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둘러싼 논란 일파만파... 유홍준 부인 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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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부인 기증품, 5개월 후에도 홈페이지 미노출 이유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작가로 널리 알려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부인이 기증한 조선시대 돌 호랑이 조각이 넉 달 넘게 박물관 마당을 지키고 있지만 정작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이름조차 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1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이 같은 내용의 자료를 제출했다. 유 관장 개인 소장품이 잇따라 박물관 특별전에 출품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유 관장 가족의 기증품 처리를 둘러싼 법령 위반 논란까지 불거진 것.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8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6년 세 번째 주제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자료에 따르면 유 관장의 부인은 지난 4월 30일 개인 소장품인 '석호상'과 '석호소상' 2점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가운데 석호상은 한 달여 만인 6월2일 박물관 열린마당 계단 위에 놓였다. 지금도 그 자리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그러나 두 유물 모두 기증 유물을 소개하는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현재까지 게시되지 않았다. 박물관법 시행규칙은 '기증받는 것으로 결정한 기증품의 명칭, 수량, 크기 및 사진을 박물관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시 의무를 지는 사람은 박물관장, 곧 유 관장 자신이다.

유 관장 부부는 같은 날 각각 2건씩 유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유 관장은 본인 기증품 2건을 ‘e뮤지엄' 홈페이지에 올렸다. 배우자의 기증품 2건만 빠진 셈이다.

박물관은 미게시 이유를 묻는 정 의원실 질의에 서면으로 "무거운 유물이라 사진실로 옮기지 못해 고화질 사진을 아직 찍지 못했고, 열린마당 전시 일정 때문에 급하게 진행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전시는 33일 만에 급하게 하면서 사진 한 장 찍을 시간은 다섯 달 넘게 없었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사진을 못 찍어서 법을 어겼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이어 "기증받은 유물은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는데 미게시한 것은 명백한 법령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기증품을 받아들인 절차를 두고도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다.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박물관 수증심의위원회는 박물관장이 위원장을 맡는다. 그런데 관장의 가족이 기증하는 경우 위원장을 심의에서 빼는 제척 규정은 없다. 결국 관장 부인의 기증품을 남편이 위원장인 위원회가 받아들인 구조다.

정 의원은 "배우자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상 사적이해관계자"라며 "남편이 위원장인 위원회가 박물관장 부인의 기증품을 받으면서 사적이해관계자 신고와 회피를 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장 일가의 소장품이 박물관과 얽힌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 관장이 가진 자수 상보자기가 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사실이 채널A 보도로 지난 17일 알려졌다. 상보자기는 음식상을 덮는 데 쓰던 보자기다. '우리들의 밥상'은 친일파 글씨로 드러나 철거된 유묵이 걸렸던 바로 그 전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제사리장엄관 조성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9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제사리장엄관 조성을 위한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 대화하고 있다. / 뉴스1

박물관 측은 채널A에 "개인 소장품을 대여해 전시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전시 기획 단계부터 유 관장 소장품이란 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선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이력이 유물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채널A 인터뷰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흔히 똘똘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쉽게 얘기하면 벼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 영규대사의 글귀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이다. 박물관은 지난 7월1일 개막한 '우리들의 밥상'에서 이 작품을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했다.

하지만 낙관 속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이 쓰던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박물관은 8월10일 작품을 전시장에서 내렸다. 서예·근현대사·고문헌·보존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교차 검증에 나섰다. 박물관은 지난달 7일 박중양의 글씨라는 결론을 냈다. 박중양이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쓴 사실은 2009년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이미 기록돼 있었다.

이 작품이 유 관장의 소장품이라는 사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정 의원실 등이 받은 박물관 답변서를 통해 드러났다. 박물관은 관장의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빌려 전시했다고 설명했다. 소장자인 유 관장의 설명 등을 종합해 박원근 지사의 작품으로 판단했다는 해명도 내놨다.

박종인 작가에 따르면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이 작품을 샀다. 시작가 1만원에 나온 작품은 5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당시에는 조선통신사 일행이던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됐다. 유 관장은 “(경매에서) 30만원을 썼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5만원에 산 걸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시세 차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박물관은 이 작품을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려고 사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2016년 9월 부여군과 협약을 맺은 뒤 2024년까지 서화와 도자기, 민속품 등 865점을 기증했다. 부여군 감정평가 기준으로 27억원 규모다.

사과 과정에서 소장 사실을 감춘 점도 도마에 올랐다. 박물관은 8월12일 유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올렸다. 사과문에는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분들이 겪으셨을 혼란과 상실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 관장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이에 대해 미흡했다"며 "앞으로 전시품 검증 절차를 더욱 강화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여러 차례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작품의 소장자이자 추천자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박물관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선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유 관장은 지난 15일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9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공기관과 유관기관 26곳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관장 소장품의 전시 출품 경위와 부인 기증품의 홈페이지 미게시, 수증 심의 과정의 이해충돌 여부가 집중 질의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