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수치심 느낀다”…프랑스 폭동에 마크롱 대통령이 내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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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분노와 수치심 느낀다”…폭력 시위 규탄하며 집회 금지 권한 확대
프랑스 전역 시위에 55만명 참여·2400명 체포…폭력 대응 조사 지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국적인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방화와 약탈 등 폭력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집회 금지 권한 확대를 비롯한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18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지자 이날 대국민 연설에 나섰다. 그는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를 두고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떤 것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며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폭력과 약탈을 저지른 사람들을 정당한 요구를 내세워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떻게 프랑스 국민이 프랑스에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폭력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 금지 권한 확대…경찰 대응 과정도 조사 지시

마크롱 대통령은 추가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시장과 중앙정부가 임명한 지방행정 책임자에게 특정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폭력 시위에 대한 사전 정보 수집과 경찰의 대비 태세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도 지시했다. 대규모 시위가 폭력 사태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강경 대응과 별개로 시민들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도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과 교사, 국회의원, 노동조합 대표, 기업 지도자 등이 참여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폭력과 약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교육 환경 개선과 생활비 부담 완화 등 시민들이 제기한 요구는 별도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학생 시위에서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55만 명 거리로

이번 시위는 지난달 고등학생들이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후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 공공서비스 투자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노동조합과 교사, 농민 등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확대됐다.
지난 17일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 시위 참가자를 약 55만 명으로 추산했으며, 주요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은 참가자가 약 8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유류세 인상과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해 시작된 '노란 조끼' 운동에 동조하는 시민들도 이번 시위에 가세했다. 당시 노란 조끼 운동은 수개월간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하며 마크롱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바 있다.
시위 참가자 상당수는 평화적으로 거리 행진을 벌였지만 일부 지역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수도 파리에서는 상점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이 불탔으며 마르세유와 리옹 등 주요 도시에서도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프랑스 당국이 집계한 체포 인원은 약 2400명에 달한다. 경찰관 등을 포함한 부상자도 약 1000명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약 1500개 상점이 파손되거나 약탈당하는 등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한 배경에는 프랑스의 경제적 어려움과 마크롱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 교육과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에 대한 불만이 학생과 노동자 등 여러 계층의 시위 참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폭력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프랑스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극좌 세력이 경찰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고 비판했지만 좌파 진영의 장뤼크 멜랑숑은 정부가 경제·재정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도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논쟁에 가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대국민 연설에서 폭력 행위와 정당한 시위 요구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집회 금지 권한 확대와 경찰 대응 과정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10년간의 집권을 마치고 퇴임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다음 달 5일 추가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상태다.