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119% 프랑스는 벼랑 끝, 50% 한국은 안전할까…비율 낮아도 속도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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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채 1500조 육박…한국이 프랑스 사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의 불타는 시청 건물. / MBC
프랑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의 불타는 시청 건물. / MBC

프랑스가 최악의 재정 상황 속에 주요 도시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격화해 무정부 사태를 방불케 하는 가운데, 한국도 확장 재정 기조 속에 국가채무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프랑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국가채무는 최근 매년 100조원 넘게 불어나며 올해 다시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다. 비율은 낮아도 속도가 문제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올해 GDP 대비 119.3%이며, 내년에는 121.7%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총액으로는 약 3조6000억 유로(약 5500조원)에 이른다. 이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권고하는 60% 기준의 두 배를 넘는 수치로, 통계청(INSEE)이 집계를 시작한 197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재정적자도 GDP 대비 5.4%에 달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가 이를 5%로 낮추겠다는 2027년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위기는 금융시장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프랑스 국채 금리는 10월 들어 한때 4.96%까지 치솟아 2002년 7월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재정 위기국으로 분류되던 이탈리아마저 넘어섰다. 국채금리가 높다는 것은 채권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프랑스 리옹의 시위 장면. / MBC
프랑스 리옹의 시위 장면. / MBC

국채 이자 비용이 교육 예산을 초과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담당 대표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프랑스는 진정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예산안이 부결되면 국채 이자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 프랑스 실질 GDP 성장률을 1%로 전망해, 성장으로 빚을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민심도 들끓고 있다.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전역에서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1800명 넘게 체포됐고, 일부 도시에서는 명품 매장과 슈퍼마켓이 약탈당하고 공공건물에 방화가 일어났다. 이에 앞서 학생들도 노후한 교실과 교사 부족, 냉난방 시설 미비를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

폭죽을 던지는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해산시키고 있다. / MBC
폭죽을 던지는 시위대를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해산시키고 있다. / MBC
약탈당하는 명품 매장. / X
약탈당하는 명품 매장. / X

시위의 뿌리는 방만한 재정이다. 프랑스의 공공지출은 GDP의 57.2%로 유로존 평균(49.8%)을 웃돈다. 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은 계속 불어났지만, 역대 정부의 개혁 시도는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에 번번이 막혔다.

정치권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감세와 연금 수령 연령 하향 같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개혁이 가로막히자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택한 것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을 것으로 본 교육 예산 긴축이었다. 투표권도, 대변해 줄 정치 세력도 없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문제는 한국도 이 경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2020년 40%를 넘어선 뒤 빠르게 올라 2023년 처음 50%를 돌파했고, 한국은행의 GDP 기준년 개편으로 잠시 50% 아래로 조정됐다가 올해 다시 50%대로 올라섰다. 최근에는 매년 100조원 넘게 늘고 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을 821조원 규모로 편성했고, 국가채무는 15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30조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고, 이 중 13조원 안팎이 소비쿠폰이며,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19조 8000억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GDP 증가를 반영하면 내년 채무비율이 올해(51.6%)보다 낮은 48.3%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분모(GDP)만 커진 'GDP 착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비율이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율 자체는 프랑스보다 낮지만 속도가 문제다. 최근 10여 년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 상승 폭은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연금·의료·돌봄 지출을 구조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개혁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없이는 중장기 재정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수십조원대 현금 지원 공약을 내놓고, 표를 잃을까 지출 구조조정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프랑스의 경제·사회 위기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 사례는 복지 확대와 재정 건전성의 균형을 잃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실시간 교훈'이다.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시간을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쓰지 못하면, 지금 프랑스 학생들이 겪는 일을 한국의 미래 세대가 겪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위키트리에 "재정 불안이 불거진 프랑스나 스페인 등은 사회주의 국가로, 정부가 복지를 많이 해주다 보니까 국가부채가 늘고 국민의 근로 의욕이 저하됐다.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 적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국가의 사태를 보고도 우리나라에서 '기본 소득 시리즈'를 계속 내세우며 돈을 풀고 재정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장래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본격 돌입한 지금, 정부와 여야가 이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재정준칙 마련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