체보다 문구가 문제가 됐다.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이라는 조건과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이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일반 시민은 "그게 사과냐"며 분노를 드러냈고,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마지못해 사과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며 공세를 폈다. 비판은 야당에 그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사과를 바라니, 사과하겠다'는 추 지사의 육성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는 취지의 글도 다수 등장했다. 민주당 일부 권리당원은 지도부에 추 지사의 출당을 포함한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12억 호화 관사나 비싼 관용차를 타고 다니는 추 지사가 진짜 '빨대'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약 1400만명의 경기도민을 지키는 소방을 '빨대'라고 지칭하는 게 도지사의 워딩이 맞느냐"는 반응도 잇따랐다.

추 지사와 같은 당인 박지원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수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박 의원은 추 지사가 "계속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사과 방식을 정면으로 짚었다. "사과하려면 깨끗하게 사과하지, '사과하라니까 하겠다'(고 말해서) 꼬리를 잡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그래도 (추 지사가) 미운데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는, 우리 민주당으로서도 그런 처지"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배경이 있다. 추 지사는 검사장 출신인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의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며 이 대통령,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여기에 '소방 재정 빨대' 발언까지 겹쳐 여당이 또다시 곤혹스러워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과 이후에도 비판이 이어지면서 당내에서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비판 일변도로 일관하지는 않았다. 소방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한 취지 자체는 옳았다고 감쌌다. 박 의원은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으로 됐지만 모든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다 넘겨 놓으니까 장비 (노후화) 등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시골 지자체, 광역단체에선 엄청난 차등이 있다"고 짚었다.
소방공무원은 국가직이 됐지만 장비 예산 등 상당 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가 남아 있고,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장비 수준에 격차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추 지사가 국정감사에서 지적하려던 지점도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었다.

다만 박 의원은 표현의 문제를 분명히 했다. "그런 문제점을 지자체장으로서 조목조목 얘기했으면 됐지, '예산 빨대' '사과하라니까 사과한다',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정책 문제 제기와 표현 선택은 별개라는 취지이며, 결국 중대한 실언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은 온라인에서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시사 풍자 크리에이터 겸 개그맨 이상민 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추미애 지사에게 빨대를 배송한다"며 구매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50개입 빨대 묶음 5개, 총 250개가 담겨 있었다. 배송지는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내 경기도지사실로 명시됐다.
이씨는 추 지사의 사과 소식을 접하고 배송 취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기 어려워 취소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빨대는 실제로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집무실 문앞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한 사람의 경기도민으로서 분노한 마음을 전해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